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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 살기 (86)

인생 마지막 품위있고 행복하게 맞는 법

전문가가 꼽는 웰다잉 10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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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기억은 아주 선택적이다. 아무리 파티에 오래 참석하고, 일생 절친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더라도 주로 극적인 순간이나 강렬했던 인상, 그리고 마지막 모습만을 기억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마지막 모습이 매우 중요하다. 평소와 다르게 의연하지 못하거나, 주변을 실망시키는 행동이 많이 나올 경우 가족과 친지의 마음은 매우 아프다.

A씨는 80세가 넘도록 건강했지만 말년에 찾아온 위암으로 쓰러졌다. 평소 너그러웠던 성품은 간데 없고 병상에서 보였던 분노와 증오는 격렬했다. “나는 죽을 수 없다"며 외치다 결국 가족들과 포옹 한번 나누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평생의 화를 다 내고 돌아가셨다"는 것이 가족들의 회상이다. 평소 돈독했던 부친과 가족의 관계는 그 죽음의 과정으로 인해 단절되고 훼손됐다. 어떤 사람의 일생에 대한 판단의 척도는 어떻게 살아왔느냐뿐 아니라 어떻게 죽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사형수 이야기를 취재할 때 흥미로웠던 점은 왕년에 한가락했던 세도가나 권력가들이 죽음 앞에서는 일반 잡범들보다도 의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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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받는 이정재 / 출처 : 영남신문

 

자유당 시절 정치깡패였던 이정재. 

현저동 구 서울구치소 시절엔 ‘지옥 3정목’이라고 불리던 샛길이 있었다. 의무실로 가는 길에 왼쪽 사형장으로 꺾이는 길목을 말한다. “이쪽으로"라는  말에 사형수는 자신의 운명을 알아차린다. 

바로 이곳에서 이정재는 평소의 의연함을 잃어버리고 “이 놈들이 날 죽인다"고 고함을 지르며 버텼다. 결국 완력이 센 교도관들에 의해 사형장으로 질질 끌려 들어갔다.

이정재와 함께 수감됐던 임화수. 연예계 대부로 군림했던 그는 “엄마, 나 죽기 싫어"를 연발하며 어린애 같이 엉엉 울고 발버둥치다 끌려 들어갔다.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10.26 사태의 주인공 김재규(전 중앙정보부장)도  예상 밖으로 인간의 연약한 본성을 드러내면서 죽은 축에 속했다. 김은 스님의 집례를 거부했으나 두 손으로 꼭 쥔 염주를 굴리면서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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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받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 출처 : 조선일보

 

 

“…날 죽일 필요가 없잖아. 이건 크게 잘못하는 거야. 내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유언은 조리를 잃고 비방으로 발전했다. 집행관이 눈짓을 하자, 집행자들이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뒤에서 두건을 씌웠다. 염주알을 든 두 손이 더욱 급하게 떨리고 있었다.…

반면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 경무대에서 막강한 힘을 구사했던 곽영주(전 경무관)의 유언은 매우 인간적이고 솔직했다. 

 

“누구보다 아내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겨 주십시오. 지금 이 마당에서 제가 무슨 국가와 민족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동안 한번 집을 나가면 1주일에 한번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게 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일로 나는 이 자리에 섰습니다. 

참으로, 진정으로… 제 아내와 자식들에게 미안했다…, 다른 집 아빠, 남편처럼 하지 못하고 가서 죄송하다…는 말을 꼭 전해 주십시오…"

 

품위 있는 죽음의 준비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서울대가 2012년 행한 ‘웰다잉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7%가 ‘다른 사람에게 부담 주지 않는 것’을 1위로 꼽았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등 삶과 죽음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죽음을 미리 체험하는  ‘임종 체험행사’, 유언장 작성 및 낭독, 엔딩노트 작성, 신체기증, 장례문화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기존의 죽음에 대한 관념이 김훈의 표현처럼 ‘어둡고 무서운 것’이었다면 지금 ‘웰다잉 시대’에선 ‘아름다운 삶의 완성’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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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이란 체념적-방어적이 아니라 적극적인 삶에 대한 또다른 자세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행복한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오려고 했듯이, 죽음 앞에서도 최선을 다해 가치 있게 삶을 마무리하자는 뜻이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품위 있고,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인생은 아름답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좋은 법이다.

56세를 일기로 타계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17세 이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정말 할 것인가’를 끝없이 자문했다고 한다. 새삼 그가 2005년 스탠퍼드대학 졸업식에서 한 말이 인상적으로 떠오른다.

“여러분,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무엇인가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 전문가가 꼽는 웰다잉 10계명 

1. 건강 체크

불치병인지 만성질환인지 자신의 몸상태를 정확히 진단한다

 

2. 사전의료의향서(Advanced Directives) 작성

회복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수혈 등을 받을지 미리 정해둔다

 

3. 자성시간 갖기

‘내가 왜 이런 일을 겪게 된 걸까’하고 자문해 현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4. 법적 효력 있는 유언장-자서전 작성

재산분쟁을 막기 위해 유언장과 함께 삶의 가치와 지혜도 전해준다.


5. 자원봉사하기

건강할 때 이웃을 위한 봉사가 결국 자신을 돕는 일이다.


6. 버킷리스트 작성

하고 싶은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 가족?친구들과 시간을 같이 보낸다.


7. 추억 물품 보관

기억하고 싶은 사진이나 편지, 선물, 기념품 등을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둔다.


8. 마음의 빚 청산

물질적인 빚뿐 아니라 마음의 빚도 사과와 함께 갚도록 노력한다.


9. 고독사 예방

위급 순간에 가장 빨리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를 정해둔다.


10. 장례 계획 세우기

미리 장례 방법과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계속>


여든 여섯번째 기억하기

“여러분,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무엇인가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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