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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즈음에 (20)

스스로 유배시켜서도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

변화 모색 위한 참으로 많은 방법들

한강 작가  2020-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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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적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나는 어느새 남의 스토리를 갖고 먹고 사는 사람이 됐다. 그들처럼 절박해 보지도 않고 항상 ‘관전자(watcher)'로 삶을 사는 것이다. 자칫 방관자가 될 수도 있고 그저 인생의 commentator로서 끝날 수도 있다. 그들은 생과 사가 걸린 일이지만 내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기자인 나에게는 특종이냐 아니냐, 정확한 보도나 오보냐가 문제될 뿐이다. 

나는 기자, 그것도 신문기자가 된 것을 내 인생의 탁월한 선택중 하나로 생각한다. 그리고 신문기자로 활동하면서 접한 경험과 사람들을 매우 값지게 생각한다.

내가 기자가 된 결정적인 동기는 내 아버지께서 언론인으로 계시다 젊은 시절에 유명을 달리 하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대학 졸업하던 해 한국전쟁이 나자 종군기자로 참전했다. 종전후 국방부 출입기자를 했다. 

주변 분들의 회고에 따르면 아버지는 기사도 잘 쓰고 선 굵은 성격에 호탕한 행동으로 당시 소장 기자들 사이에 리더로 통했다고 한다. 내가 다니던 신문사에서 회장을 지낸 분도 훗날 “당시 나는 그분을 형님으로 모시고 용돈을 받아 쓴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불과 만 30세이던 1957년 불의의 사고로 타계하고 말았다. 그때 나는 태어난 지 1년3개월에 불과했다. 때문에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사진으로 아버지를 인식할 뿐이다. 

성장하면서 내 마음 속에는 아버지가 ‘롤 모델(role model)'이 됐다. ‘아버지처럼 되야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결국 기자를 택했다. 그런 만큼 나는 기자에 대한 자부심, 소명의식이 강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능력이 부족해 힘은 들었지만 참으로 값지고 충만한 시간들이었다.

그런 나에게 기자직만이 일생 가져야 할 것이냐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결코 이 의문은 허황된 욕심에 사로잡혀 있거나, 피곤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나의 가족사, 직업관, 인간관계를 뛰어넘어 보다 본질적인 물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인생은 한번 뿐이다. 지금 너는 네 자신이나 인생에 만족하는가?’

‘이제 후반기 인생이다. 너는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볼 때 나는 숙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나는 내가 기자란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두가지 문제점을 느낀다. 첫째, 내가 다른 기자들보다 인격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 즉 인간이 덜 됐다는 사실을 느낀다.

두 번째, 이제 남을 취재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내 인생에 직접 체험을 하고 싶은 욕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내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내가 욕망에 사로잡혀 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지, 내게 힘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관리하는 지 등이 궁금했다. 

지금 내 모습이라면 나는 백전백패(百戰百敗)란 사실을 난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고 있다.그래서 나는 긍정적인 상상이 안된다. 그렇다면 나를 단련시키자. 스스로 유배를 보내자. 벼랑 끝에 밀어넣자. 그래서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만들자. 그래서 내가 사람이 된다면 나는 어떠한 어려움이나 욕망에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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