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람 명상 센터를 떠나다
리시케시를 떠날 날이 됐다. 며칠간 아쉬람 명상센터의 시간을 이제 추억으로 돌리고 우리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짐을 꾸렸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바나나와 요구르트로 아침 요기를 때우고 우리는 버스에 올랐다.
다음 여정은 이곳서 60㎞ 떨어진 참바(Chamba). 히말라야 산맥 초입에 해당하는 산간지대다. 거리는 멀지 않지만 워낙 도로 사정이 안좋은데다가 꾸불꾸불한 산길이라 몇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곳에서 내려 한시간 가량 산꼭대기 사원으로 트래킹을 한 후 내려와 점심을 먹고 다시 캠핑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정이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왕복 1차선 비포장 도로를 달려나갔다. 질척질척 내리던 비는 어느새 진눈깨비, 눈발로 변하고 주변 풍경에서도 눈이 나타났다. 인도에 와서 처음 보는 눈이다. 약 3시간을 달렸을까.
참바 지역에 도착한 우리는 버스를 내려 힌두교 사원인 수르칸다 데비(Surkanda devi)를 향해 트래킹을 시작했다. 눈이 내려 우비를 몸에 걸치고 일렬로 줄을 서 산으로 올라갔다.
사원은 대략 3000m 고도에 위치해 있다고 가이더가 말해주는데 별로 숨이 차는 줄 몰랐다. 한걸음, 한걸음 숨을 고르며 걷기 명상을 한 덕분인가. 온전히 주변 풍경과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한 덕분인 지 피곤한 줄 몰랐다. 일행중 산에 오르기가 힘든 사람들은 말을 타고 올라갔다.
드디어 사원의 입구에 도착했다. 나는 입구에 걸려있는 종을 치며 즐거워했다. 명상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런 등산도 별로 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움직이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적은데다가, 내내 잡념 없이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움직이는 덕분도 있는 듯하다.
그리고 마침내 사원이 있는 정상에 올랐다. 진눈깨비는 계속 내리고 있으나 확 트인 주변 경관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북쪽으로는 히말라야, 남쪽으로는 리시케시와 갠지스강이 내려다 보였다. 1년 내내 안개로 덮여 있다는 말을 입증하듯 주변에 안개가 지나가고 있었다.
마음이 활짝 펴졌다. 사람의 마음은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이런 높은 산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니 내 마음에도 힘이 솟고 넓어지는 듯 싶었다. 나는 가만히 기도를 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런 좋은 곳을 인도해주셔서…. 마음을 잘 닦고 산의 좋은 기운을 담아 가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