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수명과 결혼생활은 어떤 함수 관계가 있나. 결혼해서 평생 애들 키우며 지지고 볶으며 살아온 기혼자가 오래 살까? 아니면 홀가분하게 살아 온 독신(싱글)이나 이혼자가 더 오래 살까.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 홀아비가 오래 사나, 과부가 오래 사나.
또 힘센 가장 남편이 오래 살까. 공처가 남편이 오래 살까.
비록 전통적 가족제도 하에서 살아온 20세기 후반 통계 자료이긴 하지만 인간의 수명과 결혼생활의 인과관계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 결혼한 사람과 싱글 중 누가 더 오래 사나?
삼육대가 우리나라 부부들의 수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성이나 여성 모두 결혼한 사람들이 독신보다 훨씬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가 있는 남성은 이혼자나 싱글보다 평균 10년, 사별자보다는 17년 정도를 더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도 마찬가지로 남편이 있는 여성이 독신 여성들보다 오래 산다. 이혼자보다 평균 8년 이상, 미혼자보다는 10년, 사별자보다는 무려 25년 가량을 더 장수한다.
결론적으로 혼자 사는 것보다 부부가 함께 사는 게 장수에 더 유리하다.
◇ 배우자와 사별하면 누가 더 오래 사나?
일본 에히메(愛?) 대학 연구팀이 한 농촌에 거주하는 60~84세 노인들을 4년 반 조사한 결과 남성은 ‘부인이 없는 경우(홀아비)’의 사망률이 ‘부인이 있는 경우’보다 무려 80%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남편이 있는 경우’의 사망률이 ‘남편이 없는 경우(과부)’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남자는 아내가 있어야 오래 살고, 여자는 남편이 없어야 오래 산다는 것이다. 이는 남자들에게 결혼은 ‘장수’의 요인이 되고 배우자와의 사별은 단명의 요인이라는 뜻이다. 적어도 남성 장수자에게는 ‘효자 열명보다 악처 한명이 낫다’는 옛말이 사실로 적용되는 것이다.

여자들은 배우자가 죽고 나서 혼자 사는 기간이 15년 가량 되지만 남자들은 1.5년 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이런 경향을 뒷받침 해준다.
물론 이 모든 통계는 결혼하면 아내가 남편을 모시는 20세기 전통적 가족 제도하에서 보낸 부부의 자료다.
◇ 공처가가 오래 사나, 애처가가 오래 사나?

미국 예일대 의대는 6년간 305쌍의 노년기 부부들을 대상으로 ‘부부 관계와 기대 수명’에 대해 조사했다.
- 남편이 공처가이고 아내가 강한 경우에 남편의 기대 수명이 가장 짧았다.
- 남편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아내가 온순한 전통형 가정의 부부가 가장 오래 산다.
- 남녀 모두 강한 성격의 부부는 서로 성격이 다른 부부에 비해 일찍 죽는다.
남편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전통형 가정의 기대수명이 가장 길게 나온 것은, 부부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적게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아쉽게도 아내와 남편이 평등한 동반자 관계인 경우는 조사되지 않았지만 ‘스트레스’와 긴장이 적은 관계일수록 장수할 확률이 높은 연구결과로 미루어 원만한 부부관계일수록 오래 사는 것으로 예측된다.
◇ 한국의 백세인들은?
장수노인들을 직접 만나 본 서울대 연구팀은 “부부가 함께 늙어가는 사람은 독거 노인에 비해 우울증에 빠질 확률이 낮고, 금슬이 좋은 경우 스트레스 완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만나본 백세인들 중에 배우자가 있는 어르신은 6% 정도에 불과했으나, 배우자가 있는 백세인들이 그렇지 않은 백세인들보다 훨씬 활기찬 노년을 보내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대통령 부부중 금슬이 좋기로 유명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는 남편이 퇴임 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이후에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대통령으로서 건강하게 일하던 시절에는 남편이 나를 80% 도와주었고, 남편이 아픈 지금은 내가 남편을 80% 도와주고 이해하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
레이건 전대통령은 93세, 낸시 여사는 94세에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