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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중 교수의 음식예찬9

러시아 문호 고골이 굶주림으로 숨진 이유

"내 뱃 속에 악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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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N.V.Gogol,1809~1852)은 러시아 문학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유명한 대식가이자 식도락가였다. 그가 섭취한 음식의 양은 살아생전에 이미 전설로 만들어 주었다. 

보통의 체구를 지녔지만 보통 사람보다 두 배 내지 세 배 가량 더 많이 먹었고, 먹은 것을 금방 소화할 수 있는 복 받은(혹은 저주 받은) 위장의 소유자였다. 

물론 푸슈킨도, 톨스토이도 대식가였지만 고골은 차원이 달랐다. 요즘 말로 먹는 일에 ‘올인’한 사람이었다. 글쓰기 외에 그가 관심을 기울인 유일한 일이 요리와 식도락이었다. 여성과 연애한 적도, 결혼한 적도 없고, 오로지 먹는 일에 투신했다. 음식에 대한 그의 열정 내지 식탐은 그의 작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코가 있어야 할 자리가 방금 구워낸 팬케이크처럼 매끄럽군요"

   - <코>

“이반 이바노비치의 머리통은 무청이 아래로 향한 무 같고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머리통은 무청이 위로 향한 무 같다"

   - <이반 이바노비치와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싸운 이야기>

 

그의 단편 <옛 기질의 지주>, 희곡 <검찰관>, 대표적 장편 <죽은 혼>은 온갖 맛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음식에 대한 언급으로 가득 차 있다. 음식이 없으면 소설이 성립되지 않을 정도다. 오죽하면 <고골에 관한 음식 노트>라는 연구서까지 나왔을까. 

문제는 고골이 그 엄청난 식욕을 부끄러워했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괴로워했고, 그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또 엄청나게 먹었다는 점이다.  

고골이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식욕을 “악마"라고 불렀다. 

“내 뱃속에는 모종의 악마가 살고 있습니다. 그 놈이 모든 걸 망쳐 놓습니다."

진짜 그랬다. 그의 뱃속에 든 악마가 그의 삶도 망치고 그의 작품도 망쳤으며 그의 목숨도 앗아갔다. 

고골이 어린 시절 받은 종교 교육은 고골과 음식의 관계를 복잡하게 했다. 약간 광신 끼가 있던 어머니는 툭하면 지옥 얘기를 해서 어린 아들에게 겁을 주었다. 지옥 가는 행위에는 물론 탐식도 있었다. 

그래서 고골은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더구나 그가 다닌 네진 중학교는 엄격한 가톨릭 계열의 학교로 극기(克己)를 학생들에게 주입했다. 고골의 먹는 것에 대한 죄의식은 천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졌다. 

소년 시절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죄의식과 공포는 점점 증폭되어 결국 러시아 문학사상 가장 엽기적 죽음을 초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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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은 1840년(31살)에 신경쇠약으로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소생하면서 하느님이 내려주신 자신의 소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5년 뒤 또다시 심각한 신경쇠약에 걸렸으나 되살아났고 이때부터 더욱 열렬한, 거의 광신에 가까운 신앙생활에 돌입했다. 

이제 그에게 음식을 비롯해 육신의 만족과 관계된 모든 것은 죄악이었다. ‘영혼의 양식’에 굶주린 작가는 ‘육체의 양식’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폭식, 대식, 탐식, 미식은 절식, 금식, 단식에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고골의 글쓰기 역시 소설에서 ‘교훈서’로 전환했다. 그는 자기의 소명이 인류를 교화하는 데 있다고 믿었다. 

그는 문인보다 신비주의 종교인들과 더 자주 접촉했으며, 그중 정교회 신부인 마트베이는 고골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면서 광적인 극기의 상태로 몰고 갔다. 고골은 금식과 기도를 되풀이했다.

고골의 말년은 비참했다. 영혼의 정화를 위해 점점 더 극단적인 음식의 절제를 시도했고, 사망 6개월전부터는 거의 ‘거식증’ 환자와 다름없었다. 

결국 그는 순전히 ‘정신적 이유’로 식음을 전폐했고 그로 인한 영양실조가 죽음을 재촉했다. 러시아가 낳은 최대의 대식가이자 미식가, 식도락가였던 작가는 문자 그대로 굶어 죽었다. 영혼의 양식을 위해 육체의 양식을 완전히 버린 결과였다. 

 ※ 출처: 석영중 교수 저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예담, 2013)

글ㅣ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며 고려대 중앙도서관장을 겸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본연의 연구, 교수 활동은 물론 강연, 집필, 방송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00년에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슈킨 메달을 받았고 제 40회 백상출판번역상을 수상했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한국슬라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뇌를 훔친 소설가>, <러시아 시의 리듬>, <러시아 현대 시학>, <러시아 정교>, <석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번역 교실>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뿌쉬낀 문학작품집>, <분신>, <가난한 사람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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