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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아이를 더 키울 수 있나요? "NO"

육아가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가 내 모습 때문에?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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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아이를 하나 더 키울 수 있겠냐고 물으면 내 대답은 어김없이 “No"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게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하느냐고 물으면 그 대답 또한 “No"이다. 아이러니한 두 개의 대답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솔직한 마음은 그러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후회한 적은 없지만 그 과정을 한 번 더 겪는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해진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선(善)이며 강인한 인내를 요하는 일이다. 매일 나를 내려놓아야 하며, 때로는 나 자신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며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아보았을 것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원래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로 살아가는 일이다. 전에 하지 않던 일을 하게 되고, 전에 하지 않던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를 등에 업고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심지어 전화까지 받는다. 배가 고파서 뱃가죽이 찢어질 것 같은데도 아이의 입에 음식을 먼저 넣어주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15kg이나 나가는 아이를 들쳐 업은 채 양손에는 장바구니 두세 개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부모가 되면 초능력이 생긴다. 

아이를 키우면서 짜릿짜릿한 기쁨을 누릴 때도 분명 있다. 아이가 크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참으로 경이롭고 신비로운 과정이다. 애벌레처럼 꼬물거리던 아이가 꿈틀꿈틀 기어 다니고, 그러다가 사람처럼 앉게 되고, 무언가를 잡고 선다. 그리고 부모에게 가장 감격적인 순간! 아이가 드디어 한발을 뗀다. 두 다리는 힘없이 후들거리는데 아이는 힘을 내서 두 번째 발을 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발, 네 번째 발을 옮겨본다. 드디어 걷는다! 이제는 말도 하기 시작한다. 엄마, 아빠, 맘마, 우유, 안 해, 싫어. 마침내 인간이 되었다!

육아가 힘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부모로 하여금 자신이 가진 최악의 모습을 매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며 끊임없이 부족한 내 모습이 드러나고, 그것을 감당해낼 능력이 없는 ‘무능한 나’와 만난다. 

이것은 실로 괴로운 일이다. 아이를 잘 키우는 부모가 되고 싶었는데 자신이 가진 최악의 모습을 봐야 한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느 정도로 화를 낼 수 있는지, 한 인간을 얼마만큼 받아줄 수 있는지, 잠을 못자면 사람이 어떤 모습이 되는지, 산후우울증이 어떤 증상인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육아를 경험하며 나는 엄마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분명 성장했을 것이다. 이전에는 지극히 나만 생각했던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주변을 돌보기도 하고,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오지랖 넓은 아줌마가 되었다. 그것은 분명 좋은 오지랖이다! 나는 아줌마가 된 지금의 내가 미혼일 때의 나보다 좋다. 타인을 조금 더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공감능력이 생겼으며 아량이 넓어졌다. 물론 지금도 많이 부족한 인간이지만 말이다.

육아를 통해 부모는 자신이 몰랐던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사람에 대해 배워간다.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나를 아이를 통해 만나게 되고, ‘진정한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구사하는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로 인해 상대가 느끼는 감정을 헤아려 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적절하게 반응할지 고민하게 되고, 아이를 통해 만나는 관계들 속에서 무엇이 현명한 대처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진정한 사람공부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다.

부모 노릇을 하며 부딪히는 모든 어려움에는 분명 의미가 있다. 부모 노릇은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 주어진 소중한 기회다. 왜 매번 같은 일에 신경이 곤두서는지, 나를 유독 힘들게 하는 아이는 도대체 왜 그런 것인지 우리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탐색해보아야 한다. 분명 그것이 나에게 말해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나를 불편하고 신경 쓰도록 만드는 아이는 나를 괴롭히러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라 부모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나의 인격을 성장시키기 위해 하늘에서 보내 준 아이다. 부모가 되고 나서 알게 된 것은 아이라는 존재가 나를 진정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약한 존재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강인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행복의 문이 하나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우리를 향해 열린 문을 보지 못하게 된다.

_ 헬렌 켈러

 

* 이 글에 소개된 내용은 필자의 저서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의 일부를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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