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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살기 (77)

부자도 아닌데 자식 결혼은 꼭 5성급 호텔

인생 황혼기에도 꺼지지 않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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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욕심은 나이, 지위, 재산과 관계없다. 오히려 나이가 들고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을수록 욕심은 더 커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자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관성의 법칙’(뉴턴의 제1운동법칙)처럼, 일평생 돈, 자리, 타이틀을 추구하며 살아오다 어느 날 갑자기 방향을 바꿔 신선 같은 삶을 추구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인생의 황혼기에 도달할수록 삶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게 본능이다.

여기에 ‘한국적 상황’이 오버랩 된다. 몸은 물질적 빈곤에서 벗어난 지 오래됐는데도 아직도 마음은 배고파하는 ‘정신적 빈곤국’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하면 된다’, ‘잘 살아보세’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까지는 좋은데 그 이후를 향도할 메시지가 부재하다보니 아직도 경쟁, 승리, 성장, 확대, 서열, 비교, 과시 등 20세기적 가치관에 집착하고 있다. 한마디로 욕망의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우리들이다.   

한국 사회가 욕망의 포로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결혼문화이다. 

자영업을 하는 친구가 있다. 그저 중산층 정도의 삶인데도 시내 한복판 5성급 호텔에서 딸 결혼식을 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왔다. 그런 데서 할 정도면 혼수니 신혼여행이니 부대 경비도 엄청나게 들텐데 연유를 물었다. 

“아내도, 딸 아이도, 사돈 집도 그렇게 하길 원해. 내가 지금껏 해준 것도 없는데… 어쩔 수 없네. 올 때 자네 명의 화환 좀 보내줘…"  

“노후대책 자금은 있냐"고 물었더니 “어떻게 되겠지. 지금껏도 살아왔는데…"라고 대답했다. 결혼식장에 가서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보통 지인들이 내는 부조금이 5만~10만원 정도인데 최소한 그 가격 정도의 비프 스테이크에 와인이 곁들인 식사가 나왔다. 차라리 안 먹고 신혼부부 살림살이에 도움이 된다면 더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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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누가 누구를 탓할 게 아니다. 그 친구 말대로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결혼식을 원한다. 각자의 욕망이 만나 타협을 거쳐 접점에 이르게 되면 그것이 곧 그 사회 문화를 이루는 구성인자가 된다. 보통 집 한 채에 약간의 저축예금이 있는 게 베이비부머 세대의 재산 현황이지만 이처럼 한심한 결혼문화를 이끄는 것도 그들이다. 모두가 공범인 셈이다.  

나는 스스로 욕심이 적은 사람인 줄 알았다. 젊은 시절 가졌던 성취욕, 명예욕은 사내로서 가져야 할 정당한 욕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오십대 중반을 지나는 어느 날 갑자기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내 인생은 더 이상 청춘이 아니고 노년으로 향하고 있으며, 둘째 열심히 살아왔지만 이룬 것은 별로 없다는 자각이었다. 좋게 보면 인생을 되돌아보는 겸허한 자기반성이지만 자칫 내 속의 온갖 욕망을 다시 불붙일 인화물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깨달았다. 

어쨌든 그런 자각이 든 순간부터 나는 초조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제 곧 황혼기다. 한정된 시간이다. 앞으로 시간은 더 빨리 갈 텐데 이룬 것도 없고, 노후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내 명의의 적금도, 암보험 하나도 들지 못했다. 그때부터 난 온갖 계산, 궁리에 과거 생각지 않았던 걱정 속에 쌓이기 시작했다. <계속>

일흔일곱번째 기억하기

인생의 황혼기에 도달할수록 삶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게 본능이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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