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7원칙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이 ‘비판단(non-judging)'이다. 비판단은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이자 선불교 철학의 뼈대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이렇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늘 판단하거나 평가하고 산다. 좋고 나쁨을 따지며 반응한다. 호흡 명상을 하면서도 “지루하다", “잘 안 되는 것 같다", “왜 이런 걸 하지?" “아마 잘하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들로 마음이 흩어지는데 이게 모두 판단이다.
이를 알아차리고 판단하는 생각을 멈추는 것이,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 생각들을 그냥 고요히 바라만 보는 것이 마음챙김이다. ‘비판단’은 MBSR의 핵심이다.’

마음은 복잡한 듯 싶지만 크게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 가슴에서 생기는 감정, 그리고 신체에서 느껴지는 감각으로 나눌 수 있다. 현대인들은 너무 생각에 휩싸여 산다. 마음챙김은 그런 과도한 생각 대신 감정과 신체감각에 주의를 돌릴 때 마음챙김이 되고 마음의 평정과 기쁨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방황하는 마음이 시간적으로 과거나 미래, 공간적으로 다른 어떤 곳을 헤매지 않고 지금-여기(Here & Now)에 집중하는 것이 곧 마음챙김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정신없이(mindless) 살며, 과도한 판단 속에서 스스로 지치고, 상처받고, 상처를 주는 삶을 영위한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전혀 모르거나 조금 아는 사람들끼리 만나 여러 날 함께 다니다보면 신경도 쓰이고, 괜한 오해나 갈등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여행 중 간혹 다투는 일도 발생한다.

나는 이번에는 달랐다. 되도록 말을 적게 하고 남에 대한 신경을 덜 쓰고, 매순간 이러니 저러니 판단하는 태도를 줄이려고 애썼다. 이른바 ‘비판단’의 생활.
‘왜 저 사람은 별로지?’
‘와, 저 사람은 무척 호감 간다. 친하게 지내야지’
‘내가 저 사람에게 쉽게 행동하는 것은 아닌지?’
‘이 동네는 왜 지저분하고 기분이 안 좋지?’
‘집에 가고 싶다. 괜히 왔나봐’
이런 마음속의 잡담이나 수다를 우리는 하루에도 수천 번 경험한다. 특히 여행 중이라면….
나는 이런 수다를 과감히 비판단하기로 마음먹고 실천에 옮겼다.

그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그때 일어나는 생각, 감정에 빠지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또한 내 자신을 그들이 어떻게 보는지 의식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예의 지키며 행동하려고 애썼다.
마음이 편했고 에너지 소모도 적었다. 마음은 평정했고 그저 내 자신의 마음, 그리고 주변 모습에 주의력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런 편안함 속에서 기쁨, 감사함, 주변에 대한 배려심이 조금씩 일어났다. 바로 이게 마음챙김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