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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토요 스토리 (19)

워킹맘에게도 멘토가 필요해!

우리 삶에 내비게이션이 필요한 이유

'Show, Don't tell.'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 글을 쓸 때마다 상기하는 문장이다. 사실(Fact)을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예외를 두지 않는다. 구구절절 설명하려 들지 말고 그림을 그리듯, 글로 상황을 묘사하라는 의미다. 주관적인 판단이나 설명은 배제해야 한다. 보이는 대로 단어 하나하나를 모아 그 장면을 눈앞에 펼쳐놓는 느낌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말은 쉬워도 실제 글쓰기에 적용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 완벽하게 글쓰기의 본질을 파고든 가르침은 없다.

처음 이 문장을 접한 건, 언론학부 전공 수업인 기사 작성 연습에서다. 언론사 기자 출신 교수님은 한 학기 내내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사용하는 교재 '뉴스와 보도(News & Reporting)'를 인용해 강조했다. 'Show, Don't tell'의 중요성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를 쓰고 나서 한 말에 단적으로 나타난다.

'가장 감동적인 글은 필자가 말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당시 상황을 보여줄 때 나온다. 필자가 일일이 설명하면 독자는 수동적이 되고, 필자가 묘사에 그치면 독자는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동원해 자기 나름의 생각을 하게 된다.'

교수님이 이끄는 대로 수업을 따라갔을 뿐인데, 학기를 마칠 때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넘어 좋은 글, 감동을 주는 글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결과도 좋았다. 글짓기 잘하던 초등학생이 글쟁이가 될 수 있었던 '터닝 포인트'였다. 누군가가 대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를 물으면 고민 없이 이 수업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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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을 받고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서 이메일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늘 같은 자리에서 강의를 듣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사라지던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이후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았고, 교수님은 멘토가 돼주셨다. 수많은 제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나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고,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바쁜 스케줄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줬다. 사회생활하면서 돌부리를 마주했을 때는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한 단계 올라설 기회가 생겼을 땐 액셀을 밟아 나아갈 수 있게 이끌었다. 인생의 내비게이션이 돼준 셈이다.

지난 2월, 몇 년 만에 교수님을 뵀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스스로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눈을 반짝이며 꿈을 이야기하던 제자가 엄마가 돼버린 모습을 보고 어떤 말씀을 할까, 내심 걱정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메모를 끼적이고 있는데, 교수님이 도착했다.

"잘 지냈어? 똑같네~." 교수님이 건넨 인사에 나는 꿈 많던 대학 시절로 돌아갔다. 수첩에만 담아뒀던 워킹맘의 에피소드와 속마음, 번아웃과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했던 노력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풀어 냈다. 교수님은 한참을 듣기만 했다. 이따금 내 이야기를 수첩에 적으면서.

"글로 써 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까. 직장인이자 엄마로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방향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내게 교수님은 또 한 번 길을 보여줬다. 이후 몇 달 동안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난 5월, 개인 블로그(브런치)를 개설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벅차오르게 하는 목표를 위해 다시 간절하게 몰두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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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에게는 멘토가 필요하다. 경제활동으로써의 일을 넘어서는 '꿈'을 품고 있는 워킹맘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내면의 욕구를 끄집어내 실현할 수 있게 안내하는 멘토가 절실하다.

“아이작 뉴턴이 그랬던가? '내가 남들보다 좀 멀리 봤다면 그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이야. 누군가의 도움을 얻고자 한다면 거인부터 찾아야 해.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을 먼저 걸었던 그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야 비로소 길이 보일 테니까." <책 '하워드의 선물' 중에서>


글ㅣ 김명교
12년 차 교육 기자다. 집에선 다섯 살 달콩이의 엄마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취재원의 이야기를 귀동냥 삼아 ‘잘 키워보자’ 했지만, 워킹맘의 현실 육아는 버거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번아웃과 우울증 사이에서 무너졌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am-un) 일과 육아에 가려있던 ‘나’를 일으키고 마음근육을 키우는 중이다. 글을 쓸 때 마음이 벅차오른다. 글 속에 찰나를 담아내고 싶어 오늘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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