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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가 우리에게 주는 5가지 교훈

결혼 생활이 외로울 때, 배우자 문제가 아니라 내 탓?

김소원 심리상담사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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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부의 세계

 시청률 고공행진을 자랑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매 회차에서 부부에 대한 여러 가지 모습과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우리에게 경험하게 했다. 어떤 이는 주인공 지선우의 입장에서 감정 이입하며 분노와 슬픔을 느꼈을 테고, 또 어떤 이는 극 중에서 아들로 나오는 준영이의 서글프고 억울한 마음에 공감했을 것이다.

나는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에 공감하며 시청했다. 직업상 여러 상황에서 심리적 갈등과 아픔을 겪는 내담자들을 만나고 있기에 드라마 속 인물 하나하나가 상담실에 오는 고객들 같아 그들의 감정에 이끌리듯 캐릭터 속에 빠져들었다.

〈부부의 세계〉에는 네 커플이 출연한다. 주인공인 지선우와 이태오, 이태오와 여다경, 민현서와 박인규, 고예림과 손제혁. 네 커플은 직업도, 성격도, 살아가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큰 맥락에서는 모두 같다. 나의 행복을 위해 상대에게 집착하고 복수하며, 종국에는 관계를 끊어내려 하지만 사슬처럼 묶인 감정의 고리를 풀어내지 못하고 서로에게 다시 매달리고 마는 관계.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을까?

1.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다. 

태오는 아내 선우에게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주었음에도,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모욕감을 준 선우에게 분개한다. 아들 준영이를 위한다는 핑계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며 그녀를 고통스럽게 한다.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음은 물론이다. 마지막 회에서 그가 쏟아낸 말들은 우리를 경악게 했다. 

“나도 당신 용서할 테니 당신도 나를 용서해줘. 우리 세 식구 이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

 

2. 부부는 충족되지 않은 내면 아이의 욕구를 상대에게 투사한다.

부부가 된 순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신의 기대를 투사한다. 사춘기의 민감한 나이에 두 부모가 눈앞에서 목숨을 잃는 것을 본 선우는 가슴에 크나큰 트라우마를 남긴 채 성인이 된다. 똑똑하고 완벽주의적인 그녀는 악착같이 공부해서 전문의가 되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공허하거나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그런 선우에게 태오는 남편 이상의 존재였을 것이다. 자상한데다가 애정표현을 잘하는 태오는 선우가 느끼는 마음의 빈자리를 온전히 채워주었다. 완벽한 부부, 완벽한 가족. 주인공 선우가 오랫동안 바랐던 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을 이룬 것이다. 그들의 인생에 남편의 새로운 여자, 여다경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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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다경 역의 배우 한소희

 3. 한번 깨진 신뢰는 마음에서 회복되기 어렵다.

바람둥이 남편을 둔 앞집 여자, 고예림. 그녀는 남편 제혁의 바람을 눈감아주며 껍데기뿐인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남편을 놓아주는 것보다 껍데기뿐인 결혼이라도 유지하는 편이 그녀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남편을 용서하고 아이를 가지기로 약속한 그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남편의 외도사진을 보게 되고, 더는 믿을 수 없다며 제혁에게 이혼서류를 건넨다. 

그제야 제혁은 깨닫는다. 예림없이는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며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그녀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노력했고 진심을 보여주었다. 예림의 마음은 움직이고 제혁을 다시 받아들이기로 한다. 

재결합 후에 해피엔딩의 모습을 보여줄 것 같던 그들은 결국 이별을 선택한다. 예림은 남편을 믿고 싶었지만, 아픈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 남편을 믿지 못하도록 했다. 한번 깨진 신뢰를 다시 붙여놓으려고 해도 우리의 무의식은 상처 입은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기억한다.

 

4. 부부의 연(緣)은 생각보다 질기다.

한 간에는 〈부부의 세계〉를 ‘비혼 장려 드라마’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도대체 저 부부는 헤어졌으면서 왜 저러는 거야?’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드라마를 보았다면 나 또한 주인공 부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며 화가 나거나 답답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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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회에서 지선우가 자살 시도한 이태오를 보도로 옮기는 장면

 하지만 결혼 10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청하는 나를 발견한다. 부부는 서로 미워하고 죽일 것처럼 싸우다가도 아이의 일에 대해서는 동지가 되고 전우가 된다. 서로에게 소원하고 무관심하다가도 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가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을 무심코 카트에 담는 것이 현실에서의 부부다.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 지선우가 한 나레이션이 마음에 닿는다. 

 

“삶의 대부분을 나눠 가진 부부 사이에 

한 사람을 도려내는 일이란 

내 한 몸을 내어줘야 한다는 것.

부부간의 일이란 결국 일방적인 가해자도,

완전무결한 피해자도 성립할 수 없는 게 아닐까."

 

5. 결혼해도 독립해야 한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결혼은 혼자 있을 수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이십 대에 막연히 생각했던 결혼은 나의 반쪽을 찾는 일이었다. 반쪽과 반쪽이 만나 완벽한 원을 이루는 것. 하지만 그것은 무척 위험하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우리는 어떤 누구와도 완벽한 원을 이룰 수 없으며, 두 사람 사이에는 각자가 ‘자신’으로 존재하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개 마음속에 갖고 있던 상처와 불안을 ‘완벽한 가족’을 이룸으로써 벗어나려고 하지만 이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를 어둠 속으로 집어넣는다. 결핍된 욕구는 더욱 커져 상대를 원망하거나 옥죄기도 하고, 반대로 외도나 중독으로 상황을 회피하기도 한다. 

완벽한 부부는 비현실적인 기대일 뿐이다.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나 상대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타인이 아닌 자신을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이 결혼이다. 파트너를 의지하되, 의존하지 않는 것. 그것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힘이다.

문득 나에게 찾아왔던 한 30대 여성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 남편은 늘 저를 외롭게 해요."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당신을 외롭게 하기 전부터
당신은 이미 외로웠던 것은 아닐까요?"

 

글ㅣ 김소원
10년 차 심리상담사이자 작가. 인생 중반부를 넘어가며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길인지, 내가 삶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매일 글을 쓴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치유과정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현재 잠실에서 김소원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 중이고 저서로는 《적당한 거리》,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필요해》가 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 공인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며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돕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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