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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하루 몇차례 ‘피카’ 타임 갖는 이유?

쉼-조화-균형 위한 ‘위대한 멈춤’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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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유명한 스웨덴에는 ‘피카(Fika)’라는 오래된 풍습이 있다. 하루에 몇 차례 시간을 내서 친구 및 동료, 연인, 가족과 커피와 함께 달콤한 계피 빵이나 페스추리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거나 쉬는 일이 그것이다. 

얼핏 보면 여느 나라 사람들이 하는 티타임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스웨덴 사람들이 갖는 피카는 단순히 디저트나 차를 마시는 시간이 아니다. 

피카(Fika)의 어원은 멈춤(Fikapaus) 혹은 휴식(Fikarast)이다.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다가 짬이 나서 숨을 돌리는 것이 아닌 ‘의도적인 멈춤’ 혹은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에 더 가깝다. 그들에게 피카는 숨을 고르고 삶의 균형을 잡으려는 ‘의식’인 셈이다. 

처음 피카에 대해 들었을 때 스웨덴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쉬거나 멈추는 것을 다소 죄악시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와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는 직원들의 휴식에 그다지 관대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일이든 공부든 우리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고, 적당한 쉼 이후에야 우리 뇌는 새로운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일을 능률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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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람들이 피카를 하는 이유는 일에 능률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을 한다. 일은 그들의 삶에 일부일 뿐 거기에만 몰두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들은 ‘균형(Balance)’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두고 살아간다. 일과 가정의 조화, 공부와 쉼의 조화, 공동체와 개인의 조화, 이상과 현실의 조화. 

살다 보면 우리의 삶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일에 몰두하면 가정에 소홀하게 되고, 공부에 몰두하면 쉼을 잃어버린 채 번아웃(Burnout)에 시달리기도 한다. 연애에만 몰두하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없고, 개인적인 삶만 추구하다 보면 사람들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소중함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인체는 신비하게도 이러한 균형이 흐트러지면 불편함을 ‘증상’으로 표출한다. 두통이 잦아지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등 신체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초조해지는 등 심리증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삶 속에서 적절히 균형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나도 20대에 회사를 다닐 적에는 고질적인 위경련 때문에 일을 하다말고 약국으로 뛰어가기 일쑤였다. 한번은 근무 중에 갑자기 위가 쪼그라드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와 몸을 지탱할 힘도 없이 바닥에 쓰러진 적도 있다. 

주 6일 근무에 60시간 이상 일을 했으니 몸에 탈이 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때는 다들 열심히 일하니 나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고 적절히 쉬는 것이 삶에서 중요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러다 보니 체력은 떨어지고 어느 새인가 웃음도 사라졌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며 ‘다들 똑같이 살아가는 걸’ 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합리화했다.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난 후 내 삶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일상을 잠시 멈춤하고 숨을 고르는 법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상담 일정도 절대 빡빡하게 잡지 않는다. 그리고 상담이 끝나면 편안한 소파에 기대에 따뜻한 차를 마시며 상담자의 옷을 벗고 ‘나’로 돌아오는 시간을 가진다. 

일주일 중 하루는 일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 영화를 보거나 공원을 거닐기도 한다. 스웨덴 사람들이 하는 피카와는 다르겠지만 내 식대로 중심을 잡고 하루의 흐름 혹은 일주일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하는 행위이다. 

삶의 중반부를 지나며 깨달은 한 가지가 있다면 삶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죽을 때까지 우리가 해야 할 과업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심리적인 문제와 갈등은 균형이 깨지는 데서 온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카를 융(Carl Jung)이 말한 ‘양극의 조화’ 또한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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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은 양극의 조화를 인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모든 대극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한 극의 명제는 그와 상응하는 반대 극의 명제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우리가 보는 한쪽 이면에는 반드시 반대 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 둘은 아이러니하게도 늘 붙어 다닌다. 하나만 떼어놓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 

한쪽이 있어야 다른 한쪽도 존재한다. 죽음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삶을 이해할 수 없고, 쉬지 않고서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매번 옳은 것이 아니라 감정을 충분히 어루만져 주어야 더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다. 몸이 병들면 마음이 병들고 마음이 병들면 몸을 추스르기 힘들다. 이처럼 서로 반대의 것처럼 보이는 대극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한쪽으로 쏠리면 결국 전체의 힘을 잃어버리고 만다. 

대한민국은 근본적으로 균형을 잃은 사회이다. 일생을 살며 쉼다운 쉼을 가져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일중독 사회이고 성취 지향적인 가치를 중시한다. 그 속에서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도, 행복감을 느끼기도 힘들다. 성취 지향적인 사회에서는 무언가 하지 않으면 자신이 뒤처지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고 바쁘게 움직여야 잘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이것은 잘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가린 채 길이 없는 곳으로 돌진하는 것과 같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대한 멈춤’이다. 남들이 그럴듯하게 생각하는 위치를 향해 허겁지겁 뛰는 삶이 아닌, 내 삶을 조절하고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잠을 자야 한다. 그처럼 깨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멈추어야 하는 것이다.

* 이 글에 소개된 내용은 필자의 저서 《적당한 거리》의 일부를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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