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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명상·요가 성지를 가다

13화원을 걸으며 명상 하기

꽃·꿀벌·원숭이와 대화하는 게 좋았다

글·사진 함영준  201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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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묵언을 했다. 말을 줄임으로써 오는 내적 평안. 그리고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되도록 지금-여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바로 현존(現存)하는 내 자신을 바라보는 데서 오는 기쁨과 충일감.

 점심을 먹고 나는 내가 사용한 식기통과 수저, 컵을 깨끗이 정성스레 닦았다. 이제 또 다른 누군가가 사용할 그릇을 깨끗하게 준비해준다는 데 마음을 모을 수 있었다. 이것은 일이 아니라 수련이며 명상이었다.

인도에 와서 식기를 닦으면서 이런 호젓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이자 선물이다.’

 마음에 이렇게 하심(下心)이 들어서면 모든 게 새롭고 귀중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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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느리게 산책을 하면서 도서관 옆 화원에 다가갔다. 거기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정오의 햇볕은 눈부시게 빛났고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작은 지상 낙원의 세계.

꿀벌들이 저마다 꽃을 분주히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꿀을 따고 있었다. 평상시에는 분주한 삶으로 인해 거들떠보지 않았던 화단 풍경이 아주 새롭게, 경이롭게 느껴지고 있었다. 저 삶의 현장, 꿀벌의 저 부지런하고 순수한 동작, 거기에 오롯이 몸을 내주고 있는 꽃. 이것이 삶이고 삼라만상의 존재 이유다.   

 나는 마음챙김수련의 7가지 원칙 중 초심자의 마음(Beginner's mind)’에 가까워져 있었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 같은. 벌 중에도 느린 벌이 있고, 빠른 벌이 있었다. 오감(五感)이 작동되는 이 세계는 완벽했다. 내 마음은 가라앉고 나른한 평화가 깃들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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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시 천천히 길을 따라 올라갔다. 저만치 한 무리의 원숭이들이 바나나를 먹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접근해도 개의치 않았다.

아마도 이곳 사람들이 자신들을 해치는 사람들이 아닌 줄은 경험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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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원숭이들이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핸드폰도 빼앗아 간다고 한다.

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사주경계를 하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안녕, 원숭이들, 난 그저 너희들 모습을 바라만 보다 갈게.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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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들은 각자 바나나를 먹고 샘물가로 가서 목을 축였다.

우리는 특별히 서로를 의식하지 않은 채 그저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계속>

글·사진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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