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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즈음에 (14)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 덕분에 성공한다

조수미·안성기 인생 내면 탐구

한강 작가  20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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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신적 삶이 팍팍할수록 나는 인간의 내면이 궁금했다. 사실 내가 만난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는 사람들 중에 오히려 불행하고 내면이 빈약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또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추적하다 보면 매우 쓰라린 과거나, 전혀 예기치 않은 스스로의 약점이 드러나는 경우도 꽤 많았다.
내가 시사 잡지 편집장 시절 그 점에 착안해 ‘성공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연재물로 기획하고 내가 직접 취재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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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만난 성악가 조수미. 그녀는 서울대 음대 1학년에 재학중 같은 학교 동갑내기 상대생을 만나 뜨겁게 연애를 했다. 공부고 뭐고 다 제쳐놓고 연애에 몰두하는 바람에 2학년 올라가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됐다. 교수와 가족들은 상의 끝에 조수미를 이태리로 유학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조수미의 성공의 결정적 계기는 1학년 연애로 인한 유급사태 때문이었다. 만일 그녀가 불같은 사랑에 빠지지도 않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 생활을 통해 착실하게 서울대를 졸업했더라면 굳이 당시로선 가기 어려운 이태리 유학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유학생활을 했더라도 덤덤하게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조수미는 예술가 기질에 걸맞게 뜨거운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 채 타국 먼 나라에서 연인을 그리며 열망하는 시간을 보냈기에 지금의 조수미로 재탄생 했는지 모른다. 그 고통의 시간이 훌륭한 예술가로 만드는 흙이요 공기요 자양분이 된 것이리라.
오늘 날의 조수미를 만든 행운의 신은 처음에는 미소 띤 얼굴로 오지 않고  도리어 험악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조수미와 주변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적절히 대응해 행운으로 만들어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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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우 안성기는 어떤가. 그는 어렸을 적부터 아역배우를 해 공부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천성이 모범적인 그는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어쨌든 그는 자력으로 외국어대 베트남어과에 진학했다. 열심히 공부한 덕에 과에서 1등 졸업을 했다. 이후 ROTC 장교로 군복무를 했다. 어려서부터 영화인들의 험난한 생활을 너무 잘 아는 덕에 그는 직업으로 영화배우를 원하지 않았다. 대기업 샐러리맨이 되려고 했다. 그런데 군 복무중 베트남전이 공산 월맹의 승리로 끝나버렸다. 한국과는 외교관계가 단절되고. 베트남어 전공자를 받아주는 대한민국 직장은 아무 데도 없었다. 
결국 백수가 된 안성기는 배운 것이 연기라 영화판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지금의 국민배우가 됐다. 그 역시 월남 패망이란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취직을 못하게 된 게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의 대스타를 만들게 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런 취재에 몰두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실패담 취재를 통해 나와 자신과의 불화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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