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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찾는 분들, 최대 고민은 ‘인간관계’

“자기 비난하는 버릇부터 고쳐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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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분이 처음 내원하시면 어떤 원인으로 증상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의 질문에 보통 직장, 학교 혹은 가정 때문에 힘들다고 간단하게 답을 하십니다. 그러다가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 환자분들이 겪는 고통의 80%는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령 직장 때문에 힘들다고 하셨던 분도,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장 업무 그 자체로 병을 얻게 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직장 동료와의 미묘한 갈등이나, 여러 직급의 사람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람 관계의 여러가지 문제들이 직장 다니는 것을 힘들게 하는 것이지요. 제 환자 중에는 아주 만족스러운 직장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맞지 않는 단 한 명의 동료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는 분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종종 인간관계로 인해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인간관계에서 이처럼 아파하는 것에는 생물학적인 원인도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 보셨을 거예요.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잘 소속될 수 있는 개체만이 살아남았습니다. 곰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없고 임팔라처럼 날랜 달리기 실력이 없는 인간에게 있어서 타인에게 좋은 평판을 받고 잘 어울리는 것은 생존과 즉결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생물학적 특성들이 유전되어 아직도 우리의 사회적인 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인간이 관계로 인한 고통을 겪을 때, 신체적인 통증에 맞먹는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 밝혀 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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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로 인해서 고통받는 분들은 그런 자신을 가엾고 안쓰럽게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고통 안에 있을 때에는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관계에 능숙한 것 같아 보이고, 사람 관계로 인해 아파하는 것은 나 혼자 뿐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게다가 갈등의 원인을 자신의 능력부족이나 결점으로 생각하고, ‘나는 인간관계에 실패한 사람이다.’,’나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없는 존재이다.’ 라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관계로 힘들어 하는 것은 당신 혼자만이 아닙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는 지극히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또 인간관계는 상호적인 것이기 때문에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이 같은 관계의 속성을 설명할 때 자전거에 비유합니다. 뒷바퀴가 고정된 채로 앞바퀴만 돌아갈 때, 자전거는 굴러갈 수 없습니다. 

인간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로 나 혼자 애를 쓴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과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당신이 모든 인간관계에서 실패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 같은 인식은 향후 인간 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데요. 하나의 부정적인 경험으로 나 자체를 인간관계에서 무능력한 사람으로 평가절하하게 되면 관계에 있어 수동적이고 회의적이게 됩니다. 그러면 미래에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다른 기회들까지 스스로 박탈하는 셈이 되는 것이지요. 

누구나 관계에서 실패를 겪지만, 항상 실패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 한번의 붓질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친 여러 번의 붓질로 멋진 유화가 완성됩니다. 당신의 넓은 캔버스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앞으로 더 예쁜 색으로 덮어씌우면 될 일입니다. 더 이상 인간관계의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만 찾으려 하거나,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까지 끌어들여 자신을 더 괴롭히지 마세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게 내 문제가 될 때는 참 많이 아픕니다. 아파하는 자신을 비난하기 보다는 이렇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네가 아파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누구나 겪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너는 더 좋은 관계 안에서 살 자격이 충분하다.
미래에는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인간 관계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상대방이 아닌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기 보다는 아파하는 자신을 감싸주세요. 더불어 미래에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기 바랍니다.

글ㅣ 최윤정
프로필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장인과 학생 등 젊은 연령층이 주로 찾는 병원에서 근무하며 이들의 우울과 불안을 치료한다. 이별 수업, 자존감 키우는 법 등 청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며 멘토가 되었다. 행복과 자존감 문제를 다룬 책을 저술 중이며, 현재 Instagram 을 통해서도 글을 올리고 있다.
참된 치료자의 역할은 환자의 내면에 숨겨진 회복탄력성과 치유력을 함께 발굴하고, 환자 스스로 자신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치료자가 되게끔 인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Instagram 주소 : mondedereve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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