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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의 나를 찾아줘

타인이 바라보는 나와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

카페인 끊을 때 되지 않았나요?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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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손님, 이곳은 VIP 고객님들만 출입하는 곳입니다. 일반 고객님은 아래층을 이용해주세요." 

6년 전 난생처음 가본 청담동의 고급 미용실에서 나는 VIP 고객들만 출입할 수 있는 비밀통로에서 길을 잃었다.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짙은 와인 빛깔의 벨벳 커튼으로 가려진, 마치 ‘밀실’을 연상케 하는 그곳은 호기심이 많은 나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케 했다.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듯 조심스레 와인색 벨벳 커튼에 손을 올리는 순간 나는 직원에게 제지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뒤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TV에서만 보던 톱스타 연예인이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기 위해 ‘밀실’에서 비밀통로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은 조막만 한 그녀의 얼굴보다 훨씬 커 보였고, 미용실 가운을 입었음에도 그녀에게서는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나는 마치 외국인을 처음 본 어린아이 마냥 신기해하며 그녀를 계속해서 응시했고, 이내 직원은 나를 ‘일반 고객’ 자리로 이동시켰다. 

그날따라 내 앞의 거울은 유난히 크고 화려해 보였다. 나는 거울 속 비친 낯선 여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제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듯 눈 밑에 내려온 다크서클과 흔적만 엷게 남아 있는 민둥산 같은 눈썹, 사막보다 더 건조할 것 같은 푸석한 피부는 아무리 메이크업으로 가려도 결코 가려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있는 곳은 청담동의 세련된 미용실이었지만 내 모습은 시골 읍내 오래된 미용실의 아낙처럼 초라하게 보였다. 

최근 인터넷에 ‘카페인’이라는 줄임말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커피에 든 성분이 아니라, SNS의 대표주자인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중독된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카페인을 끊을 수 없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하다. 자신의 일상을 자랑하듯 올리고 사람들로부터 ‘좋아요’를 받거나 댓글로 공감받는 만족감으로 SNS를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의 일상을 엿보면서 대리만족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타인이 사는 모습을 엿보며 우리는 오히려 자괴감에 빠지거나 패배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직장생활에 찌들어서 여행조차 다닐 수가 없는데 친구가 해외 휴양지에서 찍은 멋진 석양 사진, 비키니를 입은 채 여유롭게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사진을 올리면 부럽기도 하고 친구와 비교되는 자신의 삶이 보잘것없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친구에게 ‘좋아요’를 누르고 영혼 없는 댓글을 달아보지만, 기분은 바닥을 친다. 

사회심리학자 찰스 쿨리(Charles Cooley)는 ‘거울자아(Looking Glass Self)’라는 개념으로 사회적 인간을 설명했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내 모습, 혹은 그들이 나에게 기대한다고 생각되는 모습을 내 모습으로 인식하여 자아상을 형성해간다는 뜻이다. 즉, 타인이 나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인정해주면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느끼면 자아상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SNS 상의 ‘좋아요’나 ‘댓글’을 통해 자신을 근사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을 부족하거나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기도 하는데, 이렇듯 타인에게 듣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참고하여 ‘나’라는 사람을 정의 내리는 것은 거울자아의 대표적인 예다.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규정짓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면 가장 건강하고 바람직하겠지만,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과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로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누구의 인정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면 그것은 외롭고 고립된 삶이 될 수 있다. 또한, 거울자아를 완전히 거부하면 때로는 개념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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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바라보는 나와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 사이의 괴리가 클 때 우리는 심리적 혼란을 겪는다. 마치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며 사는 것처럼 늘 마음이 불편하다. 최근 내가 운영하는 심리상담소에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러한 이유로 자아상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혼재된 자아상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느끼면 그나마 다행이다. 타인이 바라보는 대로, 혹은 타인이 요구하는 대로 사는 데도 전혀 인식을 못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록 우리가 사회 속에서 자아상을 형성해가는 존재이긴 하지만, 타인이 바라보는 내 모습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그것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타인은 내가 가진 모습의 일부만 보고 나를 평가한다. 또한, 그들 각자가 가진 프레임대로 현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들이 보는 모습은 내 본연의 모습과 다를 수 있다. 오로지 다른 사람이 규정하는 ‘나’로 인식하며 평생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의 생각을 참고는 하되, 그 안에서 나를 정의 내리는 것은 ‘나’여야만 한다. 

현대 사회의 무수한 정보와 시각적 자극 속에서 고유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나에 대한 개념을 스스로 정립해나갈 필요가 있다. 사회가 나에게 매긴 순위에 굴복하며 살아가거나 타인이 나이게 씌운 가면을 쓴 채 살아간다면 개인의 진정한 행복은 머나먼 일이 될 것이다. 자기 인생의 VIP가 되는 일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 이 글에 소개된 내용은 필자의 저서 《적당한 거리》의 일부를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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