인도 명상·요가 성지를 가다

5단촐한 채식 식단

먹는 데만 집중하는 것도 마음챙김 명상

글·사진 함영준  |  편집 명지예 기자  201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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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케시는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이지만 반경 5내에선 술이나 고기를 팔지 않는다. 힌두교, 불교의 수련 성지답게 철저히 채식주의자(vegetarian)들의 세상이다. 햄버거에도 고기나 치즈가 안 들어간다. 

요가나 명상 수련 중에는 공복(空腹)이 좋다. 이곳 수련원에서도 아침 요가나 명상 때는 공복을 강조한다. 나도 어제 저녁을 먹지 않았다. 공복이 주는 허허로움이 좋았고 되도록 인도에서라도 수련 중에 적게 먹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요즘 사람들은 평소 너무 많이 먹는다. 과거 시대에는 영양이 부족해 문제였지만 지금은 영양이 너무 많아 문제다. 그래서 비만, 당뇨, 심장, 순환기 질환 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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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홀에서 식당으로 걸어가는 길. 싱그러운 공기를 맞으면서 걷기명상을 즐겼다.

요가홀을 나와 천천히 식당으로 걸어갔다. 아침 공기가 싱그러웠다. 나는 누구와도 시선을 마주치거나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저 묵언하고 천천히 걷기 명상을 즐기면서 식당으로 갔다.

이것도 수양이다. 그저 지금-여기 나의 생각, 감정, 신체 감각 만에 주의를 모을 뿐이다. 이것이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이럴 때 마음의 평정이 찾아오고, 정신과 감각은 번잡할 때보다 훨씬 정교해진다.

식당에 들어서니 외국인들이 많이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히려 우리 한국인 일행들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떤 외국인은 잡담을 나누는 한국인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눈짓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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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풍경.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지 않고 조용히 식사했다. 
 

식사는 뷔페식이었다. 참으로 소박했다. 당근, 오이, 토마토와 바나나, , 밀가루 과자, 카레, 멀건 야채 스프가 전부였다. 잘 먹고 잘 놀려고 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처럼 간소한 식탁이 도리어 소중하게 느껴졌다.

수행자의 마음으로 조용히, 그리고 단출하게 음식을 담아 한쪽 귀퉁이 자리에 홀로 앉았다. 그리고 초심자의 마음’(Beginner's Mind)으로 마치 처음 인도 음식을 먹어 보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바라보고 냄새를 맡는 등 오감으로 느끼면서 천천히 음식을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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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식단. 오감으로 음식을 천천히 음미했다.

입에서도 당장 씹지 않고 혀로 음미한 뒤에 천천히 30~50번 씹고 목구멍으로 넘겼다. 마음챙김 명상을 배울 때 하는 건포도명상처럼 먹기 마음챙김 명상을 하는 것이다.

온전히 먹는 데만 신경을 쓴다. 간혹 눈으로 식당 풍경을 바라보지만 오직 바라볼 뿐이다. 사람들의 움직임, 표정을 보고 어떠한 판단이나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나는 먹는 데만 신경 쓴다.

식사를 마치는 데 15분이 걸렸다. 서울이라면 이정도 분량은 단 2~3분에 해치울 것이다.

그저 마음이 평화롭다나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다 먹은 음식 식기를 들고 나와 식당 뒤 수돗가에서 깨끗이 닦는다아는 분들과 마주쳐도 목례만 할 뿐 묵언을 유지한다그릇을 깨끗이 닦는다다음 사람을 위해내 마음도 깨끗이 닦는다새삼 절에서 생활하는 수도승들의 삶이 연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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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마음챙김 명상을 하고 나서 갠지스강을 내려다보았다.

식기를 제 자리에 두고 나는 천천히 걷기 명상을 하며 갠지스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곳 전망대로 왔다.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치다. 한국의 가을 날씨 같은 기온.

이것이 삶이다. 나는 살아 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

내 마음과 정신은 온전히 깨어 있었다. <계속>

글·사진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올해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내려올 때 보인다>,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오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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