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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마음 디톡스 (32)

코로나 재택근무 ‘무기력증’ 극복법(하)

내게 친절하고 즐거운 일 찾아 실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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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영교(38)씨는 우리나라 굴지 은행 관리부에서 일한다. 항상 이 일 저 일 바쁘게 처리하면서 숨돌릴 틈 없이 살았다. 그러면서 집에 와서는 일곱 살짜리 아들 돌보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런 바쁜 일상 속에서 그녀는 점차 지쳐갔고, 자신을 제대로 챙겨본 기억도 가물가물해져갔다. 일 욕심과 성취 욕구가 많은 그녀에겐 모든 것이 일 우선이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물론 계속 재택근무는 아니고 회사에 출근하는 날도 많았지만 어쨌든 1주일에 3~4일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편했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좋았고 본인도 쉴 수 있는 시간적-육체적-정신적 여유가 좋았다. 

그러나 하루 이틀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지금까지 자신을 채찍질하고 얽매어 온 ‘습관’이 다시 마음 속을 점령하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삶의 균형이 다시 비뚤어지기 시작하게 하는 마음 속 생각은 이런 것들이다. 

 

- 직장에 다니는 것처럼, 집에서 생활도 내가 선택권을 갖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

-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고 말 것이다. 남이 안보더라도 더 노력해야지!

-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내면의 갈등으로 나약함을 보이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다.

- 내 자신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잊은 지 오래고 지금 상황에선 이기적인 것 같다

- 가정과 직장에 대한 의무를 완벽히 수행한 후에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 집에 있어도 내가 돌봐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런 상황에서 나를 먼저 내세우는 것은 사치스런 일이다.

 

집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직장 다닐 때처럼 늘 바빴고, 긴장했고 욕구에 매달려 있게 됐다. 함께 놀아달라는 아이의 칭얼거림이 귀찮았고, 매정하게 거절을 자주 했으며, 그런 다음에는 자신을 자책하곤 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주체적으로, 또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가. 과연 언제쯤이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됐지만 자신의 마음습관이 바뀌지 않는 한 스트레스와 피로, 강박감은 여전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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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1년전 직장에서 들었던 마음챙김 명상 강좌가 생각났다. 하루 10~20분 명상이 마음을 편하게 하고 이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바쁜 생활에 쫓긴 나머지 최근에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마침 재택 근무기간 중에 다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교재를 다시 꺼내 읽어보고 호흡명상부터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재로 사용됐던 영국 옥스퍼드대 마크 윌리엄스 교수 등이 만든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에  명시된 ‘직장에서 탈진과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세가지 현명한 행동’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① 즐거운 일 하기

탈진과 스트레스, 기분 저하가 오면 우리는 삶을 진정으로 즐기지 못하고 ‘쾌락 불감증’에 빠진다. 삶에서 즐거움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다. 한때 좋아하던 일을 해도 더 이상 즐겁지 않다. 마치 자신과 즐거운 일 사이를 두꺼운 안개가 가로막는 것만 같다. 이는 우리 뇌의 ‘보상 센터’가 한때 그것을 활성화시키던 일들에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다. 

이제껏 소홀히 다뤄온 뇌의 경로들을 점차 깨우는 노력을 통해 한때 즐겁게 했던 활동이나 앞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보이는 활동을 선택해 기쁨을 느끼도록 실험한다. 

● 몸에 친절 베풀기: 따뜻한 물에 목욕하거나 30분 이하로 낮잠을 잔다. 좋아하는 음식을 죄책감 없이 마음껏 즐기거나, 좋아하는 뜨거운 음료를 마신다. 평소 좋아했으나 값이 비싸 주저했던 와인도 사서 마셔본다(단 적당한 량을 마신다). 

 

● 즐거운 활동 하기: 산책을 간다(친구를 대신해 개를 산책시킬 수도 있다). 친구를 방문한다.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시작한다. 정원 일을 한다. 운동을 한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에게 전화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 케이크를 굽는다. 쇼핑을 간다. 재미있고 기운을 북돋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영화관에 간다. 재미있는(심각하지 않은) 읽을거리를 찾아 읽는다. 한동안 듣지 못했던 음악을 듣는다. 

