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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 살기 (85)

말기암 환자, 죽음 앞두고 가장 후회하는 일은?

"지금부터 ‘웰다잉’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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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살자’는 취지의 웰빙(Well-being) 시대가 도래하더니 요즘에는 ‘잘 살다 잘 가자’는 웰다잉(Well-dying) 바람도 불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인생의 저녁이 길어진 고령화시대, 자칫 ‘나 홀로’ 임종을 맞을 수 있는 핵가족 시대, 소득 2만달러 시대로 접어들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전 인구의 15%(720만명)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출생)가 장년층으로 편입돼 가면서 죽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죽음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대부분 갑자기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오는 바람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두가지 상반된 자세를 보인다. 우리는 남의 죽음에 관해서는 대범하다. 일상 누구나 자주 겪는 일로 치부하며, 문상하고는 곧 잊어버린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은 다르다. 생존의 종착역이요, 모든 것의 끝이다. 인생 그 어느 성취도 내 죽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 또 죽음 그 이후의 세계는 어떤가. 내 자신만이 감수해야 할, 극도로 고독한 미래다.

 

‘나는 춥고 어두운 흙구덩이로 들어가야 할 일이 무섭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의 무사한 하루하루에 안도한다’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 ‘무사한 나날들’ 중에서> 


그래서 누구나 죽음을 잊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언젠가 찾아올 것이요, 맞닥뜨려야 할 상대다. 

대부분의 죽음은 예고되지 않는다. 불가측(不可測)적이다. 죽음이 예고되는 경우는 두가지다. 불치병으로 시한부인생의 판정을 받았을 경우와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을 경우다. 

병원에서 죽음을 예고 받았을 때 당사자들은 대부분 ‘아득하고 청천병력과 같은 느낌‘으로 인식한다. 절망, 두려움, 부정, 분노, 원망, 슬픔이 후폭풍처럼  따른다. 내공 있는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요즘은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지만 20년전에는 거의 매년 사형이 집행됐었다. 당시 사회부기자로 취재할 때 들은 사형수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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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죽음의 연습을 하고 산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아, 나는 아직 살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서부터 난 오늘 죽는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하루 종일을 살아간다."  

재일동포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이 확정됐다가 1984년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어느 좌익사범은 이렇게 털어 놓았다.

“이왕 가는 바에 의연하게 가자고 늘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교도관이 와서 ‘가자’고 하는데 저는 순간적으로 아득해지면서 ‘죽어도 못나가겠다’고 버티게 되더군요. 가슴과 머리가 엉망진창인 와중에서도 ‘이래봐야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말을 안듣는거예요. 

억지로 끌려 어느 방에 갔더니 ‘무기징역 감형’이라고 하더군요. 순간 그때의 그 환희!. 나머지 소리는 웅웅하며, 내 귀엔 오로지 살려준다는 소리만 들렸죠. 그날 밤 저는 한숨도 못자고 뜬 눈으로 지샜습니다. 사형선고를 받았던 날도 잠을 잘 잤는데 말입니다.“

죽음을 의연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맞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운은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고 한다.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 행운을 잡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죽음을, 웰다잉을 준비해야 한다. 끝이 좋으면 다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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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바람직한 죽음으로 요즘 회자되는 ‘구구팔팔이삼사’란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아프다 죽는 게 최고라는 것이다. 옛적부터 사람의 오복(五福)으로 수(壽:장수), 부(富:부유), 강녕(康寧:편안), 유호덕(攸好德:덕을 닦음), 고종명(考終命:천명을 다 살고 죽는 것)을 들었는데 바로 ‘고종명’이 행복한 삶의 마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자다가 생을 마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두 분의 죽음을 기억한다. 대한체육회장, 문교부장관을 지낸 민관식(1918~2006)씨와 한국은행부총재, 재무부차관을 지낸 고범준(1917~2006)씨의 경우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전날까지 팔팔하게 지내다가 자다가 곱게 저 세상으로 갔다. 주변 사람에게 전혀 폐를 끼치지 않았고 그렇게 가는 바람에 모두들 아쉬워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노후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열심히 살았고,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꼬장꼬장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란 점이다. ‘건강을 잃으면 인생 전부를 잃는다’는 생활신조를 지녔던 민씨는 체육인답게 미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으며 운동을 즐겼다. 꼿꼿한 학자풍 스타일의 고씨는 매일 독서와 집필,  정원가꾸기, 산보를 즐겼다.

말기암환자를 간병하는 호스피스(hospice)들에 따르면 죽음을 앞둔 이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남의 기대나 직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제대로 살지 못한 점이라고 한다. 

이들은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 비로소 ‘가족과 함께 정상적으로 먹고, 자고, 노는 보통의 삶이 얼마나 축복받고 값진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고 한다. 된장찌개를 놓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둘러앉아 먹고 아웅다웅 지내는 일상의 삶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좀 내려놓고 살 걸…"

“사이좋게 지낼 걸…"


인생을 여유 없이 아등바등 산 것과, 주변 사람과 다투고 용서하지 않고 너그럽지 못하게 한 데 대한 후회도 많다고 한다.  <계속>


여든 다섯번째 기억하기

죽음을 앞둔 이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남의 기대나 직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제대로 살지 못한 점이라고 한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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