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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중고 신인 ‘싹쓰리’가 주는 ‘복고’ 열풍

코로나 시대, 기쁨과 슬픔 다루기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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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요계에는 혜성 같은 신인 혼성그룹이 나타나 화제다.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비)으로 구성된 ‘싹쓰리’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한때 유명했던 스타들이 재미 삼아 그룹을 만들어 노래와 춤을 추는 단순한 예능프로그램이겠거니 하고 시청했다가 매주 주말을 기다릴 정도로 그들의 케미에 푹 빠져있다. 

나 또한 그들과 비슷한 시대를 살아서 그런지 이야기에 공감이 되고, 90년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맞아, 그땐 그랬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20년 전 유행하던 스타일의 옷을 입고 그 시절 춤을 추는 그들을 보며 피식하고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의 이들이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를 신나게 하기도 하고 그리움을 느끼게도 했다. 

평균나이 43.3세.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내이고 아빠가 된 그들이지만 20대에 느꼈던 감정은 그대로 간직한 듯했다. 친구들과 바닷가에 가서 신나게 놀고 시답지 않은 농담에도 깔깔거리는 모습. 나이가 들고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도 이루었지만, 어린아이 같은 마음은 그때와 그리 다르지 않다. 

7월의 뜨거운 태양, 푸르른 바다, 빛나는 모래알. 그들의 노래 〈다시 여기 바닷가〉가 나오는 뮤직비디오의 배경이다.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세 명의 친구들이 바닷가에서 뛰어놀고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한다. 예능프로그램인데 왜 이렇게 슬프지? 하는 느낌을 받은 건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20대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다. 젊고, 뭐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때로는 무모함이 용기가 되는 시기. 하지만 그 시절이 마냥 재밌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진로에 대한 고민, 주변의 비교와 압박이 공존하는 시기다. 신나고 싶지만, 마냥 신날 수만은 없는 때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을 것 같던 여행도, 친구들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도, 직장을 다니고 자리를 잡으면서 어렵게 시간을 내야 할 수 있는 연중행사가 되었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에 치중하며 살다 보니 삶은 무미건조해졌고, 표정에는 어떤 감정도 없고 웃음도 사라진 지 오래다. 

그때 그 여름을 틀어줘 그 여름을 들려줘

내가 많이 사랑했던, 참 많이 설레었던 

그때 그 여름을 틀어줘 다시 한번 또 불러줘. 

싹쓰리의 인기 비결은 아마도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고 느끼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의 노래는 코로나로 인해 우울하고 무기력한 마음을 잠시나마 잊고 아이같이 신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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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우리의 삶에 들어와 어느새 일상이 되어 버린 지 7개월. 혼자 있는 즐거움도 있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누군가와의 접촉을 원한다. 일상을 교류하고 감정을 나누는 대상을 원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언컨택트(uncontact)시대가 우리에게 불러온 감정은 여러 가지지만 그중에서도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우리를 과거와 현재 사이 어느 지점에 머무르게 한다. 그리움이란 누군가와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을 상실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누군가는 의미 있는 대상을, 누군가는 젊은 시절의 자신을, 또 누군가는 삶에 영감을 주었던 장소를 그리워할 것이다. 

코로나 상황은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지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변화하겠지만, 코로나 이전의 삶을 그리워하기도 할 것이다. 충분히 그리워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감정들도 반갑게 맞아주자. 과거의 기억도, 현재의 삶도 우리에게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때 그 여름’은 아닐지라도 우리 앞에 펼쳐질 새로운 여름이 오길 기대한다.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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