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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마음 디톡스 (6)

김대리가 출근 길 평정한 마음 갖는 법

'인간관계 스트레스' 이렇게 푼다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  편집 김혜인 기자  202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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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학교로 가는 중이었다.

그는 수학 시간이 걱정되었다.

그날 수업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건 수위의 임무가 아닌데도 말이다. 

 

위 문장을 읽으면서 당신 마음속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처음에는 어린 남자아이가 학교로 향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 다음엔 그가 중학생 정도라고 생각하다 곧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이라는 판단을 내린다. 마지막으로 준호가 수위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다. 

이는 우리 마음이 세상 모습을 그리기 위해 ‘장면(사실) 뒤에서’ 끊임없이 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는 결코 사진(사실)처럼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보려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에게 주어진 사실을 토대로 추론하고 예측한다. 사실에 여러 가지를 덧붙이고 판단을 내린다. 

과거 경험에 끼어 맞추기도 하고, 바라는 대로 예측하기도 하며, 마음 가는 대로 의미를 부여하거나, 논리를 도입해 결론을 맺기도 한다. 이는 순식간에 이뤄지는 마음 작업이다.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거나 과거를 기억하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미래를 예측하거나 어떤 결정을 내릴 때마다 우리는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 결과 우리 마음의 눈에 보이는 사건은 사람마다 매우 다르며, 객관적 실재와도 터무니없이 달라진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바로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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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보기 때문이다.  

회사는 바로 이같이 불완전한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의 집합 장소 중 하나다. 우리는 

매일 회사에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어울리며 지낸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마음  속에서 ‘스토리텔링’ 작업을 한다. 

누구나 자신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 긴장으로 이어진다. 그들을 오해-곡해하거나, 반대로 그들로부터 오해-곡해를 받으며 살아간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김대리>

· 팀장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없어
· 왜 사사건건 나만 가지고 들들 볶지?
· 나한테 괜히 친절한 척 하는 거야. 속으로는 칼을 갈면서

<박팀장>

· 김대리는 왜 일처리가 늘 그 모양이지?
· 일일이 다 지시해야 하니 참 답답하네
· 좋게 대해 주려고 해도 안되네 

 

이럴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음이 혼란스러워진다. 이런 부정적 생각이 자주 들면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해’ ‘나하고 안 맞아’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믿게 된다. 그러니 서로 맞닥뜨릴 때마다 긴장되고 어색해진다.

아침에 출근할 때 애써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사무실로 향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이 뒤숭숭하고 무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인간관계다. 만약 위의 두 사람이 전날 업무로 공개적으로 언쟁을 벌였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때 여러 생각이 두서없이 떠오르며 마음을 점령한다.  

회사 동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어떻게 대할까. 그리고 나와 다툰 그 사람에게 나는 오늘 어떻게 대할까. 그 사람은 어떻게 나를 대할까. 그때 나는 어떤 식으로 대응할까. …


예전에 나도 이런 심리 상태를 많이 겪었다. 지금은 이런 식으로 내 마음을 다룬다. 

‘평정, 평정, 평정’

그것은 곧 외부로 향해 있던 내 마음을 내부로 향하라는 신호다. 

아차.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어, 정신 차려야지

나는 반사적으로 심호흡을 한다. 가슴을 쭉 펴고 천천히 깊이 숨을 들어 마시고, 다시 깊이 숨을 들어 내쉬는 동작을 몇 번 반복한다. 신기하게도 몇 번 하고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또다시 마음 속 지령이 나온다.

‘마음 차렷! 지금 여기(here & now)에 집중!’

건성건성 걷던 나의 신체 동작과 자세는 느려지고, 절도 있게 변하며, 산만했던 마음은 ‘지금 여기’ 오직 출근길에 집중하게 된다. 

‘Think(생각하기)가 아니라 Feel(느끼기)이네’

어느덧 나는 ‘마음 속 수다’에서 벗어나 내 신체감각과 주변 상황을 알아차리게 되는 여유를 찾게 된다. 주위 풍경을 본다. 유리창 밖 하늘도 바라보고 건물 복도 인테리어도 살펴본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과 차림새도 관찰하지만 의식적인 평가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내 주의력을 지금 담담한 마음 상태와  걸어가는 자세, 신체 감각 등 오감에 집중할 뿐이다. 

어느새 사무실에 도착했다. 나는 자연스런 표정으로 예의바르게 인사를 나누며 내 자리에 앉는다.

 

◇뒤숭숭한 마음 정리 포인트

1. 심호흡하기

2. 주의력을 ‘지금 여기’에 모우기

3. 생각하지 말고 느끼기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2018년부터 국내 저명한 심리학자들을 초빙, ‘8주 마음챙김 명상’ 강좌를 조선일보에 개설했다.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우울증 치유기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40대 중년 위기를 다룬 <마흔이 내게 준 선물>, 한국 걸출한 인물들의 인생기 <내려올 때 보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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