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왜곡된 자아

페르소나(persona)와 그림자(shadow)

윤종모 주교  2021-02-15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나는 명상할 때 자주 “나는 누구인가?" 하는 명제를 깊이 들여다본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주제는 죽을 때까지 탐구해봐야 하는 화두(話頭)이다. 이때 나는 가끔 심리학자들의 도움을 받곤 한다.

분석심리학자인 카를 융(Carl G. Jung)의 이론 중에 페르소나(persona)와 그림자(shadow)라는 이론이 있는데, 이 용어들을 살펴보면 자신의 참 모습을 성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페르소나는 그리스인들이 연극을 할 때 자기가 맡은 역할의 가면을 쓰고 연극을 했는데, 이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부른다. 융은,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리스인들이 연극을 할 때 썼던 가면처럼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와 직함에 맞는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하여 인간이 쓰는 가식의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불렀다.
 

shutterstock_718511797 (1).jpg

 
아이들은 자라면서 점차 나와 나 아닌 것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키워간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 다른 것에 접근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데, 그 다른 것에 접근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인격 혹은 성격이 곧 페르소나이다.
아이들은 어떤 종류의 행동양식, 예를 들면, 웃거나 귀여운 짓 등은 다른 종류의 행동양식, 즉 오줌을 싸거나 떼를 쓰는 등의 행동보다 더 보상을 받는 행동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서 우리 성격의 한 부분이 형성된다.
따라서 어른도 그렇지만 특히 발달과정에 있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용납하고,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 비록 그 행동이 자신이 원하는 행동이 아니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인정과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그런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성격, 즉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위해 ‘나’가 ‘타인’에 대해 갖는 성격화된 ‘나’가 곧 페르소나인 것이다.
우리는 외부 세계가 나에게서 원하는바 그러한 나의 페르소나를 제시해야 한다. 외부의 대상이 바뀌면 나의 페르소나 또한 바뀌는 것이며, 이런 일은 하루에도 여러 번 일어날 수 있다.
화를 낸다는 것은 잘못이며 화를 낼 때는 나쁜 아이라고 배운다면, 자신의 자연적 감정인 분노를 완전히 가면 밑에 숨기는 내면화 성격을 발달시킬 수 있다. 분노를 느낄 때 그는 이마를 찌푸리는 대신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
 

shutterstock_438588775 (1).jpg

 
영성이 성숙하여 분노를 느낄 때 화를 내는 대신 화를 해소하여 미소를 짓는다면 이는 매우 건강한 것이지만, 타당한 욕망을 가면 밑으로 감추는 미소는 매우 위험하고도 불건강한 것이다.
어느 정도의 페르소나는 사회생활에서 피할 수도 없고, 또 순기능도 가지고 있다. 문제는 페르소나가 심각한 위선과 병리현상을 동반하여 자신과 타인에게 독이 되는 경우이다.
엄격한 부모나 힘이 센 주위 사람들의 강한 명령을 거절하지 못하고 따를 때, 혹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상대방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자신의 욕구에 반(反)하여 말하거나 행동할 때 사람은 자신의 자존감에 조금씩 상처를 받게 된다. 이러한 상처받은 자존감은 자신의 무의식에 그림자를 만들게 된다.
 
그림자(shadow)는 페르소나의 정반대 현상이다. 그림자는 원시적이고 본능적이며 동물적인 존재와 같다. 그림자는 인간이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그 모든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인간이 원하면서도 감히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그 무엇일 수도 있다.
우리는 소위 성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그림자가 없을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커다란 오해이다. 성자나 현자에게조차도 그림자라고 부르는 야만성과 상처받은 자존감은 무의식 속에 억압된 채 여전히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물론 그림자의 크기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shutterstock_1060354004 (1).jpg

