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주말 연재 | 오십즈음에 (45)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게 되다

내게 찾아온 일곱가지 변화 (하)

한강 작가  2020-09-13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한강 오십즈음에 45 (1).jpg

 

4. 일에 몰두하게 되다

이제 며칠씩 종일 일에 몰두한다고 해도 힘들지 않다. 잡념도 들지 않는다. 일단 내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집중하게 되고, 주어진 시간내에 마치려고 한다면 노력을 배가하게 된다. 

과거에는 몇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딴 전을 부리기 일수였으나 지금은 나를 내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한다. 

아마도 나를 벼랑 끝에 몰고서 단련한 효과 덕인 것 같다. 내가 목표로 정한 이상 이젠 일이 즐겁다. 때로 힘들기도 하고 목표에 미달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나는 즐겁다. 도전 자체가 좋기 때문이다. 헤밍웨이 말처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5.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다 

광야에서 살다보면 초자연적인 세계를 믿게 된다고 한다. ‘상황적 광야’에서 살다보니 과거보다 신실(信實)해지게 됐다. 앞날이 불투명하니 자연히 하나님을 의지하게 되고 간구하게 된다. 종교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 간절함 속에서 신을 믿고 경외하고 의지하게 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간절히 바라면 성취한다. ‘생각의 탄생’이란 책이 있다.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는 ‘사람은 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결국 비행기를 발명한 것이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는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간절히 바라면 신의 섭리가 작용한다고 본다. 반대로 우리가 남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고 못된 짓을 한다면 결국 벌을 받는다는 사실도 믿는다. 인과응보라고 할까. 하여튼 내 인생의 독립을 통해 나는 보다 신실해지고 신앙심이 보다 깊어진 것이 사실이다.

 

aledma.jpg

 

6. 남을 배려하게 되다

과거 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적었다. 아마도 내가 내 스스로에 대해 불편하다보니 남을 신경 쓰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내 스스로와의 문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다 보니 자연 외부 세계에 대해 주의력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매사 섬세하게 느껴지다. 택시 기사의 말투에서도 그 사람의 마음 상태가 파악되고, 경비아저씨의 표정에서 그 사람의 마음상태를 읽게 된다. 나도 힘든 시절을 보낸 만큼 힘들게 사는 분들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라도 조심하게 된다. 작은 일에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작은 일에도 감격하게 된다. 그런 섬세한 마음은 남의 마음을 읽게 해주며 되도록 잘해주려고 하게 된다. 

 

7. 두려움이 적어지다

과거 난 늘 불안했다. 두려움도 많았다. 누가 날 흉보지 않을까에서부터 내일 해야 할 일이 펑크나지 않을까 등등 별별 걱정과 불안 속에서 살았다. 이런 불안이 오래 되다보면 늦은 밤길 골목길을 지나갈 때도 두려울 때도 있었다.

지금은 나로부터 많이 해방된 탓인지 불안감이 적어졌다. ‘Don't worry. Be happy’란 노래 가사가 말해주듯 의식적이라도 걱정을 덜하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다보니 도리어 하늘이 지켜준다는 생각에서 든든할 때가 많다. 천상병 시인의 시처럼 ‘우주에서가장 든든한 백이 하나님인데 내가 무엇을 두려워 하겠나’라고 할 수도 있겠다.  <계속>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