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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가장 매혹적인 이는 불륜녀가 아니라 새로운 ‘나’다

〈부부의 세계〉에서 바람피우는 남자의 복잡한 심리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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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부의 세계/jtbc 제공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연일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태오(박해준 분)가 한 말이다. 행동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그가 한 말은 쉽게 납득이 된다. 그의 말대로 사랑에 빠진 것은 죄가 아니다. 일부러 관계를 끊거나 외면한다고 해도 다시 마음에서 되살아나는, 인간이 느끼는 가장 원초적인 욕구와 감정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능력 있고 외모도 출중한 아내 선우(김희애 분)와 사랑스러운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사는 태오는 어딘지 모르게 공허하고 쓸쓸해 보인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 문제없이 완벽한 것 같은 가족은 태오의 외도로 인해 한순간 파멸로 이어진다. 그 모든 것이 그의 외도 때문일까?

주인공 부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불화의 씨앗을 가진 채 살고 있었는지 모른다. 물론 그들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고 행복한 부부의 모습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좋은 집, 차, 직장, 건강한 아이. 남부러울 것 없이 풍족한 삶 속에서도 결핍은 있게 마련이다. 결핍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태오의 결핍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어떤 배경에서 성장했는지 아직 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운영하는 영화 제작사가 직원들 급여를 3개월 동안 주지 못할 만큼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고, 아내 몰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지만 이자조차 제때 내지 못하는 태오를 보며 책임감이 부족하고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에 반해 아내 선우는 지역에서 유명한 병원의 부원장으로, 책임감 있고 능력 있는 여성이다. 병원에서도 가장 많은 환자 수를 보유할 만큼 신임을 얻고 있고, 지역사회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자신보다 능력 있는 아내와 산다는 것은 남성에게 경제적 편의를 누린다는 점에서 분명 이득이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심리적 이득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능력 있고 당당한 아내를 보며 남편 태오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때로는 수치심을, 때로는 열등감과 질투심을 느꼈을 것이다. 부부라고 해서 파트너의 성과에 대해 기쁨과 자부심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열등감이 건드려져서 괴로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주인공 태오는 자신보다 열 살 이상 어린 다경(한소희 분)을 만나기 시작한다. 아마도 처음 시작은 다른 여성에게 느끼는 성적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계가 깊어지면서 자신에게 의지하고 매력 있는 남성으로 바라봐주는 다경에게 마음이 끌린다. 아내 앞에서의 무능력한 모습이 아닌 존재감과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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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의 이유를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외도는 저항의 표현이기도 하다. 권태로움이나 열등감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 무언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채워지지 않음을 호소하는 몸부림 말이다. 

남성은 대개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면 분노하고 무언가를 상실하면 슬픔을 느낀다. 드라마 속 주인공 태오는 아내의 성공을 지켜보며 분명 양가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녀가 잘 되는 것을 보며 기뻐하는 마음과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자괴감. 아무 뜻 없이 한 말인데도 아내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인간 내면에서 분노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때, 그것은 외부의 만만한 대상에게 투사되거나 자신을 향한 우울감으로 변한다. 남성은 이때 자신의 분노를 알아차리고 그것의 방향을 돌려 자신을 치유하는 데 써야 한다. 

어떤 욕구가 좌절되었으며, 결혼생활에서 무엇이 빠져있는지 배우자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남성에게 어색하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오랫동안 외면할 때 두 사람은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관계는 파멸로 치달을 것이다.

 

바람피우는 사람이 가장 매료되는 타자는 새로운 애인이 아니라 새로운 자신이다.

_에스터 페렐 (심리치료사, 작가)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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