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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즈음에 (21)

수백만달러 수퍼마켓 잃고 자살 결심했으나..

한번 뿐인 삶,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한강 작가  202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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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란 직업은 신성하다. 권력과 거악(巨惡)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고, 올바른 여론을 주도하는 직업이다. 고생이 이만저만 하지 않다. 야근을 밥먹듯 하고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며 건강을 해친다. 그렇다고 대우나 보상이 괜찮은 편도 아니다. 

학교 교사나 교수나 군인이나 공무원을 하면 연금혜택 받지만 그런 것도 하나 없다. 고위공무원하면 방계나 관련 공공기관에 취업도 많지만 신문사는 그냥 끝난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신문기자들은 밤을 새우고 열심히 취재한다. 공익을 위해서. 

문제는 나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한 나는 절박해지지 않는다. 나는 갑으로 살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개발이나 노력은 등한시한다. 사회를 깜짝 놀라게 할 좋은 책을 써 저널리스트로서 멋진 꿈을 실현해보자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하루 다람쥐 체바퀴 도는 듯한 일상. 눈 코 뜰새 없는 시간,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사는 삶, 저녁 시간의 음주 등등이 나를 현실에 그냥 묶게 만든다. 현실에 코멘테이터 역할로 그치게 만든다. 나는 부족하구나. 그런데 대한 회의는 계속 되고….

한·두달 전인가. 우연히 읽은 재미동포 스토리가 내 가슴을  울렸다. 그는 국내 명문대를 나오고 일찍이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세대였다. 온갖 고생을 한 덕분에 결국 시가 수백만불 상당의 수퍼마켓을 운영하게 됐다. 

그런데 운명의 신은 그의 사업을 파산시켜 버렸다. 가게도, 집도, 세간도 모두 은행으로 넘어가고 가족들은 집도 없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도 빚독촉에 시달려 고물차속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도망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이 비극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자살을 결심했다. 다량의 수면제를 구입해 차안에서 먹고 일생을 끝내려는 순간, 그의 내면에서는 그의 사랑하는 가족과 하나님이 떠올랐다.

‘이렇게 인생을 끝내 버리면 하늘 나라로 가도 괴로울 텐데, 지금 내가 겪는 불행이 영원히 불행을 가져올 그 무게보다 더 큰 것일까’

거기서 그는 깨닫고 다시 사회로 나와 결국 10년 후 재기해 과거보다 훨씬 큰 사업가가 됐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를 벅차게 읽었다.

‘한번 뿐의 삶. 보다 열심히 살아보지 않겠니. 네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면 괜찮다. 그런데 너는 만족하고 있지 않아. 더구나 너는 부족해.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너는 스스로 절박해보고싶고, 너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인생의 진실을 더 깨닫고 부족한 너를 업그레이드 시켜야 하는 것 아닐까. 그것이 네 길이라면 도전해야 되는 것 아니겠니. 설령 네가 부족해 실패를 한다손 치더라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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