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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 살기 (40)

히말라야·인도차이나서 만난 한국인 사촌들

수천년 흘러도 ‘원판’은 비슷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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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이곳저곳에서 살아보기도 하고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을 비롯 히말라야 산맥, 인도네시아 정글 등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나름 체득한 몇 가지 진리가 있다.

첫째 사람은 다 똑같다는 것이다. 생김새, 언어, 습속, 음식, 생활 환경이 판이하게 달라 처음에는 매우 낯설게 느껴졌지만 함께 지나다보면 결국‘너나 나나 똑같은 사람’이란 것을 실감하게 된다. 

누구나 오욕(五慾)칠정(七情)을 가지고 있다. 단지 표현하는 방식, 타이밍, 정도가 다를 뿐이다. 내 경우에는 언어가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서로 눈치, 보디랭기지(body language), 느낌으로 통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사람의 타고난 성정(性情)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상으로부터 이어받은 유전인자(DNA)는 아무리 장구한 세월이 흘러도, 자연환경이 변해도 꿋꿋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십여년전 미국 보스턴 근처 원주민(Native American) 박물관에 들렀을 때였다. 안에 걸려 있던 에스키모 부부의 사진을 보았는데 영락없이 100년전 우리 할아버지·할머니 모습이었다. 고구마형 두상(頭相), 정수리 양쪽으로 가리마를 타고 길게 땋은 검은 머리, 흐린 눈썹, 가늘고 치켜세워진 눈, 툭 튀어난 광대뼈, 작은 귓불, 억센 턱…. 마치 한 핏줄같다는 느낌을 가졌다.  

또 한번 놀라게 한 것은 스피커를 통해 나온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민속노래(folk song)였다. “에헤~허~오~야…" 구슬프게 시작되는 이 노랫가락은 우리 농촌에서 죽은 사람의 상여를 메고 나갈 때나 입관식 때 부르는 제례요(祭禮謠)와 흡사했다. 

또 빠르게 시작되는 인디언 응원가는 우리 “옹헤야"나 “어기여차 어이여라" 등의 노동요 가락과 너무 비슷했다. 

“에이 창헤이라 코시앵헤 창헤이라…"

의문은 곧 풀렸다. 한국인의 조상격인 북방 몽골계 사람들이 수천년~2만년전 시베리아에서 베링해협(과거에는 육지)을 건너 알래스카→북미→중?남미로 이동하면서 지금의 에스키모, 인디안, 인디오들의 조상이 됐다는 것이 인류학자들이 밝혀낸 정설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까마득한 옛날에 지금 바이칼호(湖) 부근 어느 곳에서 함께 살았던 조상들의 ‘한 뿌리’ 자손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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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가까운 시베리아, 만주, 중앙아시아 등에 흩어져 사는 북방 몽골계인들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간난 아기 엉덩이를 보면 우리처럼 몽골반점이 있다. 동네 어귀에 우리의 장승 같은 것을 세워놓는 풍습도 비슷하다. 단군설화처럼 곰을 조상으로 숭배한다. 우리네 샤머니즘과 똑 같은 무당의 주술에 의존한다. 전통 놀이 윷놀이, 고누, 실뜨기를 똑같이 즐긴다. 장구한 세월 형성된 인간의 유전인자와 습속이 시공을 초월해 얼마나 끈질긴 위력을 발휘하는 지를 새삼 실감한다.

북방 몽골계는 또 먼 옛날 지금의 몽골에서 남진(南進)해 중국 운남(雲南)산맥을 지나고 티베트 고원과 히말라야 산맥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인도양·태평양으로까지 확산됐다. 

티베트에 가보면 언어, 체격, 습속 여러 면에서 유사한 점을 발견한다. 그 이웃 네팔의 왕족은 무사계급으로 역시 몽골계다. 네팔인 중 날래고 산을 잘 타 등반대 가이드 역할을 하는 세르파족도 우리와 비슷하다.

인근 미안마를 비롯, 베트남·라오스·태국 치앙마이 등 인도차이나 반도에 사는 고산족들 중에서도 우리 사촌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도 몽골반점을 지니고 있고 한복 비슷한 차림에 막걸리를 만들어 마시며 된장, 고추장, 매운 음식을 즐긴다. 그들의 언어도 우리 언어와 발음,음운체계, 문법에서 유사점이 많다.

남부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인과 가장 비슷한 민족이 부탄사람들이다. 사면이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이자 오지(奧地)로, 다른 곳에 사는 몽골계보다 훨씬 주위 환경에 덜 동화된 채 북방 몽골계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부탄과 미얀마 사이 인도 동북부 산악지대에 사는 나가(Naga)족 역시 우리와 같은 몽골계로 흥미로운 연구대상이 될 것이다. 

이들 몽골계의 특징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성정(性情)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강인하고 생명력이 질기고 호전적이다. 둘째 매우 배타적이다. 단일 혈통주의를 신봉하며 주변과 스스로 격리시켜 쇄국정책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 두 요소는 과거는 물론 향후 한국인의 행동양식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한국인의 심성 밑바닥에 이런 몽골계의 저류(低流)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흔번째 기억하기

사람의 타고난 성정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 같은 북방몽골계는 기본적으로 강인하고 배타적이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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