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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 살기 (64)

한국인들이 성을 잘 내는 이유

내 마음 속에 있는 ‘성난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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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그렇지만 내게도 몇 가지 성격적 결함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성을 잘 낸다는 점이다. 남이 보면 별거 아닌 일을 가지고 순간적으로 화를 내거나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에 대범하고 인간적으로 행동하다가도 아주 사소한 일에 성을 내니 주변 사람들이 영문을 몰라 하거나 어려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나도 이유를 몰랐다. 

우연히 심리학에 관한 서적을 뒤적이다 번뜩 눈에 들어오는 책을 발견했다. 정신과 전문의 이무석이 쓴 ‘30년만의 휴식’.

잘 나가는 중견기업 임원인 주인공 ‘휴’는 인간관계가 어렵고 행복감을 느낄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무의식에는 그를 쫓는 아버지가 있었다. 엄격한 아버지는 형을 편애했다. 어렸을 적부터 ‘휴’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무의식 중에는 ‘항상 엄격한 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어린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런 무의식이 결국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끝이다. 아버지는 나를 외면할 것이다’는 생각으로 집중돼 자신과 주위를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는 ‘냉혹한 상사’로 휴를 만들어갔던 것이다. 

결국 의사와의 심리치료 끝에 휴는 그런 무의식 세계의 억압적 구속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행복을 누리고 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면에 ‘성난 어린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사고로 잃었다. 조부모께서는 젊고 지적인 어머니에게 재가를 권하셨다. 나는 부모님 손이 아닌 조부모 손에서 자랐다. 내게는 아버지와의 추억도 없었지만 어머니 품안에 기억도 없다. 

돌이켜보면 유년 시절의 기억은 어두운 편이다. 나는 늘 외로웠다. 조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허전했다. 때로 마음이 심란할 때는 다락방에 들어가서 울었다. “내가 나쁜 아이기 때문에 아빠, 엄마가 없는 거야" 라고 자책하면서…

아마 그때부터 내 마음 속에 ‘성난 어린이’가 자라게 된 것 같다.  다행히 할아버지 할머니의 극진한 사랑과 재가한 어머니의 배려를 통해 나는 비교적 순탄하게 성장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있는 ‘성난 어린이’는 계속 존재해 왔다. 

‘휴’를 읽으면서 나는 내 자신과의 불화를 이해하게 됐다. 부모님의 정서적 체취와 상황적 관계를 가져보지 못한 ‘성난 어린이’를 발견하고 달래기 시작했다. 그 어린이를 이해한다. 사랑한다. 그러나 더 이상 어린이로 남아 있어선 곤란하다. 이런 것을 깨달으면서 내 자신과 화해를 해나갔다. 쉽지는 않다.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 노력중이니까…. <계속>

 

예순네번째 기억하기

부모님의 정서적 체취와 상황적 관계를 가져보지 못한 ‘성난 어린이’를 발견하고 달래기 시작했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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