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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중 교수의 음식예찬 (11)

노부부의 '먹고 마시는 삶'을 통한 풍자

고골의 <옛 기질의 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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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의 단편 <옛 기질의 지주(1835년)>는 겉으로는 온화한 시골 지주 부부의 평화로운 삶을 보여주지만, 속으로는 평생 먹고 사는 일에만 관심을 쏟고 살아온 부부의 삶이 얼마나 범속하고 하찮은가를 풍자하는 이야기다. 

한평생 서로 ‘사랑하며’ 늙어가는 부부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먹는 일이다. 한쪽이 죽을 때까지 그들은 사이좋게 음식을 권한다. 오로지 먹는 일만이 그들 삶의 전부다. 대화도 오로지 먹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부부는 점심 식사 후에는 수박을 실컷 먹고, 간식으로 과일 만두를 먹고, 저녁 식사를 앞두고 다시 한 차례 간식을 먹고, 9시경에 저녁 식사를 한다. 그러고도 성에 안 차는지 남편은 한밤중에 일어나 배가 아프다고 투덜거린다. 아내는 배가 아프다는 사람에게 음식을 권한다. 남편은 무언가를 또 먹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부인이 사소한 일이 원인이 되어 세상을 하직한다. 홀아비가 된 남편은 허깨비처럼 여생을 보낸다. 홀아비 노인의 집은 황폐해지고 완벽하게 식물인간처럼 살아간다. 그래도 음식에 대한 ‘의식’만큼은 아직도 살아 있어 다음 요리가 지체될 때면 “요리가 왜 이렇게 늦는 거야?"라며 하인들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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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전혀 움직임이 없는,  마치 고인 물처럼 썩어가는 세계, 반복의 습관과 무위와 불변에 함몰된 세계를 보여줄 뿐이다. 이 부부의 삶은 하나의 거대한 습관, 즉 먹과 마시고 자는, 죽음의 순간이 올 때까지 끝없이 반복되는 습관에 불과하다. 

결국 작가가 주는 메시지는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범속성’의 끔찍함이다. 그에게 범속성은 예술적 영감의 주된 원천이자, 그가 몰아내려 했던 악의 현현이었다. 

온화한 노부부의 삶을 통해 고골은 범속성에 대한 자신의 공포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것인가를 보여준다. 스스로 대식가인데다가 그런 식욕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고골이 그린, 아무 생각도 없이, 말도 제대로 못하며, 마구 흘려가며 음식을 입에 처넣는 노인의 모습은 어쩌면 고골 자신이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미래의 자기 이미지인 지도 모른다. 

고골은 말년에 무서운 극기로 식욕을 억제하고 결국 영양부족으로 죽고 말았다. 끔찍한 말년이었다. 그는 영혼의 양식을 찾아 육체의 양식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쩌면 아주 불행하지는 않았는지 모른다. 적어도 그의 최후는 범속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 출처: 석영중 교수 저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예담, 2013)

글ㅣ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며 고려대 중앙도서관장을 겸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본연의 연구, 교수 활동은 물론 강연, 집필, 방송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00년에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슈킨 메달을 받았고 제 40회 백상출판번역상을 수상했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한국슬라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뇌를 훔친 소설가>, <러시아 시의 리듬>, <러시아 현대 시학>, <러시아 정교>, <석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번역 교실>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뿌쉬낀 문학작품집>, <분신>, <가난한 사람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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