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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인간은 불안할 때 혐오할 대상을 찾는다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사회적 연대’ 갖기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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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월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사실 최근에는 날짜와 요일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내 기억 속 현재는 2월의 어느 시점에 머물러있다. 언제부턴가 하루를 ‘코로나 확진자’를 검색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세계 각국의 상황을 뉴스로 시청하는 일로 마무리한다. 거리는 활기를 잃었고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라고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약국들뿐이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인터넷 카페와 단체 카톡방에는 가짜뉴스들이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유언비어들이 퍼져나간다. 감염에의 위협뿐 아니라 심리적 건강에도 위협을 받고 있다. 자신조차 어디서 감염되었는지 모르고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자가격리 되고 그들의 신상은 인터넷에서 파헤쳐진다. 사람들은 전보다 주변을 못 믿게 되었고 쉬이 짜증을 내고 스트레스가 많아졌다. 혐오하는 말로 서로를 공격한다. 

혐오(嫌惡)란 어떠한 대상을 불결함 등의 이유로 싫어하거나 기피하는 감정을 말한다. 불쾌, 증오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감정에 속한다. 신종 코로나는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알아갈 시간도 허락하지 않고 순식간에 사회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내 서로를 탓하고 혐오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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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이라는 단어는 ‘모름’과도 같다. 그것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 호기심도 가지지만 동시에 극도의 불안감을 가진다. 전례가 없다는 것은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함을 의미한다.

인간은 불안을 느낄 때 외부 사건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를 발동시킨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회피, 합리화, 부정, 투사 등이 이에 속한다. 

 

방어기제는 자아를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갈등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방어’만 할 경우, 왜곡된 판단을 하거나 타인에 대한 혐오로 번지게도 한다.

사람은 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불안을 잠시라도 잠재우기 위해서 혐오할 대상을 필요로 한다. 내가 불안감에 휩싸이는 것보다 누군가를 혐오하는 편이 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이것을 정신분석에서는 투사(projection)라고 부른다. 우리는 때때로 자초지종을 들어보지 않고 상대를 쉽게 판단하고 거친 말로 그를 공격한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기 마련인데 이것이 생애 발달과정에서 적절히 통합되지 못했을 때 우리는 좋은 것, 옳은 것만 취하고 나쁜 것은 외부로 ‘던지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나쁜 것으로 규정한 것은 내 앞의 특정 대상에게 투사되고 그 대상을 혐오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인간 내면의 무의식적인 과정이다.)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불안은 이처럼 없어지지 않고 ‘혐오’라는 공격성으로 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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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을 혐오하고 비판할 때 순간적으로는 상황이 통제되는 느낌을 받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되지는 않는다.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인종, 집단에 대한 혐오나 불신은 서로를 단절하게 하고 위기를 극복하는데 방해물이 된다.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가다듬는 노력이 오히려 현재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안내하고 받아들이는 일, 주변 사람들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되 온라인으로 안부를 묻고 연결감을 느끼는 일, 나보다 더 큰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연민의 마음을 가지는 일이다. 사회적으로 연대하지 않고서는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없다. 타인에 대한 혐오를 거두어들이고 현재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인내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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