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죽음 앞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에 따르면 믿음이 깊은 신자들은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반면, 무신론자 중에는 죽는 순간이 불행한 이들이 많다.
무신론자였던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나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임종과 말년을 비참하게 맞은 것으로 유명하다.
‘신은 죽었다’의 니체(Nietzsche·1844~1900)는 마지막 10여년간 정신병원에 들어가 끊임없는 우울증, 죄책감, 발작, 기괴한 행동 등을 보이며 고통을 받다가 세상을 하직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철저한 신앙생활을 했던 그가 반(反)종교·도덕에 선봉에 서게 된 이유는 기존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당시 전통적인 도덕규범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혁신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를 평생 지배해온 죄책감과 말년의 정신착란은 그의 불신앙과 관련이 없을 수 없다.
니체와 반대의 삶을 산 사람이 세계적인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1802~1885)다.
그는 초년 시절 화려한 문학계 명성과 함께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의 나이 41살 때 딸 레오폴딘이 아버지의 타락을 통렬히 비판하고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라’고 적힌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자, 완전히 사람이 바뀌었다.
“나의 타락한 삶이 딸을 죽였다. 이것은 나를 향한 하나님의 심판이다. 이제 하나님의 품에 거하리라"
이후 위고는 헌신적인 사람으로 바뀌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으며 말년에는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됐다. 독실한 신앙 생활 속에 그의 문학도 깊어가 ‘레미 제라블(장 발장)’ 같은 대작을 잇달아 탄생시켰다. 1885년 그가 죽자 국민적인 대시인으로 추앙되어 국장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우리는 인생이란 바다를 떠다니는 영원한 항해자다. 어느덧 우리들의 해는 서편으로 뉘엿뉘엿 지고 있다. 곧 어둠이 찾아올 것이다. 당신은 이 어둠 속의 바다를 환히 비쳐줄 영혼의 등대를 가지고 있는가. <계속>
일흔여섯번째 기억하기
당신은 이 어둠 속의 바다를 환히 비쳐줄 영혼의 등대를 가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