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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기도문

"그분이 다 잘하셨습니다"(본 회퍼)

히틀러를 암살하려다 체포돼 처형된 행동파 목사의 육성

디트리히 본회퍼  |  편집 김혜인 기자  201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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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무는 시간에
한 해를 엮어온
매 주일에 대해
매 순간에 대해
‘그분이 모든 것을 다 잘하셨습니다!’라고 기도 드립니다.

‘그분이 모든 것을 다 잘하셨습니다!’라는 고백을
차마 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을지라도
그러한 순간들이 하나라도 내게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기도 드립니다.

유난히 힘들게 했고, 괴롭히고 불안하게 했던 바로 그 날들에 대해
시퍼런 멍을 들이고, 쓰다쓴 아픔을 남겼던 바로 그 날들에 대해
‘그분이 모든 것을 다 잘하셨습니다!’라고
감사하며 겸손히 고백하기 전에는
한 해를 마치지 않으렵니다.

그러한 날들을
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해야 하는 것이며
이것은 감사를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과거의 얽히고설킨 미궁을 풀려고 하며
헤어나올 수 없는 생각의 쳇바퀴에 빠지지 말고
풀리지 않는 일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그대로 둔 채
하나님의 손에 편안히 맡겨드려야 하며
이것은 겸손을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그분이 다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가장 두려운 독침이 남아 있습니다.
나의 죄! 나의 죄여!
내 죄의 악한 열매는 여전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가 어찌 그것을 막을 수 있으리오?

만약 당신이 스스로의 죄에 대해
‘그분이 다 잘하셨습니다!’라고 고백할 수 없다면
당신은 진정한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아직도 자기의 죄를 완악하게 고집하는 것입니다.

‘그분이 다 잘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 자신이 스스로 다 잘하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신자가 심지어 자기 자신의 죄에 대해서도
‘그분이 다 잘하셨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음은
그리스도인의 가장 긍극적인 놀랍고도 놀라운 깨달음입니다.


   -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

독일 루터교회 목사이자, 신학자이며, 반 나치운동가.  튀빙겐대학 ·베를린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수학하였다. 미국 유학 후 베를린으로 돌아와 목사가 되었다.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고 나약하며 그 나약함으로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 강림했다고 역설했다. 당시 그의 신학사상은 직선적이고 과격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1930년대 히틀러의 나치스가 정권을 잡자, 반(反)나치스 운동을 시작했으며 모진 박해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수했다.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반나치스 지하조직을 주도하다 1943년 게슈타포에게 체포됐다. 수감 중에도 히틀러 암살을 조종했으나 실패로 돌아갔고 동지들 역시 모두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본회퍼는 1945년 4월 처형되었다. 그의 유언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시작이다."였으며, 그의 묘비에 새겨진 문장은 "디트리히 본회퍼?그의 형제들 가운데 서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다. 

그의 신학은 고난을 함께 나누는 삶의 실천이다. 그는 히틀러에 추종했던 독일 기성교회에 대해 ‘값싼 은혜를 나누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가 말한 값싼 은혜는 그리스도를 따름이 없는 은혜, 그리스도를 따름에 따른 고난이 없는 은혜, 성육신의 실천이 없는 은혜이기도 하다. 즉,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이 없는 신앙은 싸구려 신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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