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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내 아들이 병원에서 뒤바뀐 다른 집 아이라면?

아이는 아빠와의 시간을 기억한다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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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포스터

 6년 동안 키웠던 아이가 친자가 아니라 출산 직후 병원에서 다른 집 아이와 뒤바뀐 아이라면, 당신은 어떤 마음이 들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유능함과 능력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 믿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30대 가장 ‘료타’가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피아노는 하루에 30분, 영어는 한 시간, 목욕은 혼자서. 

료타는 여섯 살 난 아들 케이타에게 규칙과 독립성을 가르치는 엄한 아버지이다. 케이타는 그런 아버지가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친해지길 원한다. 아버지에게 종이꽃을 접어서 선물하는, 여느 아이와 다름없이 아빠를 좋아하는 여섯 살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평온할 것만 같던 료타의 가족에게 일생일대의 힘든 사건이 다가온다. 6년 전 아이를 출산한 병원에서 한 간호사의 어이없는 질투심으로 같은 날 태어난 두 아이가 뒤바뀌어 서로 다른 부모에게로 간 것이다. 

무뚝뚝하고 엄한 아버지 료타에 비해 유다이는 부족해 보이지만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 같은 아버지이다. 서로 다른 환경과 분위기에서 지내온 두 가족은 6년 동안 함께 한 시간이냐, 피로 결정된 관계냐 사이에서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고 갈등한다.

내가 만약 아이를 낳고 키워보지 않았다면 그러한 결정이 그토록 힘든 것인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어리니 환경이 바뀌어도 금세 적응하고 나중에는 기억조차 못 하겠지하는 마음도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라는 존재가 내 삶에 들어온 순간 아이는 나의 또 다른 인격이 된다. 내가 부모로부터 받지 못했던 것을 주고 싶고, 아이의 부족한 모습을 볼 때는 안타까운 마음과 부모로서 부족한 마음이 들어서 스스로에게 화가 날 때도 있다. 

때론 내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미울 때도 있고, 그러다가도 내게 다가와 품에 안기는 아이를 보면 ‘내가 왜 그렇게 모질게 대했을까….’ 하며 자책하는 나를 발견한다. 아이는 내 밑바닥을 보게 하는 거울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고심 끝에 혈육을 선택한다.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이 살던 집과 부모를 하룻밤 사이에 바꾸어야 하는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한다. 료타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친자 류세이에게 앞으로는 자신을 아빠, 아내를 엄마라고 불러야 한다며 당부한다. 아이는 “왜?"라며 끊임없이 묻는다. 료타는 끝내 대답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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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캡처

 몇 달이 지났을까,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그는 우연히 카메라로 찍은 과거 사진들을 보다가 아들 케이타의 모습을 발견한다. 사진에는 과거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담겨있다. 그중에는 아이가 자신을 찍은 사진들도 보인다. 아이를 향해 웃는 모습, 잠을 자는 모습, 아빠 발을 몰래 찍은 모습. 

료타의 눈에서는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한없이 흐른다.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내기 위해 엄한 아버지가 되었고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잘 놀아주지 않았던 료타. 그럼에도 아이는 그런 아버지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공은 아들에게 다시 찾아간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아빠가 미안해."

심리학자 융은 ‘아이가 짊어져야 하는 가장 큰 짐은 부모가 살지 못한 삶’이라고 말했다. 주인공은 자신의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했고 훌륭하고 뛰어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원은 좋은 교육을 받게 하는 일, 그리고 독립심을 키워주는 일이라 믿었다.

영화 속에는 두 종류의 아버지가 출현한다. 엄격한 아버지 료타와 친구 같은 아버지 류다이. 둘 중 어느 한쪽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아이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누구나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것 하나만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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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캡처

 

‘내가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 혹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아이에게 짊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영화에서 부모 중 특히 아버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심리 역동(Psychological Dynamic)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남성은 대개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정복해야 한다는 무의식적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어떤 것에도 두려워하거나 겁내서는 안 되며 용감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주입된 메시지는 어린아이에게 공포심으로 각인되며 사회적으로 흔히 ‘여성적 특징’이라 불리는 의존성, 감정적인 면이 외부로 드러날 때 이를 억누르게 된다.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슬픔, 외로움, 고립감이라는 형태로 내면에 저장된다.

실제로 남성 내담자들과 심리 상담을 하며 이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내면에는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되고, 의존하거나 비굴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는 강한 신념이 박혀있다. 하지만 이것은 삶의 중반부를 넘어가며 서서히 베일이 벗겨진다. 살아남아야 하는 강인함 이면에 연약한 아이가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남성의 심리치유에는 여성보다 시간이 더 소요된다. 그들은 감정을 솔직하게 느끼고 이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남성이 아버지가 되는 경험은 숨겨온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아이를 통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유년시절 경험하고 외면했던 ‘남성적’인 것과는 다른 성격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 료타는 아버지와 경험했던 관계를 은연중에 자신의 아들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 비로소 카메라 속 사진들을 통해 아들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 어렸을 적 외면당했던 감정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깨닫는다. 아이에게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지나왔다는 사실을.

당신이 만약 누군가의 아버지이거나 앞으로 아버지가 된다면 아이에게 어떤 아버지가 될지 고민하기보다, 내 아버지와 나는 과거에 어땠는지 떠올려보았으면 좋겠다.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아버지 콤플렉스와 결핍된 욕구가 내 아이에게 투사된다면 아이를 독립된 인격으로 바라보기 어렵고 결국 건강한 관계를 해칠 수 있다.

* 나의 내면과 대화해보자. 

1. 아버지가 나에게 바라거나 강요한 것은 무엇인가?

2. 아버지는 어떤 삶을 사셨을까? 

3. 아버지에게 허락되지 않은 삶은 무엇이었을까?

4. 아버지는 삶에서 무엇을 포기했을까?

5. 어렸을 때로 되돌아간다면 아버지께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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