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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연재 | 오십즈음에 (32)

오피스텔에서 숙식하며 쓴 ‘한강의 기적’

한국인의 희망과 긍정

한강 작가  20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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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처음 책은 8월까지 완료하고 가을에 출간해 베스트셀러를 만들겠다는 게 나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생각에 불과한 것이다. 출판시장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뛰어난 필자가 수두룩하다. 단행본 시장은 1990년대를 정점으로 기울고 있었다.

처음 출판 계획이 무산되고 다른 몇몇 출판사들도 고개를 돌리는 와중에 나는 2년 후 치를 대통령선거에 대비해 ‘대권주자들’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2탄이다. 당시 떠오르는 후보는 이명박, 박근혜, 고건, 정동영, 김근태, 손학규 등이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대권주자들에 관한 자료를 준비하고, 정계 사람들을 만나는 와중에서도 나는 이미 써놓은 ‘한강의 기적’의 책을 출간할 출판사를 물색하고 있었다.

11월쯤 후배의 추천으로 위즈덤하우스란 출판사를 소개받았다. 설립된 지 5년 밖에 안됐는데 이미 출판사 랭킹 10위안에 들 정도로 급성장한 신예다. 주로 실용·자기계발서를 전문으로 만든다. 이 회사 기획실장을 만나 책의 취지와 주제를 설명하니 마침 자신도 한국인의 저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기술한 책을 찾고 있었다고 환영했다.

여름에 만들어둔 초벌 원고를 건넸다.

며칠 후 그는 “내용이 좋다. 함께 만들자"고 했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논의를 거쳐 다음과 같은 기획안에 합의했다.

 

- 책의 주제는 한국인의 긍정적인 힘에 관한 것임. 지난 60년간 우리가 성취한 내용을 토대로 ‘한강의 기적’의 원인은 한국민의 민족성, 리더십, 문화와 역사가 서로 긍정적으로 작용해 이룩한 것이라는 논지임

- 서술방식의 경우 기존의 책은 너무 사실(fact) 위주로 일관해 사건연대기 같음. 새 책은 필자의 적절한 주장과 메시지가 담겨져야 함

- 논지 전개는 사건 기술→ 부정적 의견→ 긍정적 해석과 결론으로 함

- 출판 시기는 가급적 빨리 해 내년 6월 독일월드컵 이전에 출간토록 함

 


나는 다시 신이 났다. 하루라도 빨리 책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이번 작업도 간단한 작업은 아니다. 원석(原石)은 기존 초고 원고를 중심으로 한다고 해도 주제, 서술방식, 목차 등 모두 새로 써야 한다. 내년 월드컵에 맞추려면 최소한 내년 2월까지는 초고가 완료돼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여유 밖에 없다.

다시 밤샘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의 과거를 부인하고 노력을 폄하하는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사명감이 나를 일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이 책이 전국 학생·젊은이들에게 읽히도록 해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주고 사회 변화를 선도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강행군에 들어갔다.

아침 8시에 나와서 저녁 10시에 퇴근한다고 할 때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을 빼놓고 최대 12시간 일할 수 있다. 아예 오피스텔서 숙식하면 하루 16시간 작업도 가능하다. 나는 1주일에 절반은 오피스텔서 살고, 절반은 출퇴근하면서 글을 썼다. 

그러다보니 당초 목표 3개월에서 2개월을 단축, 12월말에 1차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줄 수 있었다. 인간의 집중력은 대단하다. 과거 같으면 이런 생활을 단 3일도 견디지 못했을 텐데 이제는 일상화됐다. 이런 식의 작업속도와 몰입이라면, 그 책의 질(質) 여하는 차치하고, 1년에 10권씩의 책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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