 
그림자의 크기나 강도는 대체로 그 사람의 성장 체험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환경이 넓고 개방적일수록 그림자는 작고, 환경이 좁고 폐쇄적일수록 그림자는 크다. 성직자나 명상을 오래 수련한 사람도 어릴 적 환경이 좁고 폐쇄적이었다면, 그의 그림자는 대체로 큰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만일 우리의 그림자를 줄이고 대자유인이 되고 싶다면, 명상을 수련하여 깨달음을 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 명상은 반드시 바른 명상이어야 한다.
넓고 개방적인 환경이란 수용적이고, 개방적이며, 사랑과 동정심이 있으며, 비율법적이고, 자존감이 높으면서 여유가 있는 환경이다. 좁고 폐쇄적인 환경은 생각과 말과 행동은 거부되고 억압된다. 그러므로 이런 환경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 사회적 승인 등이 매우 필요하여 페르소나를 발달시킨다. 과도한 페르소나는 인간의 무의식에 그림자를 만든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근본주의적 내지 교조주의적 종교 집단에서, 공산주의 집단에서, 독재정권 하에서 그리고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가 군림하는 가정에서 수없이 많이 보아왔다. 이런 환경에서는 역동성이 또한 부족하므로 이런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적인 체험이 종종 율법적 경건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그림자를 회피하지 말고 만나야 하며, 그림자가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참된 깨달음을 얻은 현자들의 가르침은 전인성(wholeness)을 지향하고 있다. 전인성은 나 자신의 밝은 면과 마찬가지로, 나의 어두운 면인 그림자까지도 자아의 일부로 나의 의식 속에서 통합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그림자도 수용하고 포용하며 통합하는 관대함을 가지게 된다.
만일 우리가 진지하게 우리 자신의 페르소나와 그림자를 바라보고 그들의 소리를 들으며 명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보다 온전하고 진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또한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글ㅣ 윤종모
대한성공회 관구장과 부산교구장을 지냈다. 신학생 때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았다. 20여 년 전 캐나다의 한 성공회 수녀원에 머물며 명상의 참맛을 느끼고 지금까지 치유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명상 초심자와 수련자를 위한 책 '치유명상 5단계'(동연)를 펴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더보기
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더보기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와 마음의 눈 최선을 다하지만 집착하기 않기
왜곡된 자아 페르소나(persona)와 그림자(shadow)
기독교 명상,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마음 속 깊숙이 성경을 느껴보세요"
나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 “마음속 '부정적' 촛불을 꺼보세요”
“내 삶의 시계는 몇 시를 가리키고 있나?” 64억km 떨어진 곳에서 찍은 지구 사진
명상으로 창의성을 기른다
“‘멍때리기’할 바에는 ‘명상 하세요!” 마음의 평화와 지혜 얻는 방법 4
“내 마음 속 당신은 누구십니까?”
스트레스, 가장 현명하게 관리하는 법 자동반응 않고 지혜롭게 대응하기
열등감 벗어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머리로 인식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훈련
내가 캐나다에서 겪은 초월의 신비체험 깊은 고요 속에서 들리는 지혜의 소리
세속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려면? 당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5단계 상상법
인간 편견과 선입견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자기 성찰 통한 깨달음 4단계 훈련
당신 안경 색깔은 어떤 것입니까? 공자의 제자 자천과 긍정심리학
왜곡된 자아, 페르소나와 그림자 치유 못하고 억누를 때 커져
끓어오르는 욕망 지혜롭게 다스리는 법 흐르는 강물 보듯 흘려보내기
행복한 사람은 아침을 이렇게 시작한다 내 맘에 평화·기쁨·사랑을 주는 30분
“나를 좀 중요한 존재로 여겨 주세요” 이를 무시할 때 갈등, 배타성 시작돼
종이의 기원을 생각하다보면 지구가 하나 된다 바라보기(觀) 명상
심장병 환자들 거의 A형 성격…어떻게 바꾸지? 내면 평온감과 집중력 발달시키는 법
헬렌 켈러가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그녀에게 시력이 돌아온다면
내 자신에게 물어보는 13가지 진솔한 질문 수도사의 마음닦기 명상
일상에서 가면을 덜 쓰고 살아 갈 수 없을까 ‘진짜 나’를 회복하는 5가지 방법
자부심과 자존감의 차이 아들러가 말하는 인간의 핵심적 삶의 에너지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은 자유인은?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의 경지
풀리지 않던 분노와 슬픔이 녹아내릴 때 자아초월심리치료와 명상
당신의 성격은 9가지 중 어느 유형? 에니아그램 통해 '나' 자신 알기
윤종모 주교가 말하는 행복의 12가지 요소 원불교 <원광>과 인터뷰에서 나눈 이야기
캐나다 앨버타대학 명상방에서 겪은 잊지못할 체험 평화, 황홀감, 순수의식, 깨달음...
의미요법과 명상 고난과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기법
'깨달은' 사람들의 특징 푸르른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자유스러움과...
참 나는 누구인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 명상을 통해 오늘을 산다
부부가 독신자보다 오래 사는 까닭은?
명상은 좀 더 효과적인 삶을 위한 기술 "기도, 음악 듣기, 걷기, 숲속 바람소리 듣기도 명상"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사회적, 물질적 욕구가 클수록 행복지수는 낮아
'마음의 틀' 다시 짜기 내가 깨닫지 못하는 내 편견과 선입견 고치기
웰빙족이든 슬로비족이든 명상하는 삶을 살자
삶의 고통, 아픔을 치유하는 '명상'
젊음의 유전자 '네오테니'를 깨워라
손주를 울린 내 행동, 마음챙김 하여 바라봤더니...
우울증을 명상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행복하고 싶으면 명상으로 마음의 눈을 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