 

● 좋았던 시절 되찾기: 과거 좋은 시절 한때를 떠올려보라. 당시에 했던 활동 중 몇 개를 최대한 상세하게 기억속에 떠올려보라. 좋아하는 잡지를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혼자 했던 일도 좋고, 보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친구나 가족이 함께 했던 일도 좋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해 이번 주에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본다. 5분이 걸릴 수도, 다섯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일수도, 혼자 하는 일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자신이 잃어버린 삶의 한 부분(어떤 연유로 잃어버린 뒤 다시는 회복할 수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부분)과 다시 만나게 해주는 것이라면 상관없다. ‘하고 싶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어쨌든 행동으로 옮긴 뒤 결과를 기다린다. 지금이 곧 자신의 삶을 되찾을 때이다. 

 

● 타인을 위해 좋은 일 하기: 사소한 일이라도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면 어떨까? 상대방이 감사하든 안하든, 누가 알든 모르든, 그 선행(善行)은 나에게 기쁨과 자존감, 안정감, 삶의 의미를 준다. 물론 불안, 우울감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배우자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 해줄 수도, 그가 좋아해 할 일을 대신 해줄 수도 있다. 

어린 아이가 가장 즐거운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실행해본다. 여름철 계곡에서 물장구치는 것을 좋아한다면 인근 계곡으로 데려가 맘껏 놀게 해준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인사를 드리거나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다. (상대가 알건 모르건 말이다), 과일이나 간단한 음료라도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은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쓰레기 버리러 내려갔다가 어지러워진 쓰레기 하치장 주변을 조금이라도 청소해준다면 어떨까. 친구나 가족, 동료에 관해 잠시 생각해보라. 그저 길가를 지나가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안녕과 행복을 마음 속으로 빌어보는 것은 또 어떨까.    


② 어차피 해야 할 일 하기

마음이 극도로 힘들어지면 삶에 대한 통제감(sense of control)이 상실되기 쉽다. 오랜 기간 연구에 따르면 삶의 한 영역이 통제 불가능하게 되면 이것이 바이러스처럼 삶의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우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혹은 ‘완전히 지쳤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무력감을 느낀다. 

일단 ‘무력감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삶의 사소한 구석구석까지 그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5분만 투자하면 편지를 부치거나 청구서를 처리할 수 있음에도 그럴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미제’로 계속 쌓이면 우리는 삶에서 가장 익숙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므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 

이런 활동에는 방청소, 벽장이나 서랍 정리, 한동안 잊고 지냈던 사람에게 감사 편지 쓰기, 청구서 정리, 계속 미루던 일 해치우기, 운동하기 등이 있다. 원한다면 이 활동들을 잘게 나누어 한번에 한단계씩 하는 것도 괜찮다. 예컨대 1시간짜리 집안 청소도 5~10분 잘게 나누어 실행한다. 오늘은 세면대, 내일은 부엌 등등...  

그 짧은 시간에 오로지 그 일에만 집중해보자. 그런 다음 그를 통해 오는 만족감과 성취감, 통제감을 만끽해보라.


③ 마음챙김 하면서 행동하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지나친 생각, 애쓰려고 함, 나약하거나 복잡한 생각에 대한 억압, 자동조종모드, 아무 생각 없이 먹거나 걷거나 행동하는 일 등등.

그러나 마음챙김과 함께 행동하면 자신의 감각으로 돌아오게 된다. 즉 눈이 무엇을 보는지, 귀가 무엇을 듣는지, 코가 무엇을 맡는지, 몸이 무엇과 닿아 있는지, 지금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얼굴 표정은 어떤지, 지금 여기에 무엇이 있는지를 깨어 있는 마음으로 알아차려본다. 

마음챙김은 바로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여 현재의 순간순간들로 마음을 가져가보라. 예컨대 ‘지금 나는 줄을 서 있다… 지금 나는 걸어가고 있다… 지금은 가방을 잡으려고 손을 뻗고 있다…’와 같이 지금 이순간을 알아차린다. 활동 가운데 자신의 호흡을 알아차린다. 서 있거나 걸을 때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을 알아차린다. 

일상에서 마음챙김하기 좋은 일은 ▲양치질 하기 ▲샤워하기 ▲먹기 ▲설거지하기 ▲청소하기 ▲운전하기 ▲운전 중 빨간불 ▲걷기 ▲듣기 등이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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