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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우리는 대개 자신의 결핍을 남 탓으로 돌린다

인간관계 갈등에서 벗어나는 법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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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개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어려움을 호소한다. 부부간의 관계, 부모 자녀 관계, 연인관계, 친구나 직장동료와의 관계. 그들은 자신들이 맺는 관계에서의 억울함과 서운함을 호소한다. 때로는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며 어두운 낯빛을 비춘다. 

“제가 많은 걸 바라지도 않아요. 제가 10을 하면 3이나 4 정도만 상대가 성의를 보였으면 좋겠어요."

지난주에 상담했던 30대 남성 내담자의 호소였다. 마음과 정성을 쏟았는데 그것을 상대가 몰라주거나 인정해주지 않을 때 이들은 분노한다.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데도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영 마음이 찜찜하다. 이들에게는 모른 체하는 것이 어렵다. 그들이 바라는 건 딱 하나, 고맙다는 말 한마디 혹은 인정해주는 태도다. 

또 다른 40대 여성 내담자는 이런 말을 한다. 

“아무래도 제가 인생을 잘못 산 것 같아요. 공부도 남들만큼 했고, 아이들도 열심히 키우고 시댁에도 할 만큼 했는데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요. 굳이 열심히 살 이유를 이제는 못 찾겠어요, 선생님. 만약 이 남자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나았겠죠? 이 사람으로 인해 내 인생이 쓸모없는 삶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아요," 

상담의 초반부에는 그들이 쏟아내는 하소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그동안 느꼈던 억울함이나 서운함에 공감해주며, 그들이 충분히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겠다며 타당화(validation)해준다. 이들에게는 온전히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고 무비판적으로 받아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의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나는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직시하도록 돕는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쏟음으로써 무엇을 얻었는지, 내가 원했던 반응을 상대로부터 받지 못할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 열심히 살았는데도 뿌듯함이 아닌 후회나 비참함이 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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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쩌면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지도 모른다.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말이다. 하지만 타인을 비난하는 것이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기에 우리는 종종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을 쏟아낸다. ‘너만 아니었어도…’ 라며 말이다. 

혹은 서로의 잘잘못을 따져가며 인과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애쓴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 누가 더 피해를 줬는지 따진다. 자신의 노력에 대한 인정을 받기 위해서다. 이미 지나버린 자신의 인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상받기 위한 무의식적 시도이기도 하다. 최근 출간된 허지웅의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불행의 인과관계를 선명하게 규명해보겠다는 집착에는 아무런 요점도 의미도 없다. 그건 그저 또 다른 고통에 불과하다. 아니 어쩌면 삶의 가장 큰 고통일 것이다. 집착은 애초 존재하지 않았던 인과관계를 창조한다.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고 반추해서 기어이 자기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낸다. 내가 가해자일 가능성은 철저하게 제거한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드는 특이한 버릇이 있다.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야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고 상대로 하여금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재된 공격성의 표출이다. 상대를 가해자로 만들면 나의 과실이나 열등감에서 잠시나마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오래가지 못하며, 결국 자신의 마음을 황폐화시킨다. 타인을 탓하고 신세 한탄을 하며 세월을 보내기에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해주고픈 말은 더 이상 자신을 피해자의 입장에 놓는 것을 그만두라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는 100% 가해자도, 100% 피해자도 없다. 같은 곳, 같은 시간 동안의 만남이라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경험을 한다. 부모로부터 받은 양육 경험과 가치관, 살아온 과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무의식과 또 다른 무의식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어렸을 때 경험했던 감정을 현재에서 다시 느끼고, 미해결된 이슈를 내 앞의 상대에게 투사(projection)한다. 다소 어렵게 느낄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관계 문제는 각자의 해결되지 않은 과거 경험과 그로 인한 감정으로 인해 발생한다. 

피해 의식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라면, 아래에 제시한 10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자. 이러한 질문들은 실제 심리 상담에서 자주 하는 질문이다. (휴대폰 메모장에 자신만의 답을 적어보길 권한다.) 

 

1. 내가 피해받은 것은 무엇인가?

2. 나는 왜 타인에게 헌신했나, 혹은 순응했나?

3.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물리적, 심리적)이득은 무엇이었나?

4. 나는 상대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은가?

5. 그 속에 숨겨진 나의 욕구는 무엇인가?

6.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포기한 것은 무엇인가?

7.포기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 수 있었나?

8. 원하는 삶을 사는 데는 어떤 용기가 필요한가?

9. 나는 그동안 무엇을 회피했나?

10. 나의 두려움은 무엇인가?

 

심리상담에 오는 이들의 바람은 다양하지만 대개 ‘평온한 삶, 평온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십 년 가까이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평온한 삶은 타인에 대한 투사를 거두어들일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결핍을 타인이 메워주리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고, 내 인생을 타인에게 의탁하지 않고 스스로 온전히 설 수 있을 때 평온한 삶은 찾아온다. 지난 시절을, 혹은 남을 탓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오늘이 되기를.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등 떠밀려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는 게 아닌 자기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정하고, 당장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라는 것, 오직 그것만이 우리 삶에 균형과 평온을 가져올 것이다. 

_허지웅, <살고 싶다는 농담> 중에서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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