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건강길 '명상 프로그램'

명상 1일 집중 수련 체험기 (2) 건포도 명상과 정좌명상

건포도 한 알에 집중하니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

글·사진 하용희 기자ㆍ요가강사  20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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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마음건강길은 침묵 명상을 주제로 '명상 1일 집중수련'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적 명상법 MBSR 원리를 적용하여 수련을 실천하는 자리였다. 이 기사는 요가 강사인 하용희 기자가 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체험기다.

편안했던 보디스캔 시간이 끝나고 건포도 명상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양희연 교수의 설명을 듣고 건포도 명상을 실습했다.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건포도를 놓은 후, 지긋이 바라봤다. 건포도 하나를 집어 들고서는 바로 먹지 못 했다. 주름 하나하나를 쳐다봐야 했고 또 귀로 가져가 건포도를 눌러서 소리를 들었다.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며 달콤한 냄새에 금방 입으로 가져가고 싶었다. 하지만 천천히 입을 열어 혀 위에 가져다 놓았다. 그 맛을 느끼면서 입 안에 머금고 있었다. 그제야 침과 함께 뒤섞이며 말랑말랑해지는 건포도를 이로 깨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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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걸 누군가 본다고 생각하면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건포도를 마치 처음 보고 먹어보는 사람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왜 하는 것인지 의아해할 수 있지만, 건포도 명상은 마음챙김 수련의 첫 과정이다. 작은 건포도 한 알에만 집중하여 먹어보는 체험을 하면서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 우리는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귀로 소리를 듣고, 피부로 만져보는 행동들을 무심코 하기 마련이다. 건포도 명상을 하다보면 신경쓰지 않아도 움직이던 나의 감각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내가 보고있음을, 듣고있음을, 만지고 있음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명상을 통해서 소홀했던 감각을 일깨울 수 있다는 점을 알았고, 건강하게 작동하는 나의 감각들에 감사했다.

점심시간에는 건포도 명상의 연장선으로 ‘먹기명상’이 진행됐다. 건포도 명상에서 경험했듯이 먹어본 음식을 처음 먹는 것처럼, 먹는 행동 자체도 처음인 것처럼 해야했다. 각자 식사를 하면서 먹기명상을 실천했다. 하루 동안 이어지는 침묵 명상에 점심 시간에도 요가실은 조용했다. 점심을 먹고 오후 프로그램을 들어가기 전, 짧게 ‘걷기명상’을 했다. 작년에 참여한 요가 페스티벌에서 걷기명상을 20분 정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헤드폰을 쓰고 오디오를 들으면서 했었는데, 이번에는 조용한 곳에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움직이니 더 이해하기 쉽고 생동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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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호흡명상, 산명상, 정좌명상을 하면서 고요함 속, 내면을 바라보는 더 깊은 시간을 보냈다. 명상은 앉아서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서서 하는 ‘산명상’도 있어 신선했다. 산명상은 바르게 서서 자신이 거대한 산이라고 상상하는 명상이다. 높고 뾰족한 산일수도, 낮지만 넓은 산일수도 있다. 각자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산을 떠올리면 된다. 그 산은 4계절을 거친다. 따뜻한 봄기운을 가진 산이 되었다가 푸른 잎이 우거진 여름 산이 된다. 단풍을 가득 품고 있는 산은 겨울이 되어 눈 덮인 산으로 변한다. 

안내자의 설명에 집중하여 마음과 머리로 그림을 그리듯 상상해보았다. ‘산’에 올라가면 양팔을 좌우로 활짝 벌리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산명상 동안 정상은 둥그렇지만 좌우로 긴 산을 나 자신이라 생각했다. 나무보다 큰 산이 되어보면서 내가 세상을 감싸안을 수 있는 큰 존재임을 느꼈다. 지형을 품고 있는 높고 긴 산처럼 넓은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다.

산명상이 끝나자 매트에 앉아 요가를 했다. 양희연 교수는 정좌명상을 하기 전, 몇 가지 요가 동작을 통해서 몸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있는 명상을 할 때, 다리가 아프고 쥐가 나는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릎 구부려 상체 숙이기, 무릎을 바깥으로 접어 발을 엉덩이 옆에 두기 등 골반과 다리 근육을 풀어주는 동작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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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수업에서 짧게 명상을 하는 것 이외에 장시간 정좌명상을 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대로 된 정좌명상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며 기대됐다. 자세는 꼭 결가부좌가 아니어도 되고 허리도 꼿꼿이 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자신이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는 편한 자세를 유지하면 된다. 나는 결가부좌로 계속 앉아있기 힘들 것 같아 오른발만 왼쪽 허벅지에 올려 반가부좌 자세를 취했다.

눈을 감고 정좌명상을 시작했다. 그렇게 1분, 2분 시간이 흘러갔다. 느낌상 10분 정도가 넘어가면서 집중이 확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귀로는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있지만, 정신은 자꾸 다른 곳으로 갔다.

'다리가 아프네. 오른발을 내려볼까.'

한 자세로 계속 앉아있는 일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그래도 '알아차린다', '머무른다'라는 멘트를 들으며 주의를 돌렸다. 마음이 다른 길로 빠지려 할 때면 호흡에 더 집중해봤다. 약 30분간 명상이 이어졌고 나에게는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있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명상에서 '알아차리고 머무르는' 과정도 연습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처럼 정좌명상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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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명상이 끝나고 '나누기' 시간을 가졌다.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평소 궁금증을 질의응답하는 시간이었다. 한 남성 참가자는 1년 반 넘게 보디스캔을 하면서 예전에는 보디스캔을 하는 도중 잠에 들었는데 요즘에는 잠이 안온다고 말했다. 양희연 교수는 보디스캔의 원래 목적은 잠에 드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의식을 깨우면서 몸과 새롭게 만나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양희연 교수는 명상이 '지금-여기-순간'을 핵심으로 한다고 해서 현재만 보라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과거를 성찰하기도 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다만 내가 고민거리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1일 집중수련>에서는 부부, 가족, 명상 숙련자부터 초보자까지 한 자리에 모여 같은 시간을 나눴다. 침묵 명상이어서 대화는 하지 못하더라도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마음 속으로 응원했다. 아침에는 피곤함을 가득 안고 요가실에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몸과 마음이 에너지로 가득 찼다.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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