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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토요 스토리 (10)

난 지 10개월 뒤 시작된 어린이집 생활

이를 바라보는 두 얼굴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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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엄마도 회사 가지 말까?

‘원아가 오전 8시에 등원했습니다.’

출근길, 휴대전화에 알림이 떴다. 오늘 등원 길은 어땠을까, 씩씩하게 아빠와 인사를 나눴을까, 궁금했다. 남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씩씩하게 잘 등원.’ 조마조마하던 마음을 그제야 내려놓았다. 

어린이집 생활 35개월 차. 이제는 등원 거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는데, 아이는 이따금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떨궜다. 엄마, 아빠와 집에서 놀고 싶다고 했다. 나도 회사에 가기 싫을 때가 있는데 하물며 다섯 살 아이는 오죽할까. 휴가라도 내고 곁에 있고픈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단호해져야 할 순간이다. 

계절이 가을 문턱을 넘어서던 그 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허리춤에 매달린 아기 띠가 바람에 흔들리자, 아이의 첫 어린이집 등원이 실감 났다. 아이는 난 지 10개월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복직을 다섯 달 남긴 시점이었다. 

주변에선 만류했다. 12개월은 지나고 보내야 한다더라, 두 돌은 지난 후에 보내라더라….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사실, 이르다고 생각했다.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다는 건 큰 결심이 필요했다. 정답은 없었다. 첫 어린이집 등원 시기, 적응 기간, 적응 방법…. 어떤 것도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건 없었다. 모든 기준은 ‘내 아이’였다.

맞벌이 부부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면 보육기관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왕이면 아이가 적응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길 바랐다. 회사에 복귀하기까지 다섯 달이나 남았지만, 시간을 충분히 주고 싶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헤어지지 않으려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뒤로하고 회사로 향할 자신이 없었다. 조금씩 연습해 복직하는 날 웃으면서 헤어지길 바랐다. 분리 불안을 겪지 않게 나부터 연습이 필요했다. 그리고 단호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울음에 단호해졌다. 아이가 울면 얼른 안아주고 달래고 싶은 게 부모 마음. 하지만 어린이집 적응기에는 예외를 둬야 했다. 아이의 울음에 태연한 척해야 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부모의 모습과 엄마의 눈물은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석에 단호해야 했다. 보내기로 한 이상, 첫날부터 매일 같은 시간에 등원할 수 있게 도와야 했다. 아프거나 단체생활을 하기 어려울 만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이상 매일 등원했다. 새로운 ‘루틴’에 익숙해지려면 꾸준함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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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 에듀

 

변수에도 단호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집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온갖 새로운 것들을 마주한 아이에게 변수는 큰 충격이 될 것 같았다. 참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자신이 언제 하원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쯤이면 엄마가 데리러 올 시간이라는 걸 직감으로 알았다. 어쩌다 자기보다 늦게 하원 하던 친구가 먼저 가기라도 하면 울음을 터뜨렸다. 정해진 시간에 하원 하려고 노력했다. 가능한 한 변수를 없애고 예측 가능한 하루를 만들어줘야 했다. 

우리는 단계를 밟으면서 어린이집에 적응했다. 머무는 시간은 짧았지만, 조급함을 내려놓고 아이의 반응과 변화에 집중했다. 복직하던 날, 아이는 진작에 적응을 끝냈다. 엄마보다 먼저 어린이집 가방을 챙겨 현관문을 나섰다. 하지만 이른 아침, 그 작은 몸에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코끝이 시큰거렸다. 그래도 웃으면서 출근하자던 다짐을 지키고 싶었다.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지만,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때도, 지금도, 나의 단호함 뒤에는 미안함이 숨어있다. 아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는 척한다. 때로는 그 마음이 드러난다. 안쓰러워 조금 더 안아주면, 아이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목 놓아 운다. 부둥켜안고 울고 싶을 때가 많다. ‘엄마 오늘 회사 가지 말까?’ 이 말을 수십 번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집어넣는다. 

“우리 달콩이, 씩씩한 형아지? 엄마 회사 다녀올게. 우리 이따가 웃으면서 만나자!"        

 

글ㅣ 김명교
12년 차 교육 기자다. 집에선 다섯 살 달콩이의 엄마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취재원의 이야기를 귀동냥 삼아 ‘잘 키워보자’ 했지만, 워킹맘의 현실 육아는 버거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번아웃과 우울증 사이에서 무너졌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am-un) 일과 육아에 가려있던 ‘나’를 일으키고 마음근육을 키우는 중이다. 글을 쓸 때 마음이 벅차오른다. 글 속에 찰나를 담아내고 싶어 오늘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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