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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연재 | 오십즈음에 (47)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사람!

현각스님 모토도 '매순간 충만함 느끼기'

한강 작가  202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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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한국 사회는 매우 거친 사회였다. 그만큼 과거 어려운 시절을 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해 이제 더 이상 강함으로 상징되던 남성, 가부장적 권위, 권력자가 마음대로 하는 사회가 아니다.  도리어 과거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던 문화예술, 스포츠인들이 사회적 담론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바 ‘소프트 파워’ 시대다.

이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인정받고 존경받으려면 결국 인간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람 됨됨이다. 그렇다고 완전체에 가까운 성인(聖人)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사실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나 흠결이 있고 모순이 있다.

내가 말하는 ‘인간성’은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에게서 발견된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남의 뜻을 이해해주고, 남에게 부드럽게 대하며 참을성이 많고 배려를 갖췄다면 최상이다. 

매사 까칠했던 나도 언제부터인가 일상생활에서 좀 더 온유한 태도, 자그마한 배려를 하기 시작했다. 딱딱한 성격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자신에게도 관대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곧 상대방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 배려로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인간의 노화는 육체적으로 유연성에서 경직성으로 변하며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반면 인간성의 성숙은 딱딱한 데서 점점 부드러워지는, 유연성이 많아질 때 이뤄지는 것 같다. 

물은 바위를 뚫고서라도 바다를 향해 간다. 아무리 강한 바위도 부드러운 물의 뜻을 꺾지 못하듯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은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머리 좋은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즐기는 사람은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으로도 만족하기 때문에 결과를 쫓는 사람에 비해 행복할 수 있다. 

즐겁게 살아야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성공에 있어서도 그 효과가 만만치 않다. 요즘 성공하는 이들은 ‘즐거운 마케팅’과 ‘스마일 리더십’을 강조한다. 일을 해도 즐겁게 하고, 경영을 해도 ‘fun 경영’ 하자는 얘기가 대세를 이룬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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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스님 / 출처 : 천지일보


하버드대 출신 선승인 현각(玄覺)스님이 몇 년전 신문 인터뷰에서 나눈 말이다. 출가한 지 20년이 되어 가는데, ‘참 나’를 찾았느냐는 질문에 “지금 마시는 이 커피의 향이 참 좋지 않는가"로 선문답을 했다.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경(經)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순간경! 이 커피향을 맡는 순간, 재즈를 듣는 순간, 걷고 이야기하고 시장에 가는 모든 순간, 뺨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친구와 악수를 하면서 감촉을 느끼는 순간, 순간, 순간…."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는 무릎을 쳤다. 현각의 생각처럼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순간에 충만함을 느끼고 행복감에 젖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득도요, 해탈이요, 천국이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간혹 이같은 생의 충만감과 환희를 순간순간 느끼고 있다. 참으로 감사했다. 

만약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긍정적이고 유쾌한 생각으로 가득하다면 부정적이고 불쾌한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다. 당신이 밀어내야 할 생각들은 질투, 증오, 탐욕, 교만, 분노, 절망, 낙담과 같은 것들이다. 

“그림을 그리든지 노래를 부르든지 즐거움을 위해 하라. 굶주린다 하더라도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라. 명예를 바라고 하면 목적을 잃고 돈을 위해 하면 영혼을 잃는다. 즐겁게 일하라. 그러면 나머지는 따라올 것이다."

K 콕스의 말처럼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거기에 매진하면 즐거움만이 아니라 그걸 통해 배우고 깨닫고 이룰 수 있게 된다. 돈과 명예 때문에 즐거움을 잊고 산다면 당신의 삶의 의미는 더 이상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즐거움이 즐거움을 낳는다!"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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