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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마음 디톡스 (30)

열대야, 근심걱정 많은 데도 잠 잘자는 법

인간의 기본적 생체리듬 회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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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열대야 시즌이다. 걱정이 없는 사람도 이럴 땐 제대로 잠을 자기 어렵다. 자연스런 생리적 현상이다. 그러나 걱정거리도 많고 피곤이 누적된 사람들은 어떨까. 더욱 잠들기 어렵다. 새벽까지 뒤척이고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하다 파김치가 된다. 이런 일들이 매일 반복된다면 심신 건강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수면제를 먹으면 쉽게 잠을 잘 수 있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습관성이 돼 점점 수면제 강도가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수면제 없이 자율적으로 잠들 수 없게 된다.
 
# 극복 사례 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10년전 퇴직한 영란씨(70)는 2년 전부터 시작된 수면 문제로 스트레스 완화 클리닉에 참여했다. 제대로 잠을 못 자 밤새 쉬지 못하고 뜬 눈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의사가 그녀의 긴장을 풀기 위해 매우 낮은 용량의 신경안정제를 처방했다.
그러나 그녀는 약 먹는 것이 무서워서 몇차례 먹다 말고 결국 약에 의존하지 않고 잠을 잘 잘 수 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 8주 마음챙김 명상(MBSR)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녀는 프로그램 전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해 나갔다.  
그녀는 마음이 너무 방황해서 정좌명상보다는 요가를 좋아했으며 날마다 책임량보다 더 많이 수련했다. 8주가 끝날 무렵 그녀는 매일 밤, ‘기적적으로’ 곧바로 잠들 수 있었고 약의 도움 없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
 
# 사례 ②
내 경우다. 10년전 퇴직하고 집에서 쉬면서 우울증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우울증인 줄 모르고 견뎠는데 점차 불면증의 날들이 많아졌다. 잠을 못자니까 기력이 떨어지고 판단력도 흐려지며 마음은 더욱 부정적으로 바뀌어 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밤 찾아온 공황발작. 이튿날 병원을 찾아가 보니 우울증이란 진단이 나왔다.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등 약 처방을 받았으나 자칫 약에 의존적이 될 까봐 며칠 먹다 중단했다. 약을 먹을 땐 잠을 잘 잤지만 끊으니까 다시 불면증이 찾아와 증세는 악화됐다.
결국 후배 소개로 알게 된 병원을 찾아가 수면제와 진정제, 항우울제의 처방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았다. 잠은 바로 잘 자게 됐다. 문제는 수면제 없이 잠을 잘 잘 수 있어야 했다. 내 경우에는 그것이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관문이었다. 
나는 아침마다 일어나 한시간씩 자전거를 타는 운동을 했다. 낮에는 마음이 우울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밝은 생각을 가지려고 긍정훈련을 했으며, 저녁에는 되도록 집으로 일찍 귀가해 쉬면서 단전호흡 등 심신을 내려놓는 운동을 했다. 매일 반복하면서 상황은 빠르게 호전해 약을 줄여 나갔고 3개월 후에는 완전히 약을 끊고도 잠을 잘 잘 수가 있었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면제를 다시 먹거나 더 이상 불면증으로 고생한 적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때 우울증을 치유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하는 명상, 심신의 활력을 주는 운동을 생활화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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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③
불면증을 오히려 자신의 더 큰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삼은 적극적인 사례다. 직장생활 13년차  성현씨(40)는 맞벌이 부부로 아이 둘(10세, 7세)이 있다. 아이들이 간난 아기 시절 밤에 깨어 어찌나 울어대던지 제대로 잠을 잘 날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성현씨와 그의 아내는 하룻밤에 서너번씩 일어나 밤이면 밤마다 아이를 돌보는 시절을 5~6년 했다. 부부가 교대로 한사람씩 일찌감치 잠들려고 했고, 그러다가 아이가 울면 일어나 달래는 일을 했다.
성현씨가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매일 밤 우는 아이 달래는 일을 하면서 지치거나 병이 들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수면 문제와 싸우려 들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잠을 자지 못하는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으며 오히려 마음의 훈련, 나아가 명상 수련의 일부로 삼으려 했다. (그는 대학 시절 명상동호회에 가입했었다)
그는 아이 하나를 안거나 업고 마루를 걷고, 달래고, 노래 불러주고, 흔들어 주곤했다. 그러한 일을 통해 그 아이들이 정말 자신의 자식임을 떠올리면서 그들의 감정, 몸, 그의 몸, 그의 아버지됨을 자각했다. 그의 한쪽 마음에선 한시 바삐 침대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그 시간에 ‘깨어 있음(awakeness)'을  수련하는 기회로 삼았다.
이렇게 마음 먹은 후부터는 밤중에 깨는 것은 한 인간으로, 그리고 한 아버지로서의 훈련과 성장을 위한 또 다른 기회가 되었다. 
 

요즘 시중에는 수면제 광고와 함께 불면증을 이기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불면증을 극복한 위 세 사람의 케이스는 그런 지엽적인 방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근원적인 방법, 즉 마음을 쉬게 하는 기술을 터득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현대인의 불면증은 지구상에서 태어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체 리듬과 어긋난 생활의 연속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쉴새 없이 몰아치는 일, 욕망, 스트레스, 자극의 압박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쉬고 즐기는 본능을 잊어 버렸다. 그래서 24시간 긴장, 불안, 압박 속에서 산다.
위 세 사람이 불면증을 극복하게 된 유효한 수단은 운동, 요가, 명상이다. 운동을 통해 육체적 활동→ 신체 활력→ 심신 이완을 거쳐 숙면으로 이어졌고 요가와 명상은 늘 방황하고 산만한 현대인의 정신을 지금 이곳에 모우고 평정심을 가져다 줘 자연스레 심신이완과 건강을 회복시켜준 것이다.  
 
◇ 잠 안올 때 침대에 누워서 하는 명상법
■ 호흡 명상
- 이불이나 침대에 누워 눈은 지그시 감고 양손은 몸통과 나란히 하고 양발은 적당히 벌어지게 한다. 손바닥은 하늘로 향하게 한다.
-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주의를 호흡에만 집중한다. 숨을 들이 쉴 때 ‘숨을 들이쉬고 있다’고 알아차리고 숨을 내쉴 때 ‘숨을 내쉬고 있다’고 알아차린다.
- 심호흡이 익숙해지면 복식호흡이 자연스레 된다. 들숨이 배가 볼록 올라오고, 날숨에 배가 움추려든다. (숨이 거북하거나 잘안되면 편한 대로 숨을 쉰다)
 * 수식관(數息觀)
   한번 호흡(들숨과 날숨)할 때마다 1,2,3,4 숫자를 헤아리는 호흡법
 * 만트라
   호흡할 때마다 마음의 평정을 가져오는 특정 단어나 구절을 반복하는 것.
   예컨대 들숨 때 ‘나는’, 날숨 때 ‘행복합니다’라고 마음 속으로 되뇌인다. ‘여호아는, 나의 목자시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등등.
■ 몸 바라보기 명상 (보디스캔)
- 위와 같은 자세로 누워서 자연스레 숨을 쉬면서 아주 부드럽게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라. 콧구멍이나 복부, 또는 호흡에 수반되는 모든 것들에 주의를 집중하라. 들숨과 날숨 그리고 그 사이 시간적 공간도 의식하라.
- 먼저 머리에 의식을 가져와 주의를 집중해라. 정수리, 귀, 머리 뒤쪽을 차례로 마음의 눈으로 훑는다. 어떤 느낌이 드는지, 통증은 없는지 살펴본다.
- 이제 주의를 얼굴로 옮겨라. 1분간 이마, 눈, 뺨, 코, 입술, 입, 잇몸, 혀에 주목하라. 어떤 느낌이 드는가.
- 목과 어깨에 주의를 돌려라. 1분간 목과 목구멍 안, 어깨를 살펴라. 특히 목과 어깨는 자주 스트레스로 뻐근하고 뭉쳐있는데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완시켜라. 뻐근한 부분으로 숨이 들어가고 나간다고 상상하라.
- 등 전체를 1분간 바라본다. 먼저 등의 윗부분부터 시작해 중간, 아랫부분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다. 등은 많은 짐을 지고 긴장되어 있으므로 그에 합당하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주의를 기울이자.
- 이제 주의를 몸 앞쪽으로 옮겨 1분간 가슴과 배를 살펴본다. 폐, 심장, 위, 간, 장 등 내장기관을 바라본다.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그 부분에 숨이 들어가고 나간다고 상상하라.
- 사타구니와 반대쪽 양쪽 엉덩이에도 의식을 옮긴다. 피부에서의 느낌, 내부에서의 느낌을 알아챈다.
- 양 다리를 허벅다리에서부터 무릎, 정강이, 발목, 발등,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차례로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다. 느낌을 알아챈다.
이런 식으로 온전하고 따뜻하게 몸에 주의를 돌리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잠이 스르르 들게 된다. 잠이 들지 않더라도 최소한 심신이 완화됨을 느낀다. 괜히 생각을 이곳저곳에 쓰면서 마음에 걱정을 불러오기보다 오로지 몸에 주의력을 돌리는 훈련을 반복한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2018년부터 국내 저명한 심리학자들을 초빙, ‘8주 마음챙김 명상’ 강좌를 조선일보에 개설했다.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우울증 치유기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40대 중년 위기를 다룬 <마흔이 내게 준 선물>, 한국 걸출한 인물들의 인생기 <내려올 때 보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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