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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코로나 번아웃 시대 자영업자 워킹맘의 고민

“신경과민, 불면증으로 쓰러질 것 같아요”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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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침투한지 벌써 6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이쯤 되면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 코로나 번아웃(Burnout)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이전에 겪어본 적이 없는 감염증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막혔고 취미생활도,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도 비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취미나 모임은 그렇다치고 생계에의 위협을 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가 우리 삶을 잠식시키는 속도는 전염의 속도만큼 빨랐다.

마흔 두 살 지연 씨는 서울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워킹맘이다. 평소에도 신경이 예민한데다가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을 늘 달고 다닌다. 그런 그녀에게 코로나19는 삶을 총체적으로 흔드는 사건이 되었다. 그녀가 내 상담실을 방문한 건 지난 5월, 감염사태가 차츰 나아지는 듯 하더니 서울의 유흥시설에서 다시 불거져 재확산이 되던 시점이었다. 세 달여 동안 학원의 재정난을 고민하며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이것이 다시 재현될까 노심초사하고 불안한 심정을 호소하였다.

나 또한 상담자이면서 자영업자이기에 그녀의 불안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만만치 않은 월세와 관리비를 감당해야 하고 직원들의 급여를 책임져야 하는 운영자의 입장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이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녀는 상담실 쇼파에 편안히 기대지 못한 채 까치발을 들고 있었고 얼굴은 상기된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녀의 근심 어린 표정은 느낄 수 있었다. 상담실에 들어올 때 손을 씻었음에도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백에서 손 소독액을 꺼내어 다시금 손을 닦는 모습이었다.

“수면제를 다시 복용하기 시작했어요. 밤낮으로 뉴스만 보는 것 같아요. 이러다가 신경과민으로 쓰러질 것 같아요. 저 어떡하면 좋죠. 학원에 나올 힘도 없어요, 이런 상황이 너무 지쳐요."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눈시울이 불거졌다. 그녀가 느끼는 불안감과 조급함, 지치는 마음에 공감하며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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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이 종식될 것 같으면서도 쉽게 끝나지 않는 것 같아 다들 마음이 지치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불안과 걱정이 있을 텐데, 지연 씨의 마음속에서 가장 두려운 건 무엇일까요?"

그녀는 내 질문에 가만히 고개를 떨구며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타격을 입은 경제적인 부분, 학원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올까봐 두려운 마음, 확진자가 다녀간 학원이라는 소문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감염병에 걸린 수강생이 학원을 방문하여 자신이 피해를 입는 것은 오히려 괜찮은데, 자신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발생할까봐 더 두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남에게 피해를 준 적도 없고 비난받을만한 행동도 하지 않고 살았는데 코로나 같은 감염병은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알 수 없고, 그로 인해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만약 본인으로 인해 학원에 감염이 전파된다면 지연 씨의 마음은 어떨 것 같나요?"

“도망치고 싶고 죽고 싶을 것 같아요."

그녀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몇 개월 동안 견디고 참았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온 것이다. 나는 티슈를 건네며 그녀가 마음을 진정시킬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느라 발을 동동 굴리던 자신의 모습,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학원의 소독상태를 알리고 안심시키는 문자를 보냈던 모습, 긴장하며 업무를 하다 보니 자신의 불안과 화를 애꿎은 가족들에게 풀었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으로 인해 학원의 명예가 실추되고 남들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긴장하고 고군분투한 지난 몇 개월을 돌아보았다. 

“지연 씨가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는 마음은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그건 지연 씨 잘못이 아니에요. 감염확산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고, 외출을 자제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발생하면, 해결하면 되는 거고요. 학부모들도 사태가 나아지면 다시금 학원을 찾아줄 거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모호한 상황을 견디면서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 이에요."

50분이 훌쩍 지나 상담을 마칠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는 듯했고 다음 주 상담 약속을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지연 씨와의 대화를 나눈 후에 나는 문득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그녀처럼 모호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타인에게 피해 주는 상황을 못 견디게 싫어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성향이 남아 있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통제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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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적이거나 완벽주의적인 사람들은 이렇듯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바라보고 견디는 것을 매우 힘들어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증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모호한 상황은 이들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인간은 모호함을 불안해하고 상황을 빠르게 종결시키고자 하는 습성이 있다. 

지연 씨의 경우, 다소 강박적이고 자신에게 흠이 있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완벽주의자였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타인에게는 관대한 편이지만 자신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두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자신을 완벽히 통제하고자 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생기면 자신에 대한 혐오와 죄책감으로 힘들어한다. 

앞으로 진행될 지연 씨와의 상담에서 나는 그녀가 스스로를 대했던 방식에 대해 하나씩 질문을 던질 것이다. 타인에게 허용되는 것이 왜 그녀에게는 허용되지 않는지, 자신을 완전무결하게 지킴으로써 얻는 것은 무엇인지 물을 것이다.

길어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심리적으로 지친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혹은 서서히 종식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마음 건강을 지키는 일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코로나 번아웃을 이겨내는 9가지 마음가짐〉

1.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자.

2. 어떤 것도 내 잘못이 아니다. 자책하지 말자.

3. 모호함을 견디는 힘이 필요하다.

4.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되, 과도한 걱정은 내려놓자.

5. 인터넷 사용 시간을 줄이자. 

6. 가끔 마음에 여유를 주는 시간을 갖자. (산책, 명상, 차 마시기, 지인과의 통화)

7.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할 일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8.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9. 스스로 마음 건강을 지킬 수 없을 때는 정신건강 전문가(정신과, 심리상담)의 도움을 받자. 

 (내담자의 privacy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고 각색 및 재구성을 했습니다.)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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