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우리는 비대면, 비접촉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감염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택배도 직접 얼굴을 보며 받지 않고 “문 앞에 놓아주세요."라는 메시지로 서로의 의사를 대신한다. 식료품은 물론이고, 유명 식당의 음식이 집 앞까지 배달된다. 세탁물을 현관문 앞에 내놓으면 기사가 픽업하고, 몇일 뒤 깨끗한 상태로 되돌아온다. 심지어 새벽에 알아서 손 세차를 말끔히 해놓고 가는 서비스까지 생겨났다.
여전히 사람이 직접 일을 하지만 서로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그야말로 언택트(Untact) 시대를 살고 있다. 물리적인 편의성와 불필요한 감정 소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생겼지만, 어딘지 모르게 세상이 점점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헛헛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언택트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우려되는 점도 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더욱 소원해질 것이고, 감정을 공유하거나 교류하는 일이 이전보다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더욱 팽배해져 상상치 못한 비인간적인 일들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갈등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타인의 안위를 내 안위만큼 중요시하거나, 그들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내어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나는 ‘사회적 관심(Social Interest)’으로 본다. 심리학자 아들러(Alfred Adler)는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면서 풀어야 할 삶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기를 사회적 관심이 제공해 준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관심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감’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다.
사회적 관심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고, 다른 사람의 귀로 듣고,
다른 사람의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_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아들러에 의하면 신경증, 정신병, 범죄, 알코올, 문제 아동, 자살 등의 문제의 원인이 사회적 관심의 부족에서 온다고 보았다. (Kaplan, 1991) 타인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우월성 혹은 이익만 추구하는 태도는 인간관계를 취약하고 병들게 만든다. 상대가 약자일 때 상황은 더욱 폭력적이 된다. 결국, 사회적 관심이 적은 사회는 집단의 정신건강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아들러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가 없이 오로지 자기중심적인 우월성과 과대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몇몇 개인이나 집단은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약자의 권리를 착취하며 자신의 영향력과 힘을 과시한다. 이들은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을 둔다.
코로나가 우리의 삶에 침투한 지 벌써 9개월째다. 개인이 일상에서 누리던 많은 것들이 박탈되었고 삶은 이전보다 팍팍해졌다. 서로에게 관심을 둘 여유도 허락지 않는다. 모두가 힘든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사회적 관심’이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한번 돌아보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이겨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사람은 내게 무엇을 해줄까?’가 아니라 ‘내가 이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개인과 집단, 집단과 사회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으며, 공동체에 공헌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큰 의미라는 아들러의 말을 되새겨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