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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살기 (47)

공원-뒷산 흙길 걷고 별빛 보는 게으른 삶

아파트 벗어나 자연친화적 생활습관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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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억압적인 군사독재시절, 베스트셀러 ‘배짱으로 삽시다’란 책을 써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모았던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박사. 1934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팔순이 훨씬 넘었지만 얼굴은 동안(童顔)에, 말투는 에너지가 넘친다. 

스스로 신체 나이 40대라고 말하는 그는 사람의 뇌 속에서 분비되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의 전도사다. 24시간 바쁜 현대인, 특히 세계에서 제일 바쁜 한국인들에게 만연되는 우울증, 자살, 중독, 수면부족, 만성피로 식욕장애, 공황 등이 세로토닌 결핍에서 나온다고 주장하며 세로토닌이 많이 배출되는 방법을 알리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물질로 마음을 평온하게 안정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역시 신경물질인 아드레날린(Adrenaline)이 흥분하거나 위급시 분비되며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성향을 보이고, 엔도르핀(Endorphin)이 기쁨이나 환희가 넘칠 때 분비되며 중독성을 보이고 있다면 세로토닌은 이 두 물질을 잘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충동 조절이 잘 안되고 갑자기 성질을 낸다거나 성격이 급해지고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예컨대 손흥민이 골을 넣었거나, 연인끼리 뜨겁게 포옹할 때 나오는 강한 행복감이나 기쁨이 엔도르핀에서 연유되는 것이라면, 세로토닌은 친한 사람끼리 햇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아련한 행복감이나 평온함의 제공자다.

이시형박사는 한국인들이 세로토닌이 결핍된 가장 큰 이유로 자연과 떨어진 생활 습관을 꼽는다. 아파트 숲과 아스팔트 공간.… 때문에 조상들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연친화적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야 신체의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이 높아지고 내면의 행복감도 증진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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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지치고 고갈된(exhausted) 사회다. 의욕감퇴, 만성피로, 짜증과 우울을 달고 산다. 늘 ‘빨리 빨리’를 부르짖다 보니 항상 정서적 불안, 조급증, 화, 분노에 휩싸여있게 되고 이것이 신체적으로 암, 혈관질환, 심장병으로 발전한다. 

삶의 여유, 생활의 관조, 심신의 조화가 깨진 21세기 한국 사회는 누구나 쉽게 성내고, 관계를 끊고, 목숨을 던지는 사회가 돼버렸다. 혹자는 한국 사회를 ‘만성피로의 긴장 사회’라고 부르고 성인 한국인들 상당수가 초기 정신병 질환자라고까지 말한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의 전국 성인 정신질환 실태 역학 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의 1년 유병률(경험률)은 전체 조사자의 16%며 평생 유병률은 27.6%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5년전인 2006년 조사(1년 유병률 8.3%, 평생유병률 12.6%)에 비해 무려 2배나 급증한 수치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선 ‘정신질환=정신이상’으로 생각해 정신질환을 인정하거나 병원에 검진가는 것 자체를 꺼린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실제 환자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우울하고 힘든 사회가 이시형박사식 표현이라면 ‘세로토닌 결핍 사회’다. 뇌속에서 세로토닌이 제대로 배출되려면 ‘빨리 빨리’가 아니라 느림의 미학이 작동하는 삶이다. 마음 편하고 삶을 관조하며 자연과 더불어 지낼 수 있고 자신을 잘 돌보고 다스리며 사는 생활이다. 그래야 내 가족과 이웃 나아가 사회를 위해 선의와 봉사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시형 박사가 예전에 강원도 홍천의 산자락 27만평 부지에 만든 ‘힐리언스 선마을’은 느림의 생활이 어떤 것인지 맛보게 했다. 요즘은 어떻게 운영되는 지 잘 모르겠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속의 쉼터인 선마을은 생활 습관의 개선을 통해 인간의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높여 병을 예방하는 캠프로 유명했다. 식사, 운동, 마인드 콘트롤을 통해서다. 

먼저 이곳은 문명의 이기(利器) 사용을 최소화한다. 텔레비전, 에어컨, 냉장고도 없다. 휴대폰 수신도 안된다. 안에 들어오면 그 넓은 지역을 걸어서 다녀야 한다. 자연 속의 생활을 추구하는 것이다. 식사도 유기농재배로 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하고, 내부 시설이나 가구도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다. 달빛 보기, 별빛 보기, 맨발로 흙길 걷기, 트래킹, 명상, 요가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박사가 평소 주창해온 세로토닌 호르몬이 많이 배출될 수 있는 여건을 죄다 갖추었다.  

선마을은 사실 이미 서구인들이 추구해 온 ‘느리고 단순한 삶’, 즉 슬로우 라이프(Slow Life)를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 물질에 대한 욕망, 속도감 있는 질주, 편리함과 쾌락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느림은 ‘게으름’으로, 인간적인 삶은 ‘촌스러운 생활양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기꺼이 슬로우 라이프를 선택한 사람들은 소유, 경쟁, 속도, 편리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조금은 불편하지만 느린 길을 택한다.  

 

마흔일곱번째 기억하기

아파트 숲과 아스팔트 공간을 벗어나 조상들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연친화적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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