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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여행갈 때 짐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 이유

짐을 줄일수록 인생의 짐도 가벼워진다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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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여행 갈 때 짐이 무거운 편입니까?

그만큼 내가 가진 불안의 무게도 무겁다

흔히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한다. 행선지도 모른 채 여행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엉뚱한 곳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목적지를 알고 출발했음에도 떠나는 기차를 놓치고 멍하니 바라봐야 할 때도 있다. 때로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했는데도 내가 기대하고 동경했던 곳이 아니어서 실망하거나 헛헛한 마음이 드는 여행도 있다. 여행은 우리를 긴장하게 하면서 동시에 설레게 한다. 

지난해 발리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 들뜬 마음에 내가 가지고 있는 여행가방 중 가장 큰 것을 골라서 짐을 하나씩 챙기기 시작했다. 매일 갈아입을 외출복과 실내복을 비롯하여 각종 화장품, 읽을 책 몇 권과 노트북, 남편의 소지품과 아이의 옷가지들, DSLR 카메라, 상비약, 여벌의 신발까지 집어넣다보니 가방에 짐이 넘쳐서 지퍼를 온 힘으로 주고 잠가야만 겨우 닫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 공항에 갔다가는 허용무게 초과로 추가비용을 지불할 것이 분명했다. 나는 또 다른 가방 하나를 꺼내어 이미 싸놓은 짐을 나눠 담기 시작했다. 처음에 짐을 담았던 큰 트렁크가 그제야 원래의 반듯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후 안심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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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을 계획하고 떠난 여행,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에서 여행 책자를 읽으며 여행 기분을 만끽했다. 우리가 갈 곳을 미리 사진으로 훑으니 멋진 여행이 될 것 같아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그때 내 옆에 앉은 연세가 지긋한 할아버지가 불현듯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 좋은 곳에 한 달쯤 다녀오려고 하나 보네, 애기엄마."

흰 수염에 가려 입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할아버지가 한 말씀은 내 귀에 똑똑히 들어왔다. 여행 가는 것 같은데 짐이 왜 그렇게 많으냐는 뉘앙스 같았다. 나는 “아, 네. 아이가 아직 어려서 챙길 게 많네요."하고 괜한 아이 핑계를 대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뒷짐을 진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여행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건네며 다음 역에 내리셨다. 나는 내 앞에 놓인 여행 가방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옷을 하나만 더 넣어도 지퍼 사이로 툭 뱉어낼 것처럼 빈틈이 없는 가방이 왠지 답답해 보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짐들이 나를 여행에서 행복하게 해줄까?’

여행의 목적은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떨쳐버리고자 함이었는데 마치 인생의 짐이 가득 담겨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가방을 여행길에 꾸역꾸역 짊어지고 가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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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의 무게는 결국 내가 가진 불안의 무게였다는 것을. 

옷이 더러워지면 물로 대충 헹궈서 말린 후에 다시 입거나 현지에서 사 입어도 되고, 평소 바르던 화장품도 몇 단계를 건너뛴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마치 내 집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마음이 안정되는지 마음속 불안을 그대로 여행 가방에 담았던 것이다. 무거운 가방 탓에 여행 첫날과 마지막 날에는 가방을 옮기는 데 힘을 다 써버리고 말았다. 

리처드와 데이비드는 그들의 저서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에서 우리가 가진 모든 짐이 정녕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느냐고 묻고 있다. 없으면 큰일 날 줄 알고 가방 속에 꾹꾹 담아오던 짐들이 내 삶에서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당신이 짊어진 짐은 물건일 수도, 사람일 수도, 해야 할 일일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대로 이끌려 살다 보면 내가 원치 않은 일들을 하고 있을 때가 있다. 남들이 하면 좋다고 하는 운동, 있으면 좋다고 하는 관계, 받으면 좋다고 하는 교육이 나에게는 어떤 즐거움이나 유익함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재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그 일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책의 저자들이 제시한 ‘바람직한 삶을 위한 핵심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나는 왜 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가?

나는 왜 이곳에 살고 있는가?

나는 왜 이것을 나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가?

나 또한 이 질문들에 대한 나만의 답을 써보았지만 결코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답을 알게 된다. 혹은 시간이 지나도 그 답을 명확히 알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한 번쯤은 삶의 핵심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할 필요가 있다. 자신도 모르게 원치 않은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위해서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망각한 채 무언가로 삶을 채우기 바쁘다. 채우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처질 것 같고 사회에서 낙오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한 심리적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나에게 질문을 건네는 것이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한 친구처럼. 

삶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인생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과 같아 어떤 짐을 꾸려야 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조금씩 말을 걸고 다가가다 보면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게 될 것이다.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다면 웬만큼이라도 자유로워져라. 

_ 랠프 윌도 에머슨 (작가) 

 

* 이 글에 소개된 내용은 필자의 저서 《적당한 거리》의 일부를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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