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최윤정의 마음 숲 산책길

자신에게 너그러울 때 만사가 풀린다

완벽주의자가 문제가 되는 이유

shutterstock_1016393452.jpg

창원씨는 우울감, 불안감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청소년기 이후로 자신은 우울과 불안을 달고 살아왔지만 최근 더 심한 감정변화에 빠진 것은 또 다시 행정고시를 실패하면서 느낀 자책감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패배자라는 수치심과 불안이 자신을 찌르는 칼이 되어 고통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소위 완벽주의자라 칭했습니다. 

근래에 들어 잘못된 현상 중 하나가 완벽주의의 미화입니다. 대중들에게 완벽주의를 고달프고 힘겨운 것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프로다운 것’, 혹은 ‘성공의 과정’으로 잘못 인식되어 있습니다. 

자신을 완벽주의자라 칭하는 사람들은 완벽주의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환자들도 완벽주의자로 사는 것이 힘들지만, 완벽주의자로 살지 않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기저에는 완벽주의자가 옳다는 잘못된 신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들도 완벽주의를 고수했음에도 오히려 실패하고, 잘못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면 잠시 완벽주의에 대한 회의를 갖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내 관성대로 막연히 완벽주의가 옳다고 고집하면서 자신이 더 완벽하지 못해 실패했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고 더 큰 수치심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을 부정하고 의심하는 수치심은 절박하게 완벽주의를 선택하게 합니다. 이처럼 완벽주의는 수치심을 먹고 성장하며, 더 큰 수치심을 유발하는 함정에 빠트립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완벽주의는 성공을 방해합니다. 완벽함에 매달리는 것은, 내면에서 지독한 수치심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되는 것에 매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shutterstock_1234306276.jpg

그들은 자신의 본질을 지켜내면서 지금보다 나아진 자신이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와 전혀 다른 내가 되어야 완벽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수치심은 언제나 그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자기부정과 자기의심으로 인한 정신적인 소모가 크기 때문에 무언가를 성취할 원동력을 잃는 것이지요. 따라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기도 어렵고, 중도에 포기하게 될 확률도 큽니다.

또한 완벽주의는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과 특성을 살려낼 수 없고, 진짜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어렵게 합니다. 완벽주의자들은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이미지에 천착하고, 완벽한 모습으로 자신을 능력을 증명해 보이는 것에 치중하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이나 이상과 전혀 관계없는 일에 매달립니다. 완벽주의자들이 객관적인 성공을 얻어낸다고 해도 행복할 수 없는 것이 이 때문이지요. 몸이 부서져라 애쓰고 노력했지만, 그 끝에 결국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인생을 살게 된 것입니다. 자신에게 스스로 속은 것과 같습니다.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그것’에 절박하게 매달리지만, 한 번도 내가 왜 ‘그것’을 이루어야 하는지, ‘그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습니다. 

이처럼 완벽주의는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을 안내하고, 나아갈 원동력도 또한 앗아가는 괴물입니다. 수많은 연구 결과들도 완벽주의가 성공이나 행복과 무관하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완벽주의와 깊은 관련성을 갖는 것은 우울, 불안, 그리고 각종 중독(폭식증,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등)입니다.  

완벽주의는 결코 건강한 노력이 아닙니다. 건강한 노력은 자신을 기만하고 외면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에 집착하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한 노력이란 자신의 장점과 자신의 이상에 대한 탐구와 숙고 끝에 자신의 길을 스스로 정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완벽주의자가 아니라고 해서 좌절이나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과정들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경험이지요. 그러나 자기에 대한 믿음과 자신이 나아가는 삶의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좌절을 겪어도 다시 강인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글ㅣ 최윤정
프로필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장인과 학생 등 젊은 연령층이 주로 찾는 병원에서 근무하며 이들의 우울과 불안을 치료한다. 이별 수업, 자존감 키우는 법 등 청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며 멘토가 되었다. 행복과 자존감 문제를 다룬 책을 저술 중이며, 현재 Instagram 을 통해서도 글을 올리고 있다.
참된 치료자의 역할은 환자의 내면에 숨겨진 회복탄력성과 치유력을 함께 발굴하고, 환자 스스로 자신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치료자가 되게끔 인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Instagram 주소 : mondedereve1223
더보기

진행중인 시리즈 more

함영준의 마음 디톡스
인생 2막 잘살기
김휘열의 우리동네 주치의
약국에서 온 편지
김혜인의 놀멍쉬멍
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김은미의 라이프코칭
신기한 음식사전
오십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