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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토요 스토리 (3)

체험활동 떠난 후 어린이집에서 걸려온 전화

회사에서 아이 사고 소식 들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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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고 등장하는 신조어는 정말 어렵다. 줄임말, 합성어가 많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용어가 대부분이라 궁금할 때면 인터넷 검색창을 여는 수밖에 없다. 육아 관련 신조어도 다양했다.육라밸(육아+Life Balance)’, ‘플대디(Play+Daddy)’, ‘할마(할머니와 엄마 합성어)’, ‘할빠(할아버지와 아빠 합성어)’, 그리고 가족의 도움 없이 어린이집에 의지해 아이를 돌보는 육아독립군도 있다. 주변 엄마들과 소통하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우리 부부는 육아독립군이다. 서로 버팀목 삼아 뚜벅뚜벅 육아의 길을 걷고 있다. 오롯이 부부의 힘으로 아이를 기르는 건 팀워크가 전제돼야 한다. 영점을 맞춘 양팔저울처럼 어느 한쪽으로 무게가 치우치지 않아야 지치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술 한잔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풀던 시간도, 퇴근 후 영화 한 편 감상할 여가도, 사회생활에 지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여유도, 잠시 내려놓았다. 이런 것쯤은 얼마든지 참을 만했다. 아이의 오늘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애착 형성 황금기라고 말하는 만 3세까지는 아낌없이 집중하자고 마음먹었다. 때론 저울이 달막거려도 이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이유였다.

유난히 추운 겨울,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체험 활동을 떠났다.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두꺼운 패딩을 여며 보낸 지 두 시간 남짓 지났을까. 원장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고의 체계가 멈췄던 것 같다. 나는 휴대전화로 전하는 단어들을 온몸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통화가 끊어졌지만,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가 등을 떠밀었고,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아이의 사고 소식이었다.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다며 주변에서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낼 때도 담담했다. 아이의 감기약을 어린이집 가방에 챙겨 넣으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엄마, 아빠와 떨어지기 싫어서 울음보를 터뜨리는 아이에게 웃으면서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임신 10개월, 육아휴직 1년 동안 육아독립군이 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일하는 엄마, 아빠지만,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아이로 기를 자신이 있었다.

넘어져 찢어진 이마를 봉합하기 위해 아이를 수술실에 들여보내고 우리는, 목놓아 울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 앞에서 부모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비틀거렸다. 모든 게 우리 탓인 것만 같았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그토록 오만해 보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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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어린이 티가 나는 아이를 보고 주변에선 동생 이야기를 꺼낸다. 외동은 외롭다고. 더 늦기 전에 둘째를 고민해보라고. 그때마다 16개월 전 사고가 떠오른다. 이마의 흉터는 엄마 눈에만 보일 정도로 옅어졌다. 그런데도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가슴을 시큰거리게 한다. 평행을 유지하고 있는 양팔저울은 육아독립군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의미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부모라는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래도 퇴근 후 보고 싶었어요" “오늘 별일 없었어요?" “우리 가족 사랑해요" 말하며 지친 엄마, 아빠를 위로하는 아이를 보면, 상을 받을 때처럼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구나.’

우리 세 식구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

글ㅣ 김명교
12년 차 교육 기자다. 집에선 다섯 살 달콩이의 엄마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취재원의 이야기를 귀동냥 삼아 ‘잘 키워보자’ 했지만, 워킹맘의 현실 육아는 버거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번아웃과 우울증 사이에서 무너졌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am-un) 일과 육아에 가려있던 ‘나’를 일으키고 마음근육을 키우는 중이다. 글을 쓸 때 마음이 벅차오른다. 글 속에 찰나를 담아내고 싶어 오늘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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