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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우리 부부 이대로 괜찮은 걸까?

융 심리학으로 본 〈부부의 세계〉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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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의 김희애

 “결혼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아요. 판돈 떨어졌다고 가볍게 손 털고 나올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고요. 내 인생, 내 자식의 인생까지 걸려 있는 절박한 문제에요."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주인공 선우(김희애 분)는 자신을 향해 ‘능력 있는 여자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쉽게 이혼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아해하며 묻는 현서(심은우 분)에게 말한다. 

선우의 대답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발견한다. 이혼은 결혼보다 백배는 어려운 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것이 아이 때문이든, 경제적 능력 때문이든 이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으며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심리 상담을 하다 보면 결혼생활에서의 위기나 갈등을 겪는 부부들을 자주 만난다. 어떤 때는 배우자의 외도나 고부간의 갈등, 돈 문제 등 외부적인 사건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남들이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은 부부들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내는 결혼 전에는 지금과 같지 않았어요. 나를 배려했고 따뜻한 말도 해주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저를 무시하고 투명인간처럼 대해요. 어떤 때는 내가 돈 벌어오는 기계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희 남편은 저를 항상 웃게 해주는 사람이었어요. 사소한 부분에서도 저를 먼저 챙겨주었죠. 그런데 지금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족에게 무심해요. 그이는 매일 누워서 휴대전화만 바라봐요. 차라리 주말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익숙해진 시간만큼 결혼생활도 권태로워졌다. 각자의 배우자에 대한 기억은 연애 초기에 만났던 때에 머물러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냐며 실망스러움을 토로한다. 그들의 관계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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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의 저자이자 융학파 정신분석가인 제임스 홀리스는, 그의 책에서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는 완벽한 배우자는 사실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욕구로 꽉 차 있고, 나에게 똑같은 기대를 투사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결혼생활이 중년에 가서 파탄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내면아이(inner child)가 품고 있는 거대한 희망을 파트너에게 기대하고,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상대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소위 ‘콩깍지’가 쓰였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상대의 좋은 면, 매력적이었던 모습은 진실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나의 내면에 있던 무의식적 환상일 수 있다. 

부모에게서 받은 원치 않았던 사랑의 형태나 거절의 경험은 뿌리 깊은 심리적 상처를 남긴다. 우리는 자신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부분을 채워줄 이상적인 파트너의 모습을 상대에게 투사한다. 그런데 꿈만 같던 이상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평범한, 혹은 형편없는 배우자가 내 옆에 있다면 그에 대한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상대가 ‘변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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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에서의 대화의 부재, 감정과 욕구의 억압, 실망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배우자의 평범한 모습에서 신비한 타자의 모습을 더이상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을 만난다면 그 사람은 분명 내 안에 늘 필요했던 부분, 갈증을 느꼈던 부분을 채워줄 대상일 것이다. 물론 이것 또한 투사일 가능성이 높다.

마흔 이후의 삶은 지금까지의 삶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야 한다. 자신을 온전히 품어주고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유아기적 환상에서 벗어나 타인을 바라보듯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아야 한다. 내 삶에 무엇이 빠져있는지, 내가 그토록 원했던 것은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타인을 통해 구원받을 수 없고, 타인에 대한 의존은 자신을, 그리고 현재 맺고 있는 관계를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당신이 지금 배우자와 심리적 갈등을 겪는 상황이라면 스스로 먼저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관계에 대한 답은 의외로 상대가 아닌 내 안에 있을 경우가 훨씬 많다.

 

* 나의 내면과 대화해보자 

1. 배우자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기대가 충족되었으면 했나?

2. 어린 시절 부모가 채워주지 못한 심리적 지원은 무엇이었을까?

3. 배우자가 내 삶에서 없어졌을 때 느끼는 두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4.배우자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내가 노력해서 채울 수 있는가?

5.내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중년의 쓰라림과 우울은 유년기의 비현실적 소망을 이루기 위해 쓴 에너지의 양과 비례한다.

_ 제임스 홀리스 (융학파 정신분석가)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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