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렸을 적 군인 아저씨들을 위해 위문품을 보내듯, 각자 학용품, 과자, 옷가지 등을 서울에서 가져온 것을 모아 전달하는 시간이다.
신기한 꽁지 머리를 너도 나도 달고 있던 아이들과 선생님의 맑고 검은 눈망울. 그리고 몸에 밴 듯 정갈한 동작들이 어우러져….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선물 증정식이 끝난 후 모두들 시내 구경을 나갈 차비를 차렸다. 그러나 나는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명상을 하면 신체 감각이 민감해진다. 매일 명상을 하면서 마음(생각, 감정, 신체감각)을 챙기다 보니 자연 몸 컨디션을 보다 잘 느끼게 된다.
더구나 가만히 누워서 신체 각 부위를 마음의 눈으로 보는(스캔하는) 바디 스캔을 자주 하면 내 신체 감각 인지도가 매우 높아진다. 요가 명상도 같은 효과를 낸다.
나는 이를 제3의 지능 즉 ‘신체 지능’이라고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지능지수라고 말하는 두뇌 지능(IQ), 정서지능을 뜻하는 EQ가 있다면 신체 지능은 신체를 통해 심신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보통 현대인들은 머리로 바쁘게 살뿐 신체의 컨디션에 대해선 별로 민감해 하지 않는다. 다이어트, 몸매 관리에나 신경 쓰지 몸이 보내는 신호에 대해선 무시하곤 한다.
“약이나 먹으면 되지"
“왜 꾀를 부리려고 하지?"
이것이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반응이다. 그러면서 몸을 돌보지 않고 일이나 다른 데 집중하며 무리를 하다가 병을 얻고는 한다. 한마디로 신체 지능이 형편 없다.
나는 전날 밤 전조가 있었다. 몸살기를 느껴 밤을 설쳤고 아침 명상 시간도 빠졌다. 다행히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긴 했지만, 몸은 좀 더 쉴 것을 내게 요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를 몸의 명령으로 느끼고 오후 시내 구경 가는 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내내 방에서 다시 쉬었다. 근 2시간을 잤다. 몸에 땀이 쭉 나면서 가뿐해지고 머리는 차가웠다. 몸이 회복됨을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일어나 책상에 앉아 여행기록을 정리했다.
마음챙김 수련의 7원칙중 ‘애쓰지 않음’을 실천한 셈이다.
몸이 하라는 데로, 쉬었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다시 호젓해졌다.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마음이 중심을 잡으면 내가 어디로 가든, 어떤 상태든 나는 항상 여기에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