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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토요 스토리 (12)

엄마가 되고 나서야 얻은 깨달음

나의 ‘워킹맘’ 엄마에 대한 추억

 

엄마는 새벽같이 일어나 가족들의 아침밥을 챙겼다.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들기만 하면 됐다. 아침잠을 못 이겨서 제때에 일어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뜨끈했던 오징어무국에 김이 사라지면 엄마의 목소리는 커졌다. 

“일어나, 밥 먹어!" 

잠결에도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화를 면하기 어렵겠다’ 싶었다. 엄마는 입을 꾹 다문 채 눈으로 잔소리를 했다. 하루를 잔소리를 들으면서 시작하는 건 썩 유쾌하지 않으니까. 그러는 동안 엄마 속은 열두 번 불을 뿜어냈을 거다. 새벽부터 차려낸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 보면 도시락을 내밀었다. 마침내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꽃집으로 가면 꽃 냉장고 안에 있던 화병을 깨끗한 물로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엄마의 하루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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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 사장님이었던 엄마는 늘 바빴다. 주문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왔고, 식사도 건너뛸 적이 잦았다. 시간이 부족해서 화장실 갈 시간까지 아꼈다. 주말은 더 바빴다. 각종 경조사는 주말에 몰려있으니까 당연했다. 결혼·칠순·팔순 축하 화환, 신부를 위한 부케, 데이트를 앞두고 연인을 위해 준비하는 꽃다발,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꽃바구니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는 잠잘 시간까지 줄여야 했다. 다음 날 엄마의 손, 발은 퉁퉁 부었다. 하루쯤은 가게 문을 닫고 쉬자고 해도 엄마는 손님이 헛걸음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한 번 연을 맺으면 단골손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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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가 넘도록 엄마가 집에 오지 못하는 날에는 일하는 엄마 옆에서 재잘거렸다. 내게 있었던 일들과 생각, 감정을 남김없이 털어놓았다. 일기장에만 담아뒀던 사춘기 소녀의 비밀조차 세상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감성이 충만한 밤, 엄마와 나는 ‘베스트 프렌드’였다. 

그런 날이 있다. 마음처럼 일이 풀리지 않을 때, 할 일은 많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 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일이 남아있을 때, 만성 근육통이 괴롭힐 때…. 그런 날은 퇴근길이 힘들기만 하다. 1분이라도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지만, 워킹맘의 시계는 아이와 함께 돈다. 잔뜩 예민한 순간 현관을 들어서는데, 엉망인 거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뜸 화가 올라왔고, 애꿎은 남편과 아이에게 짜증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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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인데.’


불같이 화내던 엄마 몰래 눈을 흘겼었다. 온종일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봤는데 집에 오자마자, 다짜고짜 화를 내던 엄마가 아주 잠깐 미웠다. 친구 같던 엄마가 그 순간만은 너무 무서웠다. ‘집 좀 어지러우면 어때, 그게 뭐가 중요해. 치우면 되지!’하면서 속으로 반항했다. 흘깃, 눈치를 보다가 ‘쾅’ 방문을 세게 닫고 들어가 버렸다.

엄마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어떨 땐, 여장부 같았다. 손님이 많은 건 감사할 일이라고 하니까, 괜찮다고 하니까, 그냥 그런 줄만 알았다. 삼 남매를 뒷바라지하면서 꽃집을 운영하는 건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아이를 낳아 기르고 나서야, 워킹맘이 돼서야 뒤늦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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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끝낸 엄마가 어질러진 집을 보고 화를 냈던 건, 한계에 다다랐었다는 걸 의미했다. 우리 남매가 물질적으로, 정서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었던 건, 엄마의 희생과 절대적인 지지 덕분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참 많이 힘들었겠다, 우리 엄마. 

“엄마, 나는 하나 키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셋은 어떻게 키웠어?"

“내가 키웠나. 니네가 알아서 컸지. 그래서, 뭐 먹고 싶은데?"

“음…, 나 엄마 수제비!" 


엄마, 사랑하고 또 존경합니다.

글ㅣ 김명교
12년 차 교육 기자다. 집에선 다섯 살 달콩이의 엄마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취재원의 이야기를 귀동냥 삼아 ‘잘 키워보자’ 했지만, 워킹맘의 현실 육아는 버거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번아웃과 우울증 사이에서 무너졌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am-un) 일과 육아에 가려있던 ‘나’를 일으키고 마음근육을 키우는 중이다. 글을 쓸 때 마음이 벅차오른다. 글 속에 찰나를 담아내고 싶어 오늘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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