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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살기 (37)

고의로 남의 집 유리창 깨뜨리다 걸렸을 때

어린이 장난 이해해주고 감싸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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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배려 속에서 성장하고 전진해 왔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들의 공감과 배려의 힘으로 나는 인생의 험한 파도를 헤쳐 나올 수 있게 됐고, 인생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과외공부를 마치고(당시에는 중학교 입시가 있어 초등학생인데도 과외공부를 했다) 늦은 밤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오다 재미 삼아 남의 집 유리창에 돌을 던져 깨뜨리고 달아나곤 했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우리들의 행각이 동네에 소문났는지 어느 집에서는 아예 우리를 잡으려고 현관 뒤에서 숨어 지켰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하필 그 집에 돌을 던지고 도망가려는 순간, 현관이 열리며 건장한 아저씨가 나와 나를 붙잡는 게 아닌가.

“너 이놈. 드디어 잡았다. 네가 동네 유리창을 깨뜨리고 다니는 못된 놈이구나"

순간 나는 아득했다. 지금껏 행각이 모두 드러나 동네사람들의 공적이 되는 것도 그렇지만 당장 집으로 끌려가는 바람에 집안 어른들이 느낄 놀라움과 창피함, 분노가 상상되니 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또 학교 선생님은 어떤 면목으로 뵐 수 있을까. 이미 다른 친구들은 다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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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등등한 그 아저씨의 이끌림 속에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질질 우리 집 앞까지 끌려 왔다. 집 앞에 도착한 순간, 나는 다시 한번 용서를 빌었다.

“아저씨, 한번 만 용서해주세요. 다시 안그럴께요.…"

우리 집을 확인한 아저씨는 순간 얼굴의 노기가 누그러졌다.

“이 집이 네 집이냐? 그럼 통장 할아버지가 네 할아버지니?"

“네…"

그는 내 할아버지를 알고 있었다. 아저씨의 말투는 어느새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어쩐지…. 나는 네가 어디서 본 듯싶었는데 통장 할아버지의 손자구나. 왜 착하게 생긴 어린이가 그런 장난을 하니. 이런 것은 나쁜 짓이야. 앞으로는 절대 하지마. 알았지"

다짐을 받고 아저씨는 내 손을 놔주고 그냥 돌아갔다. 그때 내가 느낀 안도감, 감사함은 지금도 표현하기 쉽지 않다. 아, 남 모르는 사람도 저런 선의를 갖고 있구나. 본인이 화날 일을 당했는데도 상대방(어린이)을 용서해주고, 어린아이의 처지를 이해해 그 잘못을 숨겨주는  배려까지 해주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내 인생을 환하게 만들었다.

배려는 선순환이다. 나도 살다가 어이없는 일을 당할 때 간혹 그때 그 아저씨가 내게 준 배려가 생각나 용서해준 일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내 인생 동안 내가 남으로부터 받은 배려가, 내가 남에게 해준 배려보다 훨씬 많음을 자각하고 있다. 이것은 인생의 빚이다. 앞으로 나는 내가 인생에서 진 빚을 갚고 저 세상으로 가야 한다.

 

서른 일곱번째 기억하기

우리의 삶은 수많은 사람의 배려 속에서 성장하고 전진해왔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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