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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통해 깨닫다

우리는 사랑을 배워가는 미완성 존재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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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 배워본 적이 없고 타자와 관계를 어떻게 맺는지 경험으로밖에 알 수 없기에 늘 사랑에 서툴다. 연인 간의 사랑, 부부 간의 사랑, 부모 자녀 간의 사랑, 대상과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속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가 궁금하고 마음을 나누고 싶고 내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기본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더 알아주길 원하고 내 뜻대로 해주기를 바란다. 상대가 나를 실망시키면 온갖 안 좋은 소리를 퍼붓기도 하고 자신을 피해자 위치에 놓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모두가 관계에 서툰 탓이다.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 〈Her〉는 관계와 사랑에 서툰 대필 작가의 삶과 로맨스를 다루었다. 그의 이름은 테오도르. 그는 늘 상대가 자기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해주길 바란다. 주체로서의 그녀(She)가 아닌 목적의 대상인 her로 그녀를 대하는 것이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고객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하는데, 사람들이 잘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그들을 대신해서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이 그것이다. 편지는 소통의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상대의 반응을 수시로 확인하며 쓰는 건 아니다 보니 독백에 가까운 형태이다. 그래서 상대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 예상할 수도 없다. 테오도르에게 타자는 감정을 나누는 관계가 아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대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며 많은 시간을 함께 해온 아내 캐서린과 별거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 캐서린이 없는 일상이 무척이나 낯선 듯 그는 때때로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며 쓸쓸하고 공허한 마음을 달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테오도르의 눈앞에 흥미로운 광고 하나가 등장한다. 

“이것은 세계 최소의 인공지능 운영체제입니다.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을 아는 직관적인 실체죠. 그의 이름은 OS1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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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her)> 장면 캡쳐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테오도르는 우연히 OS1을 설치하고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된다. 그의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는 전 부인 캐서린과는 다르게 자신을 웃게 해주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주는 기계, 아니 여인이었다. 더불어 인공지능답지 않게 인간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사만다는 사랑을 하나씩 배워나가며 주인공과 깊은 사랑을 나누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나는 살면서 온갖 감정을 다 느껴봐서 더 이상 나에게 남은 감정이 없어."

테오도르가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했던 말이다. 관계에 치이고 감정이 다치면서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감정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일종의 무감정 상태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보다 톡으로, 혹은 SNS로 소통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끼게 되었다. 영화 속 테오도르가 느끼는 무감정의 상태가 마치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 같아 마음이 저릿해졌다. 

이 영화는 얼핏 보기에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인간 사이의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테오도르와 사만다가 관계에 대해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만다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임에도 끊임없이 인간의 마음에 대해 배워나가고 감정을 터득함으로써 테오도르에게  일방적으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감을 찾게 된다. 

사만다가 감정을 학습함으로써 테오도르는 다시 새로운 인격체와의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자각한다. 이제껏 상대가 자신에게 늘 맞춰주기를 바라고 있었고, 소유물로 여기고 있었다는 것을.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서로 조율하고 맞춰나가는 것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연애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서로가 없으면 안 될 것처럼 딱 붙어 있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감정이 무르익고 나면 자연스레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자아가 건강한 사람은 ‘따로 또 같이’가 자유자재로 이루어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사랑하는 대상에게 집착하거나 분리불안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사랑할 때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의 결핍을 타인을 통해 채우려 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자신도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정서적 결핍을 채우기 위한 사랑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마음속에 뚫린 구멍들을 하나씩 메우고 치유해야만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다. 

사랑은 때로는 아프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끌리고 누군가를 사랑한다. 호감을 느끼는 대상과 교감하길 원하고 때로는 그 안에서 위로받기도 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내 모습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완성이 아닌 과정이다. 내가 가진 결핍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과정 말이다. 

나도, 그도 관계와 사랑을 배워가는 미완성인 존재들이다. 상대나 자신에게 완벽한 잣대를 들이밀기보다는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는 연습을 하는 것, 그 과정을 통해 행복감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가 사랑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 이 글에 소개된 내용은 필자의 저서 《적당한 거리》의 일부를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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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고립감과 분리감을 극복하게 하면서도 그로 하여금 그 자신이게 하며 그의 본래 모습을 보유하게 한다. 사랑에 있어서는 두 존재가 하나로 되면서 동시에 둘로 남아 있다고 하는 역설이 성립된다.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중에서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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