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료가 아침 명상을 간 사이 그냥 침대에 누워서 심호흡을 하며 몸을 추스렸다. 이런 것을 도가(道家)에서는 운기조식(運氣調息)이라고 한다. 몸 안의 기를 돌리고 호흡을 조절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빈둥빈둥 누워 있다. 한국인들이라면 이럴 때 괜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비싼 돈 들여 인도까지 왔는데 수업에 빠지다니…. 일종의 죄책감이 들 수 있다.
우린 지금껏 쉬지 않고 노력하면서 살아오는 데 너무 익숙했다. 힘들어도 참고, 낙오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따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의 자동화(auto-pilot) 모드는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하는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의 일곱 가지 원칙 중 인내(忍耐, perseverance)가 있다. 사람의 인생이나 도를 닦는 수행자의 삶에 있어서나 필요한 덕목이다. 선심초심(禪心初心)의 저자 스즈키 순류 대선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선(禪)은 어떤 흥분 상태가 아닙니다. 매일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일에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 바로 선입니다."
“구도자의 길은 ‘일편단심의 길’ 또는 ‘한 방향으로 달리는 수천 리 철길’이라고 합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해도, 구도자에게는 오직 한 길 밖에 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겐 선사께서는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리는 것은 준비가 아니라, 그것도 수행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여러분이나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단지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지극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 다른 생각 없이 오직 음식 만드는 행위만을 해야 합니다. 그저 음식만 만든다!"
이 가르침에 따르면 나는 일어나 명상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선이요 수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빈둥거리고 있다니….
그런데 마음챙김 명상의 일곱 가지 원칙 중에는 ‘너무 애쓰지 말라(Non-striving)’도 있다.
우리의 일상 행위는 대부분 ‘목적 지향적’이다. 특히 한국인들이 치열하게 살아왔다. 인내심을 가지고 애쓰면 살아왔다. 수백 년 뒤쳐진 상황을 따라잡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그러나 쉬고 여유를 갖고 삶을 즐기는 태도는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힘들게들 살고 있는 것이다.

명상은 궁극적으로 ‘무언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유위(有爲·Doing)가 아니라 무위(無爲·Non-doing), 즉 ‘행하지 않음을 행함’이다. 어떤 결과를 얻으려고 허둥거리는 대신, 오직 지금 여기를 관찰할 뿐이다.
명상에서는 뭔가 이루려고 하는 것 자체를 옳지 않다고 본다. 스즈키 대선사는 이를 선문답처럼 이야기 한다.
“양이나 소를 크고 널찍한 들판에 풀어놓는 것이 그들을 제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좌선을 하는 동안 완전한 평온을 얻고자 한다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심상을 물리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냥 놔두세요. 그리고 저절로 가게 내버려두세요. 그러면 조절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말은 쉬여 보여도 이렇게 되려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노력을 하는 방법이 수행의 비밀이지요."
일상생활에서도, 또는 마음의 잡념 속에 살면서도 뭔가를 이루려고, 뭔가에서 헤어나려고 할수록 더욱 늪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즈키 선사는 ‘애쓰지 않음(non-striving)의 마음을 제시한다.
나는 명상을 하려고 인도까지 왔다. 그러나 몸의 컨디션이 안좋아 이 귀한 시간에 명상 수업에 빠지고 누워 있다. 스즈킨 선사는 이때 내게 ‘애쓰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바로 일하려고 나가려는 내 마음에 ‘인내’를 가르쳐 주고 있다. 인내란 뭐를 행하는 데도 필요하지만 ‘하지 않음을 행함’에도 필요한 덕목이다.

어느새 아침 6시가 지나고 있었다. 몸의 컨디션은 정상이 된 듯싶다. 천천히 일어나 앉아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혼자 호흡명상과 요가를 통해 다시 심신을 추슬렀다.
시간은 다시 7시. 몸은 완전히 정상화된 듯하다. 나는 명상 수업 후반부에 참석하기 위해 세수를 하고 바깥으로 나섰다. 가뿐했다. 몸의 조기경보체제가 제대로 작동한 셈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