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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의 마음 숲 산책길

“자녀에 대한 미움·화도 자연스런 감정”

고민하는 부모님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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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제 외래에
양육에 대한 죄책감과 우울감으로 찾아오시는 부모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의 고민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이 자녀를 한결같이 사랑할 수 없다는 것
때로는 자녀에 대해서 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과 감정을 품게 된다는 것.

나아가,
자신이 자녀를 망치고 있다는 파국적인 생각.
부모로서 자신이 자격 미달이라는 생각에서 오는 무력감.

그 분들은 하나같이 소진되어 있고,
우울했으며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있으며
동시에 자신이 억누르고 있는 감정의
실체를 알기에 죄책감을 느끼고 자기비난을 하시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렇게 저를 찾아온 많은 부모님들 중
단 한 분도 실제 자녀를 학대하거나 방임하는 부모는 아니였습니다.
실제 자녀를 학대하거나 방임하는 부모라면
그런 문제로 정신과를 찾아오지도 않았겠지요.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인 위니콧(D.W.Winnicott)은
1951년 ‘감정전이 속 증오(hate in the countertransference)’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돌보는 이들은, 애정에 굶주리고 자기밖에 모르는 대상들을 돌보고자 자신의 욕구를 미뤄두게 된다. 그럴 때 분노가 발생하며 심지어는 증오심까지 생긴다. 그러나 관계를 망치는 것은 미워하는 마음 그 자체가 아니라 부정적인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수치스럽게 여기거나 억압하는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양육은 힘겨운 과정입니다.
자녀를 미워하는 감정 역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감정입니다.
감정을 지나치게 억누르면 어느 순간 분출하게 되고 자녀에게 원치 않는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오히려 높습니다. 아마 이런 경험을 해보신 분들도 있을 것 입니다. 

모든 곳에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있듯이,
자녀를 키우며 사랑이 샘솟는 반면 미움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람이 완벽할 수 없고 부모도 사람입니다.
자녀를 사랑해주고 싶은 마음, 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항상 그것을 실천할 수 없다고 해도 이미 부모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글ㅣ 최윤정
프로필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장인과 학생 등 젊은 연령층이 주로 찾는 병원에서 근무하며 이들의 우울과 불안을 치료한다. 이별 수업, 자존감 키우는 법 등 청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며 멘토가 되었다. 행복과 자존감 문제를 다룬 책을 저술 중이며, 현재 Instagram 을 통해서도 글을 올리고 있다.
참된 치료자의 역할은 환자의 내면에 숨겨진 회복탄력성과 치유력을 함께 발굴하고, 환자 스스로 자신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치료자가 되게끔 인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Instagram 주소 : mondedereve